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민속박물관 ‘청바지 특별전’ 시즌2 재개관 - 스토리 있는 청바지에 뜨거운 반응…월 25만명 관람
■ 국립민속박물관 ‘청바지 특별전’ 시즌2 재개관 - 스토리 있는 청바지에 뜨거운 반응…월 25만명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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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함께 와 이야기 꽃을 피우더라”

“1970년대 초반, 아버지 몰래 청바지를 구입해 입었다. 아버지는 ‘청바지는 여자의 몸에 좋지 않을 뿐더러, 얌전하지 못한 옷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몰래 사입을 수 밖에 없었다. 청바지를 구입한 사실이 들통나자 아버지는 그 청바지를 아궁이에 태웠다. 내가 보는 눈 앞에서 말이다.” 1955년 순응안씨 종가집 딸로 태어난 안서진씨의 청바지에 대한 단상이다.

지금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입는 대중적인 옷이 됐지만 당시 청바지는 어른들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 서양 문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청바지는 80년대 교복자율화를 계기로 제도권으로 들어오고 90년대 옹골진, 잠뱅이 등 브랜드 제품이 시장에 선보이면서 완전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전시를 기획한 국립민속박물관 이건욱 학예연구사는 “의식주 중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생활사를 보여줄 아이템을 찾다가 청바지를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전시장에는 독일 부텐하임에 있는 리바이 스트라우스 박물관에서 직접 대여해 온 1938년산(産) 리바이스 청바지를 비롯, 세계 각국의 청바지 변천사가 한눈에 펼쳐져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어느 광고회사가 의뢰해 2009년 북한에서 생산된 ‘노코노 블랙진’은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옷은 한정 생산돼 스톡홀름의 한 백화점에서 판매했으나 반대 여론에 밀려 진열된 지 반나절 만에 철거됐다고 한다. 현재 가장 오래된 청바지는 1910년산으로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처럼 스토리를 가진 청바지들에 관람객들은 반색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포함, 월 평균 약 25만명이 이곳 ‘청바지 특별전’ 기획전시실을 찾고 있다. 이 학예사는 “3대가 함께 와 청바지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더라”고 말했다. 소통이 중요한 화두가 된 한국 사회에서 사연이 있는 민속유물에 대중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박물관측은 이를 간파하고 과거 한국의 청바지 문화를 선도했던 이재연 모델라인 회장과 가수 양희은씨 같은 대중적 인사들의 인터뷰를 따 전시장 곳곳에서 상영하고 있다.

이곳 약 600㎡(180평) 규모의 제1 기획전시실에는 약 150여벌의 청바지가 전시돼 있다. 시대적 가치가 있는 귀중한 사료인 만큼 제품 보존을 위해 박물관측은 조도를 낮추고 모든 조명을 LED로 교체했다. 옷 손상을 막기 위해서다. 또 전시된 모든 청바지는 엄격한 보존처리 과정을 거쳤다. 이 학예사는 “보존복식 과학자들이 보통 하루 반 이상 훈증을 통해 보존처리를 했다”며 “옷이 손상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기획은 ‘소금’이 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시기획은 사전 조사 같은 준비기간을 따지면 보통 수년에서 10년씩 걸리기도 한다. 이번 ‘청바지 특별전’도 2012년부터 조사를 시작해 일반에 공개되기 까지 약 2년이 걸렸다. ‘소금’으로 펼쳐질 생활사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벌써 궁금해 진다.

차경남 회장 기증 계기로 12월24일 재개관
전세계에서 약 700여벌 수집, 박물관에 기증
박물관측은 의외로 옛날 청바지를 구할수 없어 애를 먹었다고 했다. 이 학예사는 “국내 유수의 브랜드사들에 문의했으나 각 회사의 1호 청바지를 구할 수 없었다”며 “80년대 제품조차 없어 전시를 기획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15일 열렸던 ‘청바지 기획전’이 12월 24일 시즌2 개념으로 재개관하게된 이유다. 이는 차경남 서울봉제산업협회장의 청바지 기증이 계기가 됐다. 차 회장은 지난 30년간 청바지만 생산해 온 이분야 장인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지난 30년간 약 700여벌의 청바지를 모아 소장하고 있다. 당시 구입가로 따져도 70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는 이중 약 80여벌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고 박물관측은 사료적 가치가 있는 50여벌을 선별해 전시했다.

차경남 회장은 “70~80년대 초창기 국내에서는 청바지를 배울 책도 없었다”며 “나 자신은 물론 후배 디자이너들을 가르치는 교재로 삼기 위해 청바지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옛날 디자인이라고 쓸모가 없을까? 그는 “지금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획기적인 디자인이 더 많다”며 “청바지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융화돼 있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바로미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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