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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국제도시이다.
외국문물에 대해 개방적이며, 고급과 저급제품에 대한
선별의 눈도 높은 편이며 소비성향 역시 말 그대로
‘화끈’하다.
활달하고 뒤끝이 없는 담백한 이 지역의 특징은 역내
산업에 있어 상당한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기는 하지
만, 지역의 특성을 찾아내려는 또다른 시각에서는 상당
한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면이기도 하다.
궂이 패션에 한정하여 말하자면, 최근들어 롯데와 현대
백화점이 진출하면서 서울의 내셔날 브랜드가 이미 부
산소비자들을 장악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이지역을 대
표하는 디자이너들은 그만큼 어려운 입지에 몰아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업계의 영세성과 지방에서의
한계성.
일단, 서울에서 몰려오는 대형유통업체 진출과 IMF여
파로 인해 향토 유통업체가 초토화되면서 지역 입점업
체들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졌던 여파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높아지는 官의 이해와 관심도
그런 부산이 최근‘패션 도시’를 선언했다. 패션산업
의 재도약을 위해 재무장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진호 부산패션협회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뚝
심으로 유관기관과 유통업체들과의 관계개선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있어, 정부차원에서 섬유·패션산업을 전
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자구책을 수립하고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정부, 시, 중기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 업계에
대한 지원정책을 이뤄나가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패션산업에 대한 官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
일례로, 지난 10일 부산패션문화협회가 주최하는 미술
의상전에는 남충희 부산 광역시 부시장이 시종일관 자
리를 지키며 미술의상의 현황과 미래에 경청하는 자세
를 보여줘 기자의 색다른 흥미를 유발시켰다.
‘몰라서 공부 좀 하려고...’라는 조크를 하고 있었지
만, 흥미진지하게 패션에 관심을 갖는 官의 자세는 보
기 드문 일.
젊고 미래지향적인 官의 자세가 패션도시 부산의 가능
성을 읽게 해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일류가 지탱하는 자존심
게다가 여기에는 부산의 자존심이라고 까지 언급되는
지역의 대표 디자이너가 있다.
트랜드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오리지널리티를 제안하며, 영원한 엘레강스를
연출하는 디자이너 배용씨의 존재가 바로 그것.
지난 8일 열린 그의 고객초대전은 패션과 꿈, 그리고
디자이너의 진솔한 삶이 그대로 반영되는 장소였다.
‘정말 입어보고 싶은 옷’을 꿈꾸며 아름다운 인생의
한페이지를 장식했을 만큼 감미롭기도 했다.
특히 자연과 밀리터리, 그리고 엘레강스가 믹서된 이번
컬렉션에서 그는 컬러의 매치와 소재의 선택에 있어서
감탄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로맨틱한 꽃무늬 플레어 스커트가 있는가 하면, 댄디한
느낌의 롱 코트류, 인도 문양의 에스닉, 라인을 따라 내
려가는 바이어스 커팅과 핀턱디테일등이 일류디자이너
로서 저력을 말해준다.
한편, 부산 패션문화협회 회원들의 활동도 가속이 붙었
다.
작품은 젊고 이상이 담겨 있으며, 의욕이 넘친다.‘힘들
어도 끝까지 하겠다’는 자세도 감동적이다.
그들은 지금 산업적인 차원으로 승화될 수 있는 뭔가의
전환점을 기대하고 있다. 그 접목의 포인트는 바로‘
미술의상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관심’에 있을 것
이 틀림없다.
/유수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