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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은 자고로 흰색-특히 흰옷을 제일 점잖다고 선호
하는 소위 「백의민족(白衣民族)」을 자처해 왔다.
흰색이란 아닌게 아니라 깨끗하고 청순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만도 아니겠으나 백옥(白玉)같은 살결에다 흰 치열(齒
列)은 미인의 첫째 조건이었다.
예전(이조 때서부터) 우리사회에서 흰옷을 입을 수 있었던
계급은 중인(中人=양반 다음의 계급)이상으로 상민(常民)이나
백정(白丁=소·돼지따위를 잡는 계급)등은 검정색옷을 입게
해서 신분의 차별화를 도모했다.
유럽등지에서도 검정옷은 상복(喪服)같다해서 기피했던 때가
있었다.
이것을 깬 것은 프랑스의 디자이너 「가브리엘·샤넬」이다.
그녀는 20세기로 접어들면서 검정색을 바탕으로한 일상복을
만들어내어 세계의 패션 발전에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때를 이어 파리의 샹송가수 「에띠뜨 삐아쁘」는 1950년대
초반 “장미빛 인생”으로 세계적 명성을 떨쳤지만 더욱 그
녀의 무대의상은 화제거리였다.
-검은 슬렉스에다 검은 폴라넥으로 감싼 파격적(?) 차림- 애
절한 멜로디와 더불어 쥐어짜는듯 싶은 제스처 등은 감동의
도가니를 방불케했다.
그후부터 검정색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패션의 물결을 타고
멋진 색깔로 자리잡아 왔다.
여기서 잠깐 돌이켜보면 흰색깔의 옷이란 입기가 비교적 쉬
운 편이다. 입어서 보기에 우선 깨끗하니까-. 그러나 검정색
옷은 그렇지가 못하다.
두말할 나위없이 흰옷엔 군떼만 묻지않으면 별탈이 없지만
검정색옷이란 조그만 티하나가 묻어 있어도 전체적으로 심상
치 않게 눈에 거슬린다.
그래서 나온 말에 재미있는게 있다. “부지런 하지 않고는
검정색 옷입기란 힘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손질이 그만
큼 어렵다는 얘기다.
▼외신이 전하는 패션정보를 보면 1998년 봄은 색깔에 있어
아주 화사하리라는 전망이다.
어두웠던 시대에다 종지부를 찍고 밝은 시대의 개막이라는
예고다.
파리, 밀라노 등의 콜렉션은 97년의 <검정색>에서 탈피하여
그 대신 <흰색>을 내면에 「봄·여름 빛깔」의 트랜드로 내
세우고 있다는 것.
상복같다고 그렇게 기피하던 검정색이 일단 패션의 물결을
타자 그 역사는 끝을 보이지 않고 길기만 했던 것이 사실이
다.
이제 검정색을 대신하여 흰색깔이 21세기의 색깔로 등장하려
는 조짐이라는 것이다.
물건팔기가 어렵다고 일컬었던 <흰색깔>이었지만 요즘 일본
에서까지 전국의 바이어 1백19명을 대상으로 행한 98년도
봄, 여름의 「잘 팔릴 옷 색깔조사」에서 “흰 것이 팔릴 것
이다”라는 응답이 70%를 넘었다고 한다.
▼또 한가지는 작년처럼 금년 봄에도 <꽃무늬>들이 기대되
리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꽃무늬는 2년연속 히트의 <옷무늬>가 되는 셈
이다.
작년의 꽃무늬는 어느 쪽이냐하면 좀 어두웠던 동양적인 분
위기의 것이었는데 비해 금년에는 기분을 일신하여 산뜻한
서양난(西洋蘭)을 연상케하는 프루츠칼라에 물들인듯 싶은
밝고 산뜻한 꽃무늬들이라는 것.
코서쥬(여성의 가슴에 다는 장식꽃)나 아플리케, 자수에다 염
색을 가한 테크닉등 다양하리라는 전망이다.
어쨌거나 70%가 넘는 일본 전국의 바이어들이 이구동성으로
「흰색깔과 화려한 꽃무늬가 잘 팔릴 것 같다」고 했다니 두
고 볼일.
▼가볍고 얇은데다 투명감의(透明感)것들이 98년 봄·여름패
션의 키워드라지만 미안하게도 IMF의 한파등으로해서 새해
부터 세상은 경제적으로는 무겁고 어두운 구름이 얕게 드리
워져있다.
-그러나 어떠한 어려움이라도 우리는 이겨나갈 수 있다. 「
패션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인년 호랑이
해>인 금년은 어두움보다는 화사하고 검소하며 실질적이며
용기와 희망의 새해로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趙 能 植 (本紙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