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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는 별의 별 사람들이 많다.역사에 남는 위대한 정
치가나 종교인, 천재적 과학자나 예술가들은 물론 상식으로
는 이해하기 어려울 지경의 일들을 서슴치않고 해내는 기인
(奇人)과 괴인(怪人)들까지도 없지않다.
-어쨌건 그들 때문에 인류문명은 발전했으며 역사는 새롭게
이어져가고 있다.
우리 주변을 돌아봐도 그러한 사람의 이름 몇개쯤은 간단히
손꼽을 수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다 그만 두고 몇일 전 동업지(同業紙)인
일본섬유신문(日本纖維新聞) 신년호에 실린 희망적(?) 얘기
를 소개해 본다.
주인공은 일본 패션계의 원로이며 천하의 <멋쟁이>로 통하
는 금년 87세의 이시스·켄스케 다.
그는 오늘도 일본패션계의 거목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일본섬
유신문 신년호에 게재된 소위 <신춘방담(新春放談)>중에서
그의 면모가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 대목을 여기에 간추려 본
다.
▼내게 자주 날아오는 질문의 화살에는 “어떻게 그리 건강
하니 장수할 수 있느냐?면서 비결이 뭐냐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난>하게 살아 오면서도 멋 을 잃지않
으려고 애썼고 마음편안한 <인간관계>에다 즐거움의 마음
갖임”을 훈련으로 터득하느라 애써온 덕분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 인생을 사모작(四毛作)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백세(百歲)를 기준으로 했을 때 25세를 한 주기로 삼
는다. 태어나서 25세까지는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가 한사람
몫을 하기 위한 기간이다.
26세부터 50세까지는 사회에서 전신전력으로 일을 해야한다.
그러면서도 그동안에 잊어서 않될 일은 51에서 76세를 목표
로 어떻게 살아나가야할가를 미리 생각하는 시기로 정하는
일이다. -수판만 따지는 일본사람들이 제일 잘못하는 일의
하나다.
나는 반(VAN)=젊은이 상대의 패션이란 회사를 만들었다
가 돈버는 일에는 소홀하곤 일하는 즐거움만을 추구하다 파
산을 했지만 나는 조금도 후회안한다.
-무일픈이 됐지만 나는 본래 무일푼이었으니까-. 일하는 동
안 동지들과 또한 많은 젊은 소비자(후원자)들을 즐겁게 해
줬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75세-아니 76세이상만 살면 그 다음은 <덤>인줄 알면 족
하다. 재미있게 자기 노후를 꾸밀줄 모르는 일본인들이 너무
도 많다.
늙어서 자기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이란 아낌없이 다 써버리
도록 해야 한다.
구미각국의 노인들은 백퍼센트 <삶>을 즐길줄 안다. 스포츠,
취미등. 그리고 친구들도 만들고 연애도 한다. 나는 80세가
지나고나서 여섯명의 <여자친구(섹스를 뜻하는 말은 아니리
라)>와 우정을 나누고 있다. 그것은 비밀도 아무 것도 아니
다. 안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나는 70이 넘으면서부터는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일
이 없다. 그저 내 자신을 즐겁게 내 주변을 즐겁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약>은 거의 안먹는다. 거기다 <보약>따위는 가까
이 해본 일이 없다. 내 인생에 있어 <스트레스>는 가장 좋
지못한 것이라서 스스로 이것을 피하려 노력한다-좀 어렵지
만-.
아니할 말로 얼마전 TV에 나가 이야기하던 중 “인생이란
나이를 많이 먹으면 주저말고 죽어주는 편이 현명할 것이라
고 했다가 짤린 일이 있다-.
인생이란 살만큼 살면 그만이지 더 오래 질질 살아봤자 좋을
게 없다.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준다는 것은 참으로 무의미하다.
죽기전에 돈이 있다면 다 써버릴 것이다.
가난 이란게 젊어서부터 몸에 배어있었기에 <마음의 재산>
으로 남아 있는 모양이다.
올바른 생활에서 오는 <가난>이란 <철학>은 실로 소중한
멋이 있다. 불의에 물들지 않는 깨끗한 가난을 청빈(淸貧)
이라 하지만 그것을 부끄럽지않게 생각할 수 있다는것은 자
신의 과거나 현재나 미래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자신
(自信)이 있어서다.
-나는 마지막 “사모작(四毛作)”으로 들어선 몸이라서 언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다.
요즘 난는 유유한 가난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유빈(悠貧) 이
란 말을 좋아한다. (下略).
趙 能 植 (本紙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