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中企사장의 비애…김선희 기자
어느 中企사장의 비애…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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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타일컨버터업체 P社 S사장은 이번달에도 가까스로 월급 날을 맞췄다. IMF이후 하루도 발뻗고 편히 자지 못하면서도 종업원 월급 만큼은 꼭 챙겨주고 싶다는게 S사장의 의지였다. 하지만 요 즘은 다른 일부기업들처럼 「시대상황이 이러니 이해해달라 」는 한마디로 월급날을 미루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회사 재무구조가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급격히 취약해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믿을만한 판매처(어패럴)가 적어지는데다 가까스로 받 은 어음은 IMF이전보다 오히려 2∼3개월가량 여신이 길어졌 다. 더욱이 걸핏하면 금융사정이 경색되어 어음할인도 제대 로 안되고 할인율이 20%를 넘어 본전치기나 적자판매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대금결제의 70%에 이르는 어음을 우리회 사만 받지않고 현금장사하겠다고 배짱을 튕길 상황도 아니 다. 그저 조금이라도 짧은 여신에 어음발행한 회사가 부도 안나 기만 바랄뿐이다. 하지만 걱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원자재파동과 극도의 자금경색이 맞물리면서 원료, 원사 염 가공업체들이 현금, 담보거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받을 돈은 6∼7개월짜리 어음으로 받고 줄돈은 현금으로 주거나 담보를 밀어넣어야만 한다. IMF이전에는 같은 어음거래로 상쇄됐던 자금, 금리부담을 중간에서 고스란히 떠맡고 있는 것이다. S사장은 이러한 상황이 몇 개월간 지속되면서 자괴감마저 느끼고 있다. 그래도 패션산업 발전에 첨병역할을 하는 소재 산업의 기수로서 자긍심을 갖고 일해왔건만 남은건 불신과 무기력뿐이라는 허탈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S사장은 힘든 상황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성실히 일 하고 있는 종업원들을 보고 다시 용기를 얻기로 했다. 비온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IMF한파를 통해 오히려 한 층 탄탄한 회사를 가꿔보겠다는 의지도 가져본다. 그러나 어 음제도에 있어서는 정부측에서 단계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는 생각이다. 현 어음제도는 어음의 공신력이 실추된가운데 기업의 흑자도 산을 부추기고 결국 국가경제에도 적지않은 손실을 가져온다 는 소신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현금결제비율과 어음 만기일 가이드라인을 정 하는 등의 법률적 개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중소기업이 대기업 횡포에 멍들지 않고 전 산업이 균형있게 발전할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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