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고가’ 건설을 대안으로 비용과 효율 문제 ‘큰 관심’
본지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으로 인한 만리동, 청파동, 서계동 등 서울 서부지역 봉제산업 붕괴 우려를 다룬 시리즈 기사를 내 보낸 후 서울시가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본지는 2월 9일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으로 “서부 봉제벨트 초토화”, 2월 12일 서울역 고가 ‘공원화’…“당장 교통지옥 부른다” 등의 제목으로 서부지역 봉제산업 공동화 문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이후 각 일간 언론들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고 서울시는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문가를 파견하고 포럼을 개최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4월 9일에는 서울연구원 주관으로 서울시립대 남기범 교수와 서울봉제산업협회 차경남 회장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고가와 남대문시장, 소규모 봉제산업’을 주제로 특별기획 포럼을 개최했다.
이어 17일에는 서울시 정책 수석비서관이 서울봉제산업협회를 찾아 만리동 등 서부지역 봉제업계 현안을 듣고 돌아갔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19일 직접 서울 만리재로에 있는 공덕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대체 도로 건설을 검토하고 봉제산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본지가 주무 부서인 서울시 도로관리팀에 확인한 결과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과 관련해 대체 고가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부지역 봉제업계는 서울시 방안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울봉제산업협회 이상태(락어패럴 대표) 서부지회장은 “대체 고가가 생겨 왕래에 문제가 없다면 받아들일만 한 방안”이라며 “그러나 어느쪽으로 생기느냐는 문제는 남는다”고 말했다. 대체 고가 또는 도로가 통행편의 위주로 만들어져 물건과 사람이 오가기 편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역고가 공원화 반대 시민대책위원회 이충웅 위원장은 “서울고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확실한 대체 도로를 약속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현장 시장실 운영으로 대책위의 입장은 충분히 전달했다.
하지만 서울고가 공원화 사업은 해당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라 서울시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원활한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서울시의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 설득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태 지회장은 “지난 19일 박원순 시장이 만리동 일대를 돌아보면서 협회는 물론 시(市)로부터 연락받은 공장도 없어 대체 고가 건설을 검토 중인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좌담회 또는 간담회를 열어 지역 소상공인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본격적인 공원화 사업 공사가 시작되면 극단적인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배운 건 봉제기술 밖에 없는데 일감이 끊겨 당장 굶어 죽게 생기면 고가 위에서 위험한 시위를 한다거나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라도 우리입장을 피력하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10년차에 접어들었다는 한 퀵서비스 기사는 “얼마 전 서울고가에 안전시설 색칠을 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걸 본 한 주민이 “공사가 시작된 것이냐”라고 물었다. 그만큼 이 지역 사람들은 공원화 사업에 민감하다는 반증이다”고 말했다.
서울고가 공원화 계획 발표 이후 많은 공장들이 신당이나 창신동으로 미리 이사한 상황에서 주변 근린 상권도 침체에 빠져들고 있어 서울시의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감이 줄어들자 저녁에만 잠깐 일하고 낮에는 문을 열지 않는 공장이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주변 음식점이나 상점들 매출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와 서부지역 주민 및 소상공인 상호간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중한 대안 마련과 원활한 의사 소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기창 기자 [email protected]
/김동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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