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한’ 대표, NWS(뉴웨이브인서울)부회장
“틀에 속박되지 않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 한 때”
스타 디자이너육성으로 세계시장 진출하는 풍토 조성되길
국내 바잉시스템 ‘신인들 홀로서기’ 걸림돌…관심갖고 기회줬으면
‘우노몬도’와 콜라보레이션 ‘한승수’의 색채로 업그레이드 기대
복잡하지 않다. 명료하지만 깊이가 있다.
디자이너 한승수 씨는 많은 것을 품고 있으되 ‘명쾌한 해답’ 같은 사람이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고 LG 전산실에서 근무했다. 또한 뮤지컬에서 남자주인공으로 열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됐다. 남들은 멀리 돌아왔다고 하지만 한승수씨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구도 였을 뿐’으로 답한다. 이러한 ‘구도’ 과정은 한승수씨의 패션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디자이너 한승수씨는 패션을 전공했거나 입문하기 위한 신진들로부터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그 역시 이들 ‘젊은’ 꿈에 대해 많은 배려와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패션대전에서 심사위원장을 했고 ‘미래’에 대해 희망과 우려를 조심스레 풀어놓기도 했다. 기축년 새해에는 틀에 속박되지 않고 여러 각도의 시각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 볼 계획이다.
디자이너로서의 꿈과 녹록치 않은 패션업계의 현실, 후배들에 대한 우려와 조언, 그리고 희망에 대해 힘 있고 낮은 목소리로 긴 대화를 나눴다.
패션디자이너는 평생의 열망
‘패션디자이너’는 평생의 열망이었다. 현재 디자이너 한승수는 많은 컬렉션을 해왔고 뉴웨이브인서울의 부회장이며 학생들의 로망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성취도는 50%라고 평가한다.
디자이너가 창작도 하면서 유통, 생산, 자금까지를 고민해야 하는 한국 실정에서 이상을 실현하면서 발전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고 구조적 모순에 대해 언급했다. 유럽 등 패션선진국처럼 디자이너는 열심히 디자인하고 마케팅은 전문가가 풀어내는 구조가 부러울 뿐이다. 무엇보다 해외수입브랜드를 선호하는 백화점이나 ‘명품’이라 불리우는 외국패션의류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서운함을 더한다. 그 뿐이겠는가, 실력 넘치는 한국의 디자이너가 많은데도 해외디자이너를 선호하거나 형식적 콜라보레이션등에 치중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사고도 답답하다고 한다. 그래서 향후에는 ‘디자인과 마케팅의 접목을 통한 엔터테인먼트식 디자인오피스’를 세우는 것이 목표이다. 올해도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작정이다. “디자인이라는 소프트웨어와 기업이라는 하드웨어를 상호 조인하는 형식으로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작품활동을 시도할 것”으로 설명한다.
‘디자인’ ‘마케팅’의 조인 해답
지난해에 디자이너 한승수씨는 온라인, 홈쇼핑 전문 남성복 브랜드 ‘우노몬도’와 콜라보레이션을 했다. 롯데홈쇼핑에서 테스트한 결과 반응도 좋은 편이었다. 짧은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고객반응이 뒤따라 많은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다.
“‘우노몬도’라는 이탈리안 무드의 남성복에 디자이너 한승수의 컬러를 입힘으로써 한차원 업그레이드되고 분명한 아이덴티티를 불어넣게 된것이죠.” 한승수 디자이너는 자신의 샵을 운영하면서 작품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방면에서 시너지를 줄수 있는 비즈니스툴을 개척하고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표현한다. 앞으로 이 같은 시도와 기회를 많이 가지고 싶다고 한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창작과 작품자체를 ‘고행’으로 비교하곤하지만 한승수 디자이너는 삶 자체로, 일상으로 즐긴다. 시, 뮤지컬, 일상에서의 아이디어를 메모하다보면 그 기억을 시발점으로 작품이나 패션쇼의 연출구상 등이 완성되기도 한다. “아이디어는 휘발성이잖아요. 그런데 메모하다 보면 발전하죠. 그래서 메모북을 ‘보석상자’ ‘클루’라고 부릅니다.”
오래 기억되는 디자이너로
매시즌 컬렉션에는 이러한 과정이 녹아있다. 무용 퍼포먼스라든가 무대연출에 있어 패션과 함께 하나의 메시지가 꼭 전달된다. 이는 뮤지컬배우, 합창단, 무용을 한 경력들이 종국엔 패션디자이너로 완성되는데 힘이 되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예다.
디자이너 한승수씨는 꼼데가르송의 패션세계를 좋아한다. 또한 장폴 고티에의 파격적이고 조형적인 면과 캘빈클라인의 미니멀함과 같이 상반된 일면을 좋아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내면에도 이와같이 고전적이되 모던하고 미니멀하고 차분하지만 하드한 느낌, 즉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공존하는 것 같다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패션도 대중과 창작의 싸움인 것 처럼 상극적인 일면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전세계를 여행하며 굳이 한국을 고집하지 않고 많은 나라에서 컬렉션을 하고 싶다는 꿈도 있지만 항상 나이에 상관없이 ‘현역’으로 열정을 쏟기를 원한다.
“대중에게 자주 입혀지는 옷, 입었을때 하나가 돼 자연스럽고 오래입어도 질리지 않는 의상을 만들고 싶고 그런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고.
바잉 독려 시스템 장착 필요
신진 디자이너와 패션계의 미래에도 관심이 많다. 능력있는 디자이너가 국내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은 ‘바잉시스템’에 문제가 깊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신진들이 매장내기도 어렵고 홀로서기는 더더욱 어려운 시점이라고. 백화점 유통이 이를 진심으로 헤아려서 육성에 일익을 담당하기를 바라고 있다.
더불어 대기업들도 해외도입보다는 국내 디자이너에 관심을 갖고 스타로 키워 해외에 진출한다면 더 큰 시너지와 경쟁력을 갖게 될것이라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서울컬렉션 등도 해외바이어만 초청할 것이 아니라 이들 디자이너작품을 수주할 수 있는 국내 바이어들을 파악해 적극 초청하고 조인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장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빙’이라는 테마로 움직이는 디스플레이를 시도한 한승수 디자이너의 ‘수한 갤러리’의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담담하면서도 진지한 대담은 많은 의미와 여운을 남겼다.
이영희 기자 [email protected]
김희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