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잇 따르고 경쟁 심해’ 지적도
패션 양말이 젊은 디자이너들의 창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업을 잇거나 남다른 애착을 가진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의류에 비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수년 간 양말 브랜드가 급격히 늘면서 디자인 차별화는 물론 지속적인 소재 공급 및 생산처와 유통을 확보하기 녹록치 않게 됐다.
‘얀웍스’ ‘아이헤이트먼데이’ ‘수티스미스’ 등 잘 알려진 브랜드들은 명확한 철학과 컨셉을 갖고 매 시즌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각각 패션 양말부터 최고급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것, 5천 원대부터 4만 원대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에첼’의 페이크삭스는 단일 아이템으로 2억 원 이상이 판매 되기도 했고, ‘얀웍스’는 유수 양말 제품이 보급된 일본의 트레이드 쇼에 참가하기도 했다. 한때 제조업체들마저 “걸레 값”이라고 자조했던 양말이 지금은 높은 자존감과 디자인 의식을 갖게 됐다.
양말 시장의 판도도 달라졌다. 백화점 잡화 코너에 구색으로 놓여있거나 의류 편집매장에 미끼 상품으로 준비됐던 양말들이 어느 새 전문 매장을 통해 선보이게 됐고, ‘삭스타즈’나 ‘삭스필’ 등 양말 브랜드 전문 편집매장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수요 및 유통이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브랜드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백화점 단독매장도 오픈한 양말 편집매장 ‘삭스타즈’는 현재 유통 중인 국내외 브랜드가 20여 개를 웃돈다. 불과 3년 전만해도 열 손가락에 꼽았던 양말 브랜드가 지금은 런칭과 폐업을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다.
이에 따라 신규 브랜드가 양말 업계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특히 자존심 높은 양말 브랜드들이 예민한 것은 ‘카피’다. 국내 양말 브랜드 ‘코벨’은 지난 해 국내 SPA 브랜드에 이어 올해는 SPA 브랜드에서 디자인을 도용하자 SNS로 알려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프로모션을 끼고 있는 대형 브랜드뿐만 아니라 신생 브랜드 사이에서도 카피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파이 인피니티’ 조은영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차별화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컵케이크 패키지를 고안했고 현재 디자인권 등록을 하고 있다”며 “많은 양말 브랜드를 입점 시키기보다 뚜렷한 컨셉을 갖고 알맞은 브랜드를 구성해 매장과 브랜드가 개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사를 확보하고 제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부산의 천마 등 각지에 대형양말 제조업체들이 남아있으나 이들은 주로 해외 수출을 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소량 제작을 할 수 있는 국내 편직 및 봉조 공장이 한정돼 있는데, 그마저도 가족이나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전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양말 업계가 좁고 인맥이 기반이 되고 있는 만큼 그들 사이의 평판과 입소문에 따라 브랜드 성패가 엇갈린다는 말도 나온다.
홍대 양말 전문점 ‘에디터삭스’ 장미정 대표는 “디자이너들이 소위 ‘시장 양말’이라는 비 브랜드는 물론, 디자인을 도용한 브랜드에 대해서도 껄끄럽게 여겨 좋은 브랜드 입점을 위해 양말 업계의 소문을 의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매장 확장에 대해 “다른 업종의 매장을 운영하던 지인들이 매출이 난다는 소문에 비슷한 컨셉과 구성의 양말가게를 근처에 열기도 한다”며 “양말은 충동구매가 많아서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 입지해야 하는데, 시내 대로변 등은 지가가 높아 쉽사리 가게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