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결별의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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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까지 블랙이란 고통과 죽음 혹은 절제와 도덕 의 상징이였다. 블랙은 언제나 중세 성당의 신부와 승려, 유럽 귀족들 의 가정교사 혹은 암스테르담에 모인 다이아몬드 상인 들과 르네상스 시대의 병사, 그리고 미망인들의 이름과 함게 따라다니던 엄숙하고 무겁고 때로는 공포스럽기 짝이없던 어둠의 컬러였다. 19세기 들어서 서양의 은행원들은 자신의 성실함과 정 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블랙을 채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서자 상황은 달라졌다. 전세계 여성 패션에 혁명을 일으키며 등장한 샤넬이 그 침울한 블랙을 브르조와들의 패션의 키 컬러로 부각시 키면서 블랙은 새로운 생명력이 불어넣어지기 시작했 다. 샤넬이 일으킨 패션 혁명 1920년 어느날 밤. 한 극장의 발코니 석에서 샤넬은 형형 색색 울긋불긋한 드레스에 깃털을 무수히 장식한 귀부인들의 모습을 관 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휴식시간에 그녀는 큰소리로 이렇게 선언한 것 이다. “머지 않아 내가 이들 모두에게 검정색을 입히겠다 ” 그리고 그자리에 있던 로스 찰스 남작 부인은 샤넬의 새로운 案에 공감, 샤넬의 최초의 검정 드레스 ‘쁘띠 뜨 로브 노와르’의 탄생에 일조를 했으며 그때부터 블 랙은 더이상 종교가와 미망인의 제복이 아니게 되었다. 블랙은 전세계 여성들의 개성을 신비롭게 감싸던 컬러 로서 사회적 인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고, 세련과 모던, 그리고 에스프리, 심플로 대표되는 파리 모드와 파리 지엔느의 전설이 시작된 것이다. 소재의 변형으로 발전된 기본색 그리고 80년대 한 디자이너가 블랙의 관을 덮은 천을 배경으로 ‘블랙은 죽었다’는 테마의 컬렉션을 개최하 여 블랙의 사망선고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랙은 여전히 패션의 기본색으로 부동의 위치에 있다. 최근들어 스트리트 캐주얼 패션의 영향으로 그레이와 오렌지, 핑크, 퍼플등의 컬러가 주목되고 있긴 하지만, 엘레강스의 부활의 기류를 타고 블랙은 다시 갖가지 소 재의 변형을 갖고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 블랙의 부활은 이전과 같은 금욕적인 블랙이 아니라 성숙한 여자의 색향을 떠올리는 섹시함으로 변 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세기말과 컬러의 온퍼레이드 그리고 지금 세기말.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는 온통 권력에 대한 욕심과 돈이 만들어낸 추악한 과거사에 쏠려 있다. 어둡고 추운 터널을 빠져나와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로 돌입한다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과거를 청산하려는 사 람들의 심리는 마치 새봄을 맞는 어린아이들의 설레임 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을 컬러로 말하자면 블랙과 모노톤의 시대에서 찬 란한 오색컬러의 시대로 들어서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우연인지 올 가을 미리보는 내년도 컬렉션의 공 통점은 컬러의 온퍼레이드였다. 컬렉션마다 의례히 등장하던 단골컬러인 블랙의 모노톤 이 사라지고 대신 그래피컬한 컬러워크가 등장, 지금 세계의 거의 모든 디자이너들이 이 찬란한 컬러군에 집 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워플한 오렌지와 형광 옐로우, 타고이즈 블루, 그리고 그린과 레드등이 엄청난 스피트로 충돌하여 무수한 컬 러 블록의 파편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가공과 색체매치로 재탄생 물론, 이 찬란한 리듬감과 컬러의 부활이 처음 시도되 는 것은 아니다. 65년 이브생 로랑은 백색 원단에 대담한 직선을 나누어 기하학 구성이 선명한 원색을 사용한 모들리언 룩을 만 들어냈다. 그러나 수평과 수직으로 구성되어 있던 모들리언 룩과 는 달리 최근의 트랜드는 복잡하게 휘거나 꼬임과 이소 재 매치등으로 컬러 변형을 주었다는 것에 커다란 차이 가 있다. SFAA 컬렉션을 예로 들자면 과대할 정도로 크게 부플 어진 헤어스타일에 꼴라쥬처럼 패치워크를 응용하여 색 다른 맛을 선보인 박윤수씨의 작품이나, 형광 오렌지 컬러가 화려했던 이상봉씨, 그리고 그린과 연두의 구축 적인 조화를 소화시켜 낸 최연옥씨, 이소재와 컬러블록 의 매치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 배용씨의 작품에서 이런 세기말적 현상을 볼 수 있다. 새로운 시대의 에너지 아무튼 모든 파라독스는 새로운 시대의 에너지를 의미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질곡의 20세기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즐겁고 건강한 에스프리가 트랜드로 작용되어 생동감 있는 컬러군이 21세기의 대중을 기관차처럼 이끌어 갈 것이라는 역설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시대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강렬함에 비례한 선명함 과 명암과 반비례된 명랑함이 배여있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마치 무의식적으로 온몸의 엔진을 올리고 컬러플한 컬러에 이끌려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 듯, 지금 우리는 세기말 끝에 서서 장기적인 불경기와 에이즈, 인종과 종교대립등 그리고 온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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