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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디자이너는 기본적으로 패턴을 모르고 있어요. 이
렇게 많은 사람들앞에서 미안하거나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봐요.』
인기절정으로 앞 뒤의 인산인해를 메운 어느 쇼를 본
외국 전문가의 혹평이다.
차마 기사로는 다룰 수 가 없었지만, 포멀 웨어도 아닌
세미 포멀웨어라인에서 이런말을 들었다면, 정말 큰일
이다.
마치 패턴도 모르는 디자이너와 옷도 모르는 소비자들
이 맛물려서 만드는 그야말로, 한바탕 쇼들의 연출 모
습을 들켜버린듯한 수치감에 공연히 낯뜨거움을 느껴야
했던 것도 사실이다.
백보 양보해서, 어쩌면 그 디자이너는 국내 쇼라는 것
의 속성상 그렇게 세밀한데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저 적당히, 화려한 조명과 음향효과 등을 이용해
「사람들의 입이 딱 벌어질만한 자리를 마련해서, 아뭇
소리도 못하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른다.
불행한 바이어없는 쇼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지만, 적어
도 컬렉션을 하는 패션디자이너로서, 그것이 기본전제
가 되어 있으면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국내 디자이너중에 진짜 패턴
을 알고 있는 디자이너는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말이
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영감을 스케치 할 수 있는 능력도
없이 기껏해야 남들이 해놓은 기본에 수정을 가하는 정
도만으로도 디자이너라는 타이틀만을 자랑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예를들어서 안됐지만, 피에르 가르뎅이나, 이브
생 로랑들은 모두 패터너 출신이다. 재단을 하면서 디
자인을 한 사람들이라서 기본이 완벽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디자이너가 패턴사가 만들어
놓은 기본 패턴의 수정작업을 하는 정도라서, 운이좋아
패터너를 잘만나면 다행이지만, 잘못 쓰면 골격과 오리
지널리티가 무너져 내리는 우를 몇번이고 범해야 한다
는 것이다.
엄격히 말해 디자이너는 패션의 기획과 완성의 전과정
을 총책임맡은 사람으로서 그 과정을 완벽히 알아야 한
다.
그중에서도 옷의 원리나 느낌을 알기 위해서는 패턴에
대한 공부는 필수이며 더나아가서는 패턴사를 콘트롤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패션산업은 고도의 기술과 감각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각 분야에 있어 전문화된 전문 인력의 필요성
이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패턴분야도 좀더 체계적으로 정립된 조형 작업
을 통해 인체의 구조와 특성을 이해하고, 패턴에 대한
올바른 안목과 조형감각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패턴 제작은 단순히 경험이나 영감에 의해 이뤄지는 것
이 아니라, 고도의 섬세한 기술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므로, 진지한 연구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국제화란 멀리서 뒷짐지고 바라보는 환상이 아니다.
진지하게 공부하는 자세로, 기본을 무시하지 않는데서
그 실력이 스스로화려하게 빛나게 된다는 것이다.
<유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