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에는 섬세함과 감수성이 높아진 남성복을 표현하는데 적합한 컬러와 소재들이 선보였다. 레트로 감성의 파스텔 컬러와 천연소재 특유의 뉴트럴 컬러가 돋보였으며, 패턴과 프린트를 배제하고 톤온톤 코디네이션 등 컬러 매치에 집중했다.
여름 소재인 린넨뿐만 아니라 저지와 레더, 코튼 등 다채로운 소재가 부드러운 감성을 배가했다. 활동성을 강조한 캐주얼과 아우터류도 눈길을 끌었다. 서머 트렌치와 캐주얼 자켓, 베이스볼과 라이딩, 요팅 등 스포츠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테일이 기능성과 활동성을 더했다. 카라와 앞섶, 소매 등에 절개와 지퍼로 디테일을 변형한 자켓이 두드러졌고, 길이에 변화를 준 쇼츠, 셔링과 밑단에 재미를 준 팬츠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더욱 컬러풀한 타이와 스카프 착장, 혹은 셔츠 넥 라인의 변형된 디테일에 시선이 집중됐다.
남성패션의 토탈화 경향과 발맞춰 구성된 다양한 액세서리도 주목을 받았다. 가벼운 캔버스 소재의 빅백은 물론 세련되고 포멀한 스타일의 포트폴리오백, 브리프케이스가 눈에 띄었다.
◀장광효 CARUSO
“비우는 것이 더하는 것이다. 디테일을 최소화하고 정제함으로써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디자이너 장광효는 관록과 역량을 테일러링과 실루엣에 집중했다. 간결하고 슬림한 라인은 온유함과 자연스러움이 느껴지게 했고, 린넨과 코튼, 데님과 가공된 울이 먹색의 농담에 따라 은은하게 빛났다. 턱시도 셔츠에서 응용한 액세서리 등 디자인 요소와 라이트블루의 포인트 컬러가 컬렉션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송지오-SONGZIO HOMME
하이테크 테일러링을 보여준 송지오 쇼에는 버드나무를 스치는 봄바람이 나부꼈다. 소매 끝자락부터 팬츠 밑단까지 바람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남성성이 강렬하게 부각된 와이드 팬츠와 홀터넥 톱, 아우터에서는 여성적인 디자인이 느껴졌다. 한없는 가벼움과 풍성한 볼륨감은 에어로 쿨, 쿨 맥스 등 냉감 효과가 있는 최첨단 하이테크 신소재가 사용됐다. 화이트와 블랙, 브라운, 그레이로 담백한 동양적 서정을 일관했다.
◀이정재-BON
남성복의 기성개념을 탈피한 유니크한 컬러와 디테일의 위트가 눈길을 끌었다. 레몬과 민트, 핑크 등 파스텔컬러가 생기를 돌게 했고, 포인트 컬러로 사용된 레드, 네이비, 그린이 중량을 더했다. 채도 높은 레드와 그린 등 선명한 컬러와 다양한 길이로 선보인 트렌치코트가 경쾌한 봄에 어울리는 아이템으로 제안됐다. 롤리팝 프린트, 브랜드 네임을 응용해 디자인한 버튼과 디테일이 클래식 감성의 룩에 재미를 더했다.
▶한상혁-MVIO
‘라이딩’이라는 주제를 디자인과 음악, 스타일링에 이르기까지 완성도 높게 표현했다. 누드와 뉴트럴 컬러의 미묘한 톤 변화를 보여준 세련된 컬러도 감각적이었다. 안장을 연상시키는 외부의 포켓, 라이더스 자켓의 와일드 지퍼 장식 등 다양한 라이딩의 모티브를 모던하게 풀이했다. 스카프 프린트의 티셔츠와 액세서리로 연출된 쁘띠 스카프는 라이딩 클럽의 깃발을 연상시켰다.
◀정두영-FAHRENHEIT HOMME
리조트 룩에서 영감을 얻은 정두영의 컬렉션. 블루, 옐로우, 그린, 오렌지 컬러 순으로 컬렉션을 이끌었고 수트 라인부터 이지 캐주얼, 바람막이 점퍼의 아웃도어 캐주얼 스타일까지 트래블 토탈 룩을 제안했다. 얇고 가벼운 셔츠들과 쇼츠, 롤업 팬츠, 가벼운 니트 아이템, 윈드자켓 등 클래식 스포츠를 위한 아이템이 자유분방하게 느껴졌다.
▶홍승완-ROLIAT
‘로리엣’의 런웨이에서는 시트러스 향이 느껴질 것 같았다. 홍승완은 2년 전 일본에서 런칭해 인기를 끌고 있는 ‘로리엣’과 여성라인을 함께 선보였다. 비스포크 형태의 모던 클래식 라인을 토대로 이태리 남부 미지의 섬 몽지벨로를 상상하며 디자인했다. 자연적인 색감과 가공을 거치지 않은 거칠고 투박한 터치의 소재를 그대로 사용해 소박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아일릿 레이스, 페리즐리 패턴의 레이스, 자연스러운 구김의 린넨, 컨트리 클래식 무드를 로맨틱하게 재해석했다.
◀김석원-ANDY & DEBB HOMME
여성복 ‘앤디앤뎁’의 동격 이미지 그대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맑고 깨끗한 컬러가 돋보였다. 연한 벚꽃색과 아이보리, 베이지, 라이트 블루와 맑은 그레이가 간결하면서도 유니크한 디테일에 물들여졌다. 액자 틀, 샹들리에, 전등 갓, 래티스 워크라 불리는 격자무늬 철망 등 건축과 인테리어적 요소가 컬렉션의 악센트로 사용됐다.
▶박성철-LINE OR CIRCLE
복잡한 기계의 요소를 분리해서 다시 조합해 여러 패턴을 만들기도 하고 상반된 것들을 조합해 스타일링을 시도해 보였다. 레드, 옐로우, 네온 그린 등 비비드 컬러를 포인트로 사용했으며 클래식을 베이스로 아웃도어 디테일을 가미했다. 가죽 베스트, 구조적 프린트 티셔츠, 화려한 컬러의 니트 스웨터, 트레이닝 저지와 테일러드 자켓의 믹스 등 컬러부터 소재, 무드까지 다채롭게 믹스매치해 유니크한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고태용-BEYOND CLOSET
쇼츠와 니삭스, 가위로 자른 듯 실밥이 나온 바짓단, 오버사이즈의 팬츠가 아버지의 옷장을 호시탐탐 엿보는 소년기를 떠올리게 했다. 자연스러운 소재와 디테일, 체크 패턴에서는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풍겼고, 레드를 포인트로 네이비, 블루, 그레이가 경쾌해 보였다. 수트와 캐주얼웨어가 믹스매치 돼 동세대에게 반향을 일으킬 만한 컬렉션이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