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 봉제가 살아야 섬유·패션이 산다] 우리가 强小봉제의 주역 하태홍 선학어패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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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야스 봉제 28년 “늘 직원들에 고마웠다”

봉제 하고파도 인력난 걸림돌
소비자 국내 생산 내의 사줘야
국내 봉제기반 활성화 이끌어

“당장 소비자가 국내 생산 옷을 사줘야 봉제기반이 살아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리야스라 할 수 있어요. 지금 마트나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메리야스 대부분이 부도난 국내기업 브랜드를 단 제품입니다. 중국 인도네시아 개성공단 등에서 생산한 저가 저마진 내의가 국내 유통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소비자들까지 싼 맛에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데 살아나갈 재간이 있습니까?”

중국산 물량이 들어오기 전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 했지만 겨우 소기업 규모를 벗은 상황에서는 역부족, 그 자체였다. 물량을 앞세운 중국산과의 경쟁에서는 국내 봉제로서는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가 없었다. 국내 메리야스 봉제가 설 땅을 잃어가는 현장은 봉제인의 탓이라기보다 역설적으로 유통과 소비자의 합작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다가왔다. 지금 국내 홈쇼핑 유통 내의 90%는 중국산이다.

19살 때 섬유와 연을 맺었다. 그 연은 38년 간 이어졌다. 앞으로 계속해서 연을 이어가고 싶으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사업장에는 70세에 근접한 봉제인까지 함께 일한다. 봉제사업장 경영도 힘이 들지만 이제는 보람까지 잃는 상황을 맞았다. 의지의 상실(?)이랄까. 주인공은 28년 간 메리야스 봉제의 길을 걸어 온 하태홍 선학어패럴 사장(57)이다.

“봉제는 50세에 들어서면 기능저하가 나타납니다. 현재 사업장의 평균연령대는 60세에 가까워요. 40대 인력은 극히 양호합니다. 그만큼 신규인력 구하기가 힘들어요. 노동부 지원 인력은 현장에 오면 손에 익지를 않아 스스로 견뎌내지 못하고 도중하차합니다. 인력이탈 심화만 부추기는 꼴이죠. 이제는 봉제사업을 하고 싶어도 인력이 없어 못한다는 게 현실화하는 것 같습니다.”

하 사장은 늘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가슴에 담고 산다. 힘들고 박봉이지만 동고동락을 같이해준 그들 때문에 지금까지 버텨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 같은 마음을 지니는 것조차 사치스러울 정도가 됐다. 직원 대부분이 10여 년 이상 한 솥 밥 먹는 한식구들이지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서다. 그래서 가슴만 더 아프다. 잘 나간다는 메리야스 봉제사업장의 현실은 어두운 미래에 대한 불안에 짓눌려 있었다.

“무려 15년 간 중국산 물량공세에 시달려 왔지만 올해 같은 불황은 없었던 것 같아요. 내의입기 등 선심성 행정의 온기 역시 국내 메리야스 봉제에 사각지대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제 완전 탈바꿈이냐? 올인 하느냐? 선택의 길만 남았습니다. 국내에 내의봉제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예요.”

그는 메리야스 봉제의 생존경쟁은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고 단언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내의는 재래시장이 아니면 판로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유통 메리야스 가운데 국내 생산품은 10%에 불과하다 했다. 대구 메리야스 봉제는 국내생산품의 80%에 달하지만 누구하나 눈여겨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의 선심성 행정을 예로 삼았다. 그는 정부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며 펼치는 내의입기 캠페인은 국내산을 대상으로 입히자는 게 맞는가? 라고 되물었다. 선심성 행정까지 철저히 국내 메리야스 봉제를 외면한다는 하소연이다.

“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메리야스 봉제는 계절을 많이 탔습니다. 주로 겨울시즌용 판매였죠. 하지만 이젠 내의 개념이 바뀌어 갑니다. 기모 발열 등 기능성 트렌드가 대세예요. 그렇지만 런닝 아이템이 없다는 게 새로운 고민으로 등장했습니다.”

하 사장은 메리야스 봉제는 리듬을 타는 산업이라 했다. 매년 새로운 상품을 기획 생산해야 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라 덧붙였다. 최저 임금을 갓 넘기는 상황에 정부의 무노동 무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는 거리가 멀다했다. 수용이 난감한 정부의 시책이나 인력난은 봉제산업을 소규모 소가족 사업장으로 이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선학어패럴은 연간 매출 25억 원, 근로자 25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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