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사는 것은 ‘디자이너의 魂’을 갖는 것”
국내 10대 패션디자이너. 섬유패션도시 대구를 대표하는 섬세한 감성을 소유한 디자이너. 항상 새로움을 찾아 탐구와 연구를 거듭해온 철학이 있는 디자이너. 온갖 수식어가 모자 랄 만큼 패션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디자이너 박동준. 그런 그녀가 4년 전 잘 나가던 백화점 매장에서 철수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작품세계를 펼쳐보기 위해서다.
나만의 공간은 대구 중구 대봉동에 지상 6층, 지하1층 연건평 400여평으로 마련됐다. P&B아트센터다. 센터는 패션아트 자료실, 패션살롱, 갤러리, 매장, 작업실, 소극장등 패션과 문화, 예술이 자연스레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평생의 꿈이 34년여 만에 절반이 실현된 셈이다.
옷은 삶의 모든 것 담아내야
다양한 쟝르 패션접목 독보적
그녀는 이곳에서 여유와 탐구를 즐기면서 나만의 옷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와 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패션에 접목, 국내외에서 두각을 보여 온 터다. 이 부문에서 단연 국내 독보적인 디자이너로도 유명세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프랑스, 이태리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가 그러하듯 문화와 예술이 스며든 디자이너의 열정과 혼이 깃든 나만의 옷을 만드는 대장정이 시작됐다.
문화와 예술이 옷에 스며들다
영문학을 전공하던 대학 4학년. 22세의 대학생 박동준씨는 부친의 소개로 교육자이자 패션디자이너, 미술가로 유명한 이종천 교수를 만나면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와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하는 분수령을 맞게 됐다.
이 교수로부터 미술에 대한 정식 가르침을 받은 그녀는 미술교육학을 전공하게 이른다. 학부에서 정점식 화백을 만난 것도 그로서는 대단한 인연이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의류학과에서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미술과 패션을 두루 섭렵하면서 그녀는 디자이너로서의 끼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80년 초 정점식 화백이 “그림으로 패션쇼를 열어보면 어떨까”라는 제의를 받으면서 디자이너 박동준씨는 미술과 패션의 만남을 통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까지 총 4차례에 거쳐 정점식 화백만의 분명한 색깔인 붓의 속도감, 유연함을 접목한 의상을 만들어 패션쇼를 가졌다. 고객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옷에도 몬화와 예술이 접목될 수 있다는 신선함과 소장가치, 자부심 등이 교차하면서 일약 400여 벌이 팔려나갔다.
“스승님의 붓 테크닉과 터치가 너무 좋았다. 처음엔 걱정이 앞섰지만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디자이너 박동준씨는 이를 계기로 문화와 예술을 크로스 오버한 다양한 나만의 옷을 만드는데 열정을 보였다.
2002년 화가 이명미씨의 밝고 경쾌한 그림을 잇 따라 옷에 접목, 국내외 언론과 마니아들에게 호평을 받아내며 이 영역에서 두각을 보였다. 당시 독일의 대표 국영방송인 ZDF가 한일 월드컵을 개최하는 한국을 방문,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박동준씨를 꼽고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박씨의 옷의 세계를 취재, 독일 전역에 방영한 바 있다.
이후 일본RCC히로시마, CNN, 일본 구마모토 아사이 등이 다투듯 박동준씨의 패션세계를 취재하는 열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나만의 공간에서 새로운 옷세계 개척
세계가 인정하는 디자이너로 우뚝
디자이너 박씨는 내친김에 멕시코 국보급 화가인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품을 의상에 담아내 미술과 패션의 접목부문에서 완성도를 높여 왔다.
우리 전통문화를 옷에 접목, 문화와 의상을 세계화 하는 작업도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고려 와당문양을 의상에 접목, 패션쇼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밖에 화가 백영경씨의 그림 접목에 이어 연극인 박정자, 윤석화, 손숙씨 등의 무대의상 연출을 통해 폭넓은 나만의 옷의 세계를 펼쳐왔다.
“우리가 입는 옷은 삶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음악과 미술, 문학 등 각종 장르를 우리가 입는 옷에서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옷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동준씨가 백화점 매장을 철수하고 나만의 공간인 P&B아트센터를 마련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그의 열정은 음악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글쎄요, 순서에 의미는 없지만 미술, 음악, 문학 순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문학은 영감만으로 패션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심오한 작업이 될 것 같아 조금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07년 프랑스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과 추상화의 혁신 마크로스코의 작품을 패션에 접목한데 이어 08년 빈센트 반 고흐의 뚜렷한 윤곽과 강열한 색채를 옷에 접목한 쇼를 가진 후 나온 말이다. 그렇다고 미술의 접목에 마침표란 의미가 아니다.
미술과 음악의 크로스 오버로 새로운 옷의 세계를 개척해 나간다는 게 디자이너 박씨의 생각이다. 올 들어 그대로 현실화됐다.
올해 3월 F/W SFAA쇼에서 박씨는 뮤지컬 시카고의 주인공 모자와 율동, 주제음악에서 영감 받은 의상을 선보여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오늘(12일) 열리는 S/S SFAA쇼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중 러브송(그대에게서 바라는 것은 오직 사랑뿐)에서 감미롭고 복고적인 분위기에서 영감 받은 의상들을 발표할 계획이다.
나만의 색깔, 나만의 경쟁력
디자이너 박동준씨는 요즘 마니아들을 만나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나만의 색깔로 만든 옷이 고객이 평가해주고 끊임없이 찾아와 주는 것이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매출을 올려 이익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벌의 옷이라도 가치와 디자이너의 인격을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 박씨의 욕심이자 경쟁력이다.
3~4000명에 이르는 고객. 그중 500여 명이 VIP고객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중 연중 박씨의 쇼와 센터를 빠짐없이 찾아 계절별 의상을 구입하는 VVIP고객이 100여 명에 이른다.
“대구를 비롯 전국에서도 유일하고 독특한 옷을 만들려고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박씨는 “고객에게 자부심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철저히 맞춤형으로 의상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가격도 백화점 매장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높다. 여유 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 문화와 예술세계에서 얻은 영감들이 좋은 디자인, 좋은 소재, 정성어린 바느질과 만나 고품격 맞춤의상이 탄생하는 만큼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게 디자이너 박동준씨의 설명이다.
“글쎄요, 옷을 산다고 하면 제가 만족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의 혼과 인격과 감성이 스며든 가치를 인정하고 구입해 가는 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디자이너 박동준씨의 경쟁력이다.
아름다운 가게 공동대표, 세계패션그룹 한국협회장, 한국문화예술협회원, 대구아트페어 운영위원등 단체활동에서도 열정적인 박씨는 앞으로 문화와 예술, 패션을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싶다고 했다.
/김영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