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컬렉션의 반성
세계적으로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일본 디자이너들은 이미 도쿄컬렉션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초창기에는 누구보다 열심이였지만, 파리의 맛을 알고 나서는 국내 컬렉션에 의문을 갖고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쇼 자체는 비디오로 찍어 국내손님들에게 보여주면 그만이다. 같은 것을 파리와 도쿄에서 두 번 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가 전부이지만, 전세계의 저널리스트와 바이어가 모여 패션 정보를 발신할 수 있는 곳은 오직 파리뿐”이라는 것이다.
컬렉션으로 세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버린 이후, 파리 밀라노 런던에 이은 세계 4대 컬렉션으로 부상하겠다던 도쿄 컬렉션의 목소리는 아주 작아져 버렸다.
그래서 궁여지책 마련한 대안이 재미있는 도쿄패션 만들기.
물론 대외명분은 “컬렉션의 의미가 국내 마케트를 위한 팬서비스로 바뀌고 있으며, 소비자들과 함께 변화하는 젊고 활기찬 브랜드들이 실질적으로 자리를 차지해나가고 있는 이른바 패션 비즈니스의 세대교체기를 대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컬렉션의 주역이 빅디자이너에서 신인으로 불가피하게 바뀌고 있는 현상과 도쿄 CFD 자체의 위상변화.
그들은 지금 시대의 변화에 대한 심각한 반성과 함께, 매스컴과 바이어들에게 한정짓던 현재의 컬렉션공개의 성격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확대하는 컬렉션에로의 향방을 바꿔야 하는 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냉소적으로 바뀌는 환경
물론 ‘脫도쿄·파리지향’으로 치닷는 도쿄의 빅 디자이너들에게 ‘올챙이적 모르는 개구리’라며 빈정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이런 불경기에 바이어들과 저널리스트들이 빡빡한 예산을 쪼개서 일부러 도쿄까지 날라와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하는 동조의식으로 그들을 부추키기도 한다.
단지 주목해야할 것이 있다면, 그들은 자신의 비지니스의 성공을 위해서 보다 큰물로 떠나고 있으며, 그것이 ‘필연적’이라고 할만큼 파리로 몰리고 있다는 이상현상정도다.
그래서인지 지금 일본에서는 컬렉션활동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소속단체와 협회를 탈퇴하고 독창적인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로써 파리 밀라노 뉴욕에 이은 세계적 패션컬렉션으로 발돋음 하고 싶었던 도쿄 CFD는 단체로서의 기능성을 조금씩 잃어가면서 수준낮은 저널리즘 혹은 디자이너들을 뒷받침해 주지 않는 기업의 자세까지 실날하게 비판하거나 개선을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등, 세계속의 도쿄컬렉션 위치정립을 위해 심한 속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임기응변이 통하지 않는 시대.
그런데, 요즘 우리네 컬렉션은 컨셉이 크게 뒤집혀져 있어도, 이상하게 걱정하는 모습이 없다.
단체도 많고 협회도 많고 컬렉션도 많은데다 결과가 언제나 ‘거기서 거기’여도 그것에 이렇다 할 책임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물결치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적당히 시류를 따라가면 그만이고, 그때그때의 정황에 맞추어서 주판알만 굴리기도 바쁜 마당에 컬렉션의 성격이라는 것이야 아무려면 어떤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가 디자이너가 모자라면, 사정을 해서라도 채워 넣고, 넘치는 듯 하면, 어떤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짤라내면 그만이지만, 말이 많아지는 듯 하면, 다른 단체의 이름을 빌려서 결과를 번복하면 하면 돼기도 한다.
컬렉션의 통합…? 그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목숨걸 일도 없으니까 만사가 편하기만 하다.
이점에 있어서 단체 중심으로 개최되는 전시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지원을 받는가 못받는가. 한국관을 설치하는가 마는가.
혹은 유럽의 유명 브랜드를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등등 돈계산에는 민감한데, 막상 회원들에게 어떤 시스템을 어떻게 지원하고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잘 굴러가는게 바로 전시회가 아닌가…
그러나 아무런 투자도 노력도 없이 순간적인 임기응변과 요령만으로도 어떻게든 굴러갈 수 있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모든 경제블록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지금, 전세계와 대등한 입장하에 내몰릴때마다 입으로는 ‘전문가에게 맡기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실지로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결과들에 남몰래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이말에 내심 뜨끔할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향한 행동을 보여줘야
모든 원인은 결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제부터 패션은 자의든 타의든 ‘On the stage’가 아니라 ‘Off the stage’로 내려온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다 현실적이고 소비자와 가까운 산업으로서의 신인디자이너들도 두드러질 것이며, 생산과 유통, 그리고 기획의 각방면에서 기생충은 신규세력에 의해 반드시 제거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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