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원자재 폭등, 韓 섬유산업을 집어 삼키다
중국發 원자재 폭등, 韓 섬유산업을 집어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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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섬·천연 全 부문 폭등, “불가능한 수준까지 왔다”


10년만의 부활을 꿈꾸는 섬유산업이 ‘원자재 가격 폭등’ 복병을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 내수 호경기로 섬유류 원부자재 가격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관련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140년 만에 최고 가격을 경신하고 있는 면(Cotton)에 이어 화섬 원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여기에 양모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호주산을 중국이 싹쓸이 하면서 양모 가격이 급등, 한국 소모·방모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모피 역시 올 들어 원자재 값이 45% 급등한 데 이어 내년에도 20%이상 상승이 예상되는 등 전 부문에 걸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면은 최대 생산국인 인도가 수출을 중단하고 완제품 수출로 전환하는 한편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면 생산국 제품을 중국이 싹쓸이 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30~40수용 코마사 원면은 지난달 이미 뉴욕 선물시장 기준으로 1달러 30센트를 찍었다.


이에 따라 면·면 교직·레이온 絲는 폭등 가격에도 원료를 구하지 못해 오퍼를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연간 800만 달러의 면복합직물을 수출하는 S社 K사장은 “원가 인상폭에 비해 바이어들의 단가 현실화 폭이 5~10센트에 그치고 있어 면, 레이온 직물은 사실상 오퍼를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화섬 및 면교직물을 수출하는 H社는 이미 수주한 오더가 적자에 근접한데다 다음달부터 오더를 진행할 면사가 없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 회사 Y사장은 “CM 30수와 20수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녀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리당 1100~1200달러를 줘도 구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흥분했다.


대구 동산동 실 골목에서는 11월 중순 현재 면 CM 30수 가격이 고리당 130만 원을 웃돌고 있으며 그나마 소량만 제한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면 파동과 가격 폭등, 레이온사 폭등, 염·조제가 폭등으로 섬유제조원가 추가 부담폭은 20~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출단가는 야드 당 5~10센트 선 반영에 그쳐 채산성 악화에 따른 수출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원면 가격은 두 배, 면사 가격은 60%까지 급등 한데 이어 레이온 가격도 60%까지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사 가공, 준비, 제직, 염색에 이르는 공정별 단가도 연초 대비 20~40%까지 치솟고 있다.


그러나 세계 시장 바이어들은 이 같은 원가 인상분 수용을 거부하고 있어 섬유 수출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대체제로 인식되는 화섬 원료 가격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주요 원료인 TPA는 10월 1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톤당 134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8월 대비 무려 44%나 인상된 셈. MEG 가격도 이달 들어 1100달러를 돌파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PA의 경우 불가능한 숫자로 여기던 1300달러를 넘어 상상하기 힘든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11월 들어 하루에 150달러씩 뛰기도 했는데 시장 예측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요 원사 가격도 11월부터 본격 인상될 전망이다. PSF(Polyester staple fiber)는 kg당 1달러 40센트에서 1달러 70센트를 넘어섰고 곧 2달러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PEF(Polyester filament)는 파운드당 95센트에서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


이같은 화섬 원료 가격 폭등은 중국내 TPA 생산 업체의 공장 트러블과 투기세력이 가담한 가수요 발생, 원면 공급난, 중국 수요 폭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돼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양모 가격 급등으로 울 제품 생산업체들의 불만이 최고도에 올라 있다. 양모는 중국이 닥치는 대로 사들이는 바람에 가격이 폭등, 우리 업체들은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뿐 아니라 그나마 수입 물량도 얼마 되지 않는 실정이다.


최근 10월 이후 호주 양모가격은 매주 최고 가격을 갱신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슈퍼 파인울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는데 16.5마이크론 및 17.5마이크론 호주 산지 가격은 11월5일 기준, 전달과 비교해 한 달 사이에 무려 18.11%, 20.11% 급등하고 있다.


가격 대비 상승률(미 달러화 기준)은 각각 23.64%, 25.73%로 더욱 강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56.59%, 53.79% 폭등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소모방업계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모직물 가격 인상이 어려워 업계 경영 상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호주 양모 생산은 과거 20년 동안 계속 줄어드는 양상을 보여 왔다. 그러나 앞으로도 감소 추세가 지속되는 반면, 미국 및 유럽 등지의 모제품 수요는 증가함에 따라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소모방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현상은 중국으로부터 저가 모직물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 95년 전체 수입 중 중국산 비중은 1.1%에서 05년 30.7%를 차지해 이탈리아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08, 09년에는 내수 부진 및 원화 약세, 위엔화 강세 등으로 수입이 다소 감소했으나 금년 들어서는 원화 상승으로 다시 모직물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9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40.7% 증가해 국내 소모방 업계는 양모가격 급등, 중국산 모직물 수입 급증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원화 가치가 높아지고 한·중 FTA가 체결되면 국내산 모직물은 내수시장에서 위엔화 강세 등으로 중국산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사라져 남아 있는 기업마저 심각한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어패럴 업계가 국산제품 가격을 적정화하고 국내산 모직물을 사용해 공생 관계를 하루 빨리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또 한·중 FTA 협상시 모방 산업을 농업에 준하는 산업으로 분류해 양허제외를 검토해야 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양허기간을 최대한 늦춰 국내 모방업계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피 업계도 원피 급등으로 인한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올 들어 1플레이트(Plate : 60cmX120cm) 당 45% 상승한 원피 가격은 내년에도 20%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사재기해 둔 물량까지 소진된 상태라 웃돈을 줘도 원피를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모피협회(KPA) 김용구 사무국장은 “미국은 15년 만의 모피 파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오더는 폭주하는데 원단이 없어 수출은 포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같은 사태는 중국 내수 경기가 빅뱅으로 불릴 만큼 활성화되면서 생긴 현상으로 관련 업체들은 “시작이 이 정도니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향후 벌어질 사태에 자구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동취재=대구 김영관 기자
부산 장성근 기자
서울 정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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