[오피니언기고] ‘잠든’ 시장에 주목하세요, '슬리포노믹스'
[오피니언기고] ‘잠든’ 시장에 주목하세요, '슬리포노믹스'
  • 권정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 승인 2024.09.25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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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하순에나 끝나는 여름
숙면 방해하는 요인 많아
잠에 대한 갈망 커져
수면경제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
9월 하순에 접어들어서야 잠 못드는 여름이 끝나는 모양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과 대전, 부산 등에서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가 나타났고, 제주는 올해 열대야가 74일 동안 지속되어 연간 열대야일 기록을 하루 더 늘렸다고 한다. 날씨뿐만 아니라 사실 우리 주변에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너무나 많아졌다. 한 번 손에 쥐면 놓기 어려운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잠에 대한 갈망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한강공원에서는 ‘잠퍼자기’ 대회가 개최되었다.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동안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깊은 잠을 청한 사람이 승리하는 대회였다. 외국에서는 ‘수면코치’라는 직업도 각광받고 있다. 약물의 도움없이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수면의 질을 높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잠을 줄여가며 공부한다’라는 표현처럼 자는 시간을 아까운 시간으로 생각했다면 이제 잘 자는 것은 삶의 질을 지키기위한 필수 요소로 바뀌었다. 기꺼이 숙면을 위해서라면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일명 ‘슬리포노믹스(sleep과 economics의 합성어)’라 부르는 수면경제가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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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신이 잠든 상태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갤럭시 링과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강조되는 기능 중 하나도 수면 분석이다.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잠에 들면 피부온도와 심박수를 측정하여 얼마나 깊게 자는지 수면 패턴을 분석해준다. 수면 패턴을 재미있게 활용한 게임도 등장했다. ‘포켓몬 슬립’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잠들기만 하면 수면 패턴을 분석하여 나와 유사한 패턴을 가진 포켓몬을 보여준다. 오래 잘수록 높은 점수를 얻어 더 많은 포켓몬을 불러모으기도 한다. 수면의 질을 분석했다면 다음 단계는 더 잘 자는 것을 돕는 제품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침대가 개인 맞춤형으로 조절되는 다양한 스마트 매트리스가 출시되었다. 코웨이에서 출시한 스마트 매트리스는 사용자의 체형이나 수면 자세에 따라 매트리스의 딱딱한 정도를 조절해준다. 허리가 피곤한 날에는 평소보다 푹신하게 조절할 수도 있다. 몽가타의 ‘스웨이 침대’도 컨셉이 흥미롭다. 아기들이 자는 요람에서 착안하여 침대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인데 이러한 움직임이 귀 안의 전정기관을 자극하여 숙면을 돕는다고 한다.  기존 산업들도 잠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동나비엔은 온수매트를 ‘숙면매트’로 포지셔닝했다. 0.5도 단위의 정밀한 온도 조절 기술을 적용하여 수면단계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체온을 적절히 케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렸다. 건설사들도 수면패턴을 고려한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발표한 미래 아파트 평면도에서 수면 패턴이 다른 부부를 위해 수면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안방을 선보였다. 자체 조사 결과, 부부 응답자의 53%가 분리 수면을 선호한다고 응답하였으며 46%는 이미 분리 수면 중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오감을 동원하여 숙면을 취하고자 한다. 숙면을 돕는다는 향을 머리맡에 뿌리는 필로우(베개) 미스트를 이용하기도 하고 등등이다.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다양한 ‘컬러 소음’ (백색소음과 대비되어 일정한 파장대를 가진 소리) 영상을 잘 때 틀어놓기도 한다. 미각도 중요하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수면 목테일(mocktail: 무알콜 칵테일)’이 인기이다. 잠에 좋다고 알려진 타트 체리 주스를 재료로 넣는 것이 대표적인데 나아가 잠을 청하기 위해 ‘알콜-프리’와 ‘카페인-프리’를 추구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도 디카페인을 많이 찾는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은 5년 전인 2018년 대비 278% 증가했다.  몸에 닿는 촉감도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섬유 산업도 잠과 무관하지 않다. 열대야가 특이 현상이 아니라 여름철의 기본값이 되면서 냉감소재의 침구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국내 냉감침구 브랜드 웰크론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판매량이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혼수용 침구 수요로 인해 봄·가을이 성수기였던 침구 시장에 여름이 새로운 시즌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말그대로 ‘잠들어있던’ 시장이었던 수면경제에 주목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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