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강성 노조 파업에 꺽였다”
“결국 강성 노조 파업에 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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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낱 같았던 ‘한국합섬·HK’ 회생론

삼성석유화학 신한·산업은행 3대 채권단
정상화 쟁점으로 勞組 무분규 서약 주시
2월 5일 극적 반전 없는 한 파산 불가피

‘PET 중합 일산 811톤, 방사 일산 750톤’ 국내 최대 PEF 생산업체인 한국합섬과 HK의 사활여부가 오는 5일 최종 결정된다. 그러나 사실상 분위기는 파산절차에 불과하다.
한국합섬과 HK가 1월 29일 대구지법에서 진행된 관계인 집회 결정과 관련 마지막 관계인 집회를 신청했다. 당장 파산절차를 모면했다지만 이는 일주일 시한부 삶을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양사의 명줄을 쥔 3대 채권사 모두가 1월 29일 집회에서 회생에 동의하지 않은 것은 결국 파산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5월 23일 ‘통합도산법’에 의거 회생절차를 모색한 한국합섬·HK가 ▲6월 7일 재산보전처분 결정 ▲6월 27일 회생개시 결정 등 대구지법의 잇따른 긍정적인 결정에도 결국 파산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7개월동안 법원의 중재아래 양사와 채권단간 숱한 회생방안을 모색했지만 끝내 불발된 것이다.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은 것은 한마디로 희망이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같은 측면에서 양사가 관계인 집회를 일주일 연장시켜 마지막으로 갖는다해도 극적인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회생동의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다. 다시 말해 일주일이라는 시한은 너무나 촉박하다.
한국합섬과 HK는 회생을 위해 채권단에게 신규자금 155억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반응은 냉담했다. 특히 채권은행 중 산업은행은 신규자금 자체를 반대했다. 채권단은 “155억원을 투입한다손 치더라도 반드시 회생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유라고 밝혔다.
그만큼 PEF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나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로 보인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합섬과 HK의 노사관계 정리 유무다.

한국합섬과 HK가 ‘통합도산법’에 의거 회생절차에 나설때만 하더라도 회생은 실낱같은 희망이 보였다. 선후발 경쟁업체들이 이미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에 있었기 때문. 양사의 제품은 POY DTY 등 범용 PEF가 절대 비중을 차지해 경쟁업체들의 구조조정은 오히려 양사의 생산판매에 날개를 달아 주는 상황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신기루로만 끝났다. 노조의 무단공장점거와 파업사태가 원인이다.
지난해 초 한국합섬과 HK는 2003년 이후 진행된 화섬업계의 구조적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경쟁업체들이 2004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2년이상 늦은 것이다. 그 2년여의 시간은 유동성 부족과 적자를 확대시켰고 채무누적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했다. 이는 또 공장가동률 저하와 매출감소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한 원인이 됐다.
한국합섬과 HK가 지난해 5월 23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할 시 경영상태는 2005년 적자 530억원, 임금체불 59억원, 전력요금 40억원, 원료대금 700억원 등 채무가 약 2700억여원에 달했다.

이같은 회사가 살아나려면 노사가 합심해서 노력하더라도 채권단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양사의 노사는 그렇지가 못했다. 특히 민노총 산하 화섬연맹 소속 한국합섬·HK 노조는 사측의 경영정상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측이 요구한 ‘경영이 정상화 될때까지 무분규를 시행한다’는 서약을 무시한 채 파업만 되풀이한 것이다.
노조의 파업은 정상적인 기업도 유명을 달리하게 할 수 있다. 이같을진데 정상기업 궤도를 벗어난 한국합섬·HK가 처한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제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다.
정상적인 회사는 노사 양측의 배려와 신뢰속에 성장한다. 회사가 부실해지는 것은 사측의 경영잘못과 노측의 복무기강해이 탓 등 한쪽의 일탈현상도 있지만 대부분 노사의 합작품으로 귀결된다. 한국합섬과 HK 역시 이의 연장선 상이다. 사측은 구조조정 시기를 가늠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불렀고 노측은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했다.

노측의 구조조정 반대는 철밥통을 지키겠다는 1차원적인 생각이다. 회사가 골병이 들다못해 결국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절박한 사태인데도 노조가 이를 무시한 것이다. 금강합섬의 전례가 있는데도 한국합섬과 HK노조가 선택한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위다. 이를 채권단이 간과할 리가 없다.
이제 한국합섬과 HK에 남겨진 것은 다름 아니다. 일주일도 채 못남은 마지막 관리인 집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기대하는 것은 노측의 무분규 선언 뿐이다. 그렇다고 키를 되돌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한때 섬유산업 성장의 기관차였던 한국합섬·HK의 궤도이탈 시간만 째각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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