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NGO, 유독 한국계 벤더에 엄격하다?
[한섬칼럼] NGO, 유독 한국계 벤더에 엄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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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3일 오전 11시 30분, 여의도 한세실업 본사 앞 도로에는 NGO인 기업인권네트워크(KTNC Watch) 활동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올 초 미얀마에서 벌어진 임금인상 시위와 관련, 한세실업 현지 자회사인 코스텍 인터내셔널(Costec Int’l)의 노동자 탄압을 규탄하는 자리였다.

이들의 주장은 크게 ▲코스텍의 임금인상 관련 합의 내용을 공개하고 ▲해고 노동자 및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불이익 금지 선언, 2가지로 압축된다. 그러나 본지가 정식 루트를 거쳐 한세실업에 확인한 결과 이들의 주장은 상당부분 오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르면 한세실업은 노·사·정 합의를 통해 기본급 9600짯(약 1만272원)을 인상, 주 44시간 근로 기준 월 급여가 9만9700짯으로 올랐다. 1년차가 이렇고 연차에 따라 지급되는 수당혜택과 기본급 2배인 오버타임 수당을 받을 경우 급여액은 훨씬 더 높다. 작년 12월 기준 코스텍의 근로자 1인당 급여는 12만4000짯이었다.

해고 노동자에 대한 부분도 소명됐다. 한세실업은 시위 가담자에 대한 보복 금지를 위해 “회사는 현재 파업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실제 파업과 시위에 가담한 근로자들도 본인이 근무하던 위치와 직책 그대로 복귀했으며 회사는 인사나 급여 상의 어떤 불이익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단 여기서 드는 의문이다. KTNC는 어떤 곳일까? 이 곳은 공익법센터 어필/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국제민주연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관련 시민 단체들이 모인 NGO다. 국내외 인권 보호 활동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깊게 개입하고 있다.

KTNC는 2013년 3월 세아상역 니카라과 공장의 노동탄압 의혹을 제기한데 이어 작년 1월에는 활동가들이 캄보디아로 건너가 봉제기업의 노동자 유혈진압사태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캄보디아 노동탄압 사건에서는 약진통상 등이 언급돼 관련 기업들이 곤욕을 치렀다.

저임금 국가 인권탄압 지구촌 이슈
세계 통용 노동 표준 꼭 지키고
노동자 탄압 등 문제 발생하면
타이밍 놓치지 말고 당당히 대응하라
한국은 인권 관련 선진국 자부심 가져야

업계는 이들이 유독 한국계 벤더들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가질만 하다. 그러나 저임금 국가에서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봉제산업 특성상 외부 NGO들로부터 쏟아지는 관심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인권문제에 관한한 한국은 여느 OECD 국가들에 뒤지지 않을만큼 선진국이 됐다. 굳이 외부의 감시가 없어도 세계에서 통용되는 노동 표준을 지키는 일은 공정무역 패러다임이 강조되는 글로벌 경제 철학에 부합하는 일이다. 안으로는 상생과 협업을 강조하는 우리 기업 경영의 필수조건이다.

우리 벤더와 거래하는 미국과 유럽의 의류패션 기업들이 날로 까다로운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강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임금 국가에 진출한 우리 벤더들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공장당 수천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세금으로 큰 돈을 내는 외국계 기업은 권한이 크지만 이에 따른 책임도 당연히 수반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NGO 활동가들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대응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 대응방식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시기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일수록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카더라’는 식의 풍문이 확대·재생산되기 때문이다.

이번 한세실업 본사 도로앞 시위는 실기한 타이밍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한세실업은 KTNC 주장의 핵심이 합의문 공개라는 점을 알고 있었으나 대응방법을 빨리 확정하지 못해 결국 회사앞까지 활동가들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한세실업은 이미 ‘충분한 수준’으로 사태를 마무리 짓고 공장이 정상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는 불필요한 잡음이었다.

한가지 더. 적극적인 대응을 강력한 대처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팩트는 팩트대로 알려주고 잘못된 점은 바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당당한 대응’이 중요하다. 이미 해외에 진출한 한국 벤더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남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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