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시대 “한국은 내게 기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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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억대 中 자산 정리해 한국 투자 이민
위중무역의 정량(39) 사장<사진>은 동대문 시장에서 원단을 구매해 중국에 수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중국 한족 출신으로 2002년부터 한국산 원단을 수입하기 시작해 원단 비즈니스만 13년째 다. 경기가 좋던 2009년에는 하반기 6개월 동안 15만 야드의 원단을 중국에 수출했고 지금도 매년 수만 야드씩 중국에 보내고 있다.

상해와 북경 두 곳의 에이전트와 거래하며 한국 원단을 수출하던 그는 아예 한국 투자 이민을 결심하고 지난 11월2일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정착했다. 그는 북경의 128㎡(36평형)와 64㎡(18평형) 아파트 두 채만 따져도 부동산 재산이 15억에 육박하는 자산가다.

조만간 이민 허가가 떨어지면 중국내 모든 자산을 정리할 계획이라는 정량 사장이 고국을 떠나 한국으로 이민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그는 “한국 동대문 시장 원단의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지난 10일 타결이 선언된 한·중 FTA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원단은 이미 한국산 제품의 80%까지 작업이 가능하다. 10개 아이템 중 8개는 중국에서 더 싼 값에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한국 동대문 시장의 원단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했다.

“동대문 시장은 속도가 빠르다. 아침 10시 시장에 나가 원단을 찾다 없으면 오후 2~3시쯤 물건이 준비됐다고 전화가 온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소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중국에서는 최소 수천~수만 야드 단위로 오더해야 되지만 동대문 시장은 30야드, 80야드 같이 적은 수량을 구매해도 즉시즉시 답이 온다.” 그는 중국에 앞선 후가공 기술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한국 폴리 화섬직물의 터치나 컬러는 중국산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퀄리티가 높다. 후가공 분야는 아직 중국이 따라잡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원단 비즈니스를 하다가 양국 FTA를 계기로 한국 정착을 결심했다.

“한·중 FTA를 기회로 對中 원단 수출 사업을 키우기 위해 아예 한국으로 들어와 현재 투자 이민 절차를 밟는 중이다. 내게 동대문 시장은 기회의 땅이다.” 우리 업계는 양국 FTA로 인해 국내 섬유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지만 그에게는 오히려 FTA가 기회로 다가온 것이다. 단점이 없을 수는 없다. 그는 비자 문제와 원단 종류가 여성복에만 치우친 점은 아쉽다고 했다.

“한국 원단 시장은 여성복 위주라서 남성복 원단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중국 바이어들은 남성복 원단의 경우 이탈리아나 프랑스로 많이 간다. 그러나 여기는 납기가 2~3달이나 걸려 빠른 대응이 어렵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유럽 현지에서 옷을 구매해 동대문 시장에서 원단을 찾아 구매하는 바이어들도 많다. 결국 이탈리아 물건도 한국에 와서 해가는 셈이다.”

그는 주변에 자신처럼 한국 투자 이민을 생각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11월 초에만 중국에서 친구 6명이 찾아와 한국 시장 조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정량 사장은 우선 동대문 시장이 가까운 창신동의 다세대 주택 3층을 얻어 3명 가족 보금자리를 꾸몄다. 그는 3칸의 방 중 하나를 사무실로 만들어 일을 보고 매일 오후에는 동대문 시장으로 출근하며 한국 원단 거상의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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