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매무시는 몸과 마음의…조능식
옷매무시는 몸과 마음의…조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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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남편의 「옷치다꺼리」는 거의 주 부가 도맡고 있는 것같다. 양복까지는 몰라도 와이셔츠에서 팬티, 양말, 행커치프, 넥타 이등은 부인이 챙겨야할 몫으로 간주된다. 이것은 곧 가정의 화목과 행복의 표정이라고들 믿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남편이 부인에게 옷을 골라주거나 선사하는 일 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안다. 애정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남존여비」 사상에 오랜동안 젖어온 습성(?)일지도 모른다. ▼ 예전의 우리는 남성복의 경우 단골양복점에서 맞추어 입 는게 상례였다. 요즘과 같이 「기성복」도 있었지만 「신사 체면」에 기성복이란 경원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단골 양복점」이란 서울 멋쟁이에게 있어서는 당연 한 사교적(社交的) 일환이었다. 더구나 그것은 다달이 얼마씩 갚아 나가는 절대 신용의 신사 적 월부였으니 서로의 인간적 신용사회였다. 명동은 해방전후서부터 6.25전쟁이 끝난 얼마후까지만해도 한국문화인(서울의)들에겐 「내명동」이었다. 다방을 위시해서 즐비하게 늘어선 천정이 얕은 「대포집」 「카페」등이 모두 단골이었고 스치면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심지어는 당시 명동을 무대로 누비던 「어깨-요즘의 깡패」 들까지도 「문화인」을 알아보곤 음으로 양으로 감싸주려는 언행이 역연했다. (요즘은 중·고생이 더 무섭다지만 당시 그들은 예의(?)바른 편이었다.) 이런 예가 있다. 고인이 되었지만 낭만파시인으로 알려진 박 모 시인이 술에 취해 「바」에서 약간 언성을 높이며 애교있 는 소란을 피우자 한구석에 있언 「어깨」한 친구가 「박시 인」을 카운터쪽으로 밀어 붙였다. 술에 취한데다 연약(?)한 박은 카운터에 기대어 비스듬이 쓰 러지며 “야 멋있다”를 외치며 “허허허” 크게 웃었다. 「어깨」에게 한대 맞고 쓰러지는게 영화의 한장면 같이 느 껴졌던 모양이다. 이때 그 어깨와 한자리에 있던 「형님벌」되는 친구가 크게 부하를 꾸짖었다. 그리고는 박시인에게 “죄송합니다. 제 동 생이 무례한 짓을 했군요.”하고 박시인을 위로하고 부추겨 줬다. 그 「어깨의 형님」은 당시 서울 장안을 호령하던 「김모」 라는 어깨두목이었다. ▼ 이야기가 옆길로 빠졌지만 명동의 단골 양복점앞엘 무심 코 지나게 되면 주인이 안에서 보곤 쫓아나와 “아니 그냥 지나치시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하고 잡아끌어들이곤 차를 대접했다. 이런 저런 얘길하다보면 걸어놓은 「양복감」들중엔 쓸만한 (흔하지 않은) 디자인의 것이 눈에 띠게 되어 덮어놓고 한꺼 번에 두세벌씩 맞추곤 했었다. 이렇게 우리는 양복을 맞추려고 혹은 셔츠등을 사려고 날짜 와 시간을 정하고 계획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신사의 나라 영국남성들은 그렇지가 않다는 점에서 정평이 나 있다. 그들은 자기 양복이나 셔츠등은 자기가 손수 고르며 계획적 으로 쇼핑한다는 것. 이를테면 약간 중요한 약속을 하려했을 때도 “내일은 안되 겠는 걸. 내일은 내가 팬티와 셔츠등을 사야하는 날이거든.” 하고 단호(?)히 거절한다고 한다. ▼ 동양인이 이상(?)해서 “아니 당신네 영국남성은 본인이 속옷이나 셔츠등을 고르고 자신이 삽니까?”하고 물어보년 “옷을 관리한다는 것은 다시말해 마음과 몸의 자기관리의 연장선이니까”라는 대답이 튀어나오기 일쑤라고 한다. 별로 멋을 부리지않는 편인데도 교사라는직업의 40대 초반인 그 영국남성의 당연하다는 말대꾸이고 보면 우리들같이 양복 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잘구레한 와이셔츠니 속옷따위란 안에 서 조달하는 미덕(?)과는 사뭇거리가 멀다는 사실에서 뭔가 생각케하는 이얘기가 아닐 수 없지 않은가…. 趙 能 植 (本紙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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