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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DC브랜드의 해외진출이 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파리 프레타 포르테 전시회를 비롯
하여, 독일의 쾰른페어, 뉴욕의 트라노이, 아트모스피어,
스타일 인더스트리등 각종 전시회에 참여하는 디자이너
들의 이름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지고 있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국내디자이너들의 대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떠들어 대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DC브랜드들의 해외진출은 그들의 현실에
비쳐볼때, 한마디로 일대모험이다.
실력의 여하는 둘째치고 전체적인 조직력과 기획력,
MD부재 체제하에서 한 디자이너의 의지와 신념만으로
는 해외로 진출한다는 것은 그들의 표현대로「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무모함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운좋게 전문바이어의 눈에 띄어서 대박(?)을 터
트릴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그렇
게 만만치는 않다.
망망대해와 같은 이국땅에서 쇼 한번하고 전시 한번 했
지만, 현지물정을 잘 모르는 탓에 이런 저런 사례에 시
달리다가 다른 해외브랜드들의 맹공격에 저항능력은 커
녕, 매장축소, 인원감축등의 정해진 수순을 밟으며 속수
무책 침몰해 갈 수도 있다.
이런말을 하면, 의례히 미리부터 철저한 기획에 순발력
배가, 국가적인 조직력이나 마케팅 수준도 높여야 하며,
비교우위제품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패션의 정신적 아
이덴티티의 정립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
서 튀어나온다.
그러나 언제나 이론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닭과 달걀중 어느것이 먼저인지 모른
다」는 것이고, 항상 선행되어야할 문제점이 쌍방의 입
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의 재능을 파는데 있어서 조직력과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래서 어
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단순히 디자이너의
재능과 실력만을 칭찬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들의 재능을 돈과 연계할 수 있는 뭔가의 시스템이
국가와 기업적인 차원에서 확고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
으면 안된다.
그런의미에서 지금 가장 큰 패션업계의 당면문제로서
우선 수수료 매장으로서의 백화점 중심의 유통시스템
전문바이어의 부재, 무의미한 전시회 및 컬렉션의 난립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는 국내 패션산업의 총체적인 문제의 핵심사안이라는
점에서 중차대하다.
사실, 백화점 바이어 운운하지만, 백화점은 엄연히 수수
료 매장이기 때문에, 백화점 바이어는 진정한 의미에서
의 바이어가 아니다. 매장관리자일뿐이다.
다시말해, 자신이 상품을 직접 셀렉트해서 전시와 판매
작업에 직접 동참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바
이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리점 바잉체제도 구비되어 있지 않은채, 거
의 대부분 직영체제로 움직이고 있는 국내 DC브랜드들
에게 있어 처음부터 바이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냉정히 말해「컬렉션은 있으나, 바이어가 없다」는 말
은 한국패션산업의 기본적인 모순이다.
이의 해결방법으로 국내 브랜드들의 자체 수주회와 품
평회를 한가지로 통합한 편집 전문 컬렉션 설립도 요구
된다.
물론, 자체 시스템을 구비한 메이커들에 있어 합동 전
시회의 필요성은 없는것일지도 모른다.
굳이 함께 모여서 경쟁하는 모습처럼 비쳐지는 것도 싫
다는 것이 그들이 단합하지 못하는 辯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외의 바이어들에게 한국패션이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싶다면, 어떤 형태로든 체계적인 場은 마련되
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수출목적의 전시회인지, 내수
를 위한 전시회인지를 확실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
다.
이와함께, 진정한 해외의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수출
전문 매니저도 나와야 하며, 전시회를 이끌어가는 사람
들의 마인드도 전문화·국제화되어야 한다. 이길만이
디자이너나 메이커가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
컬렉션을 통해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다.
결국, 모든 키워드는 국제적인 전시회와 컬렉션을 운영
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유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