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삼협 김재겸 대표 - ‘원면파동’ 韓보다 외국 경쟁사들에 더 치명적
[Power Interview] 삼협 김재겸 대표 - ‘원면파동’ 韓보다 외국 경쟁사들에 더 치명적
  • 한국섬유신문 / /정기창 기자 [email protected]
  • 승인 2011.01.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비 투자 뒤처지면 도태” 우려돼

국내 섬유산업의 꽃이 만개하던 70~80년대 당시에는 민간 수요가 있을 경우 국가 또는 단체에서 기계를 배급하듯 하던 시절이 있었다. 초기에는 일제 섬유기계들이 주종을 이뤘고 이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일본의 기술속국 신세를 면치 못했다.


김재겸 대표는 서울 올림픽이 열린 88년 6년간 일하던 태광산업을 나와 삼협에 입사했다. 그리고 입사 21년이 되던 09년에는 회사를 인수했다. 삼협은 1986년 당시 태광산업에 국내 최초로 독일 진저 정방기를 공급한 회사로 70년대에 설립돼 국내 업력이 40여 년에 이른다.

-작년 방적업계는 호황을 맞았습니다. 국내 방적 설비는 어느 정도 됩니까.
▶약 100~120만추 정도 될 겁니다. 소모방은 20~30만추쯤이고. 국내 방적 산업이 호황을 이루던 93년 500만추에 비하며 많이 줄어든 셈이죠. 예전이 많이 도입되던 일본이나 이태리산은 크게 줄었고 독일 쉴라포스트(Oerlikon Schlafhorst)와 스위스 리터(Lieter)産이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유럽산과 일본산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면방산업 호황으로 많은 업체들이 설비 확충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작년에 태광산업에 많이 납품했어요. 올해까지 2년간 약 14만 추를 공급합니다.


방식도 많이 변했죠. 전에는 필요한 기종만 선택해 공급했지만 요즘엔 플랜트처럼 턴키 방식으로 납품합니다. 생산캐퍼와 면적 등을 고려해 독일에서 공장에 맞게 설계해 들여오는 식입니다.


-전세계적인 원자재 파동으로 우리 섬유업계도 원면을 비롯, 화섬 원료값 상승으로 애를 먹었습니다. 3자적 입장에서 올 한해 원면 가격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어려운 부분입니다. 원면 구입은 회사의 운명을 가를 만큼 중요한 사항인데..지금 가격은 투기적 성격의 가수요 현상까지 겹쳐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개인적인 견해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작년 우리업체들도 설비 발주를 많이 했지만 증설 또는 신설 기계들이 다 들어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납기가 보통 1~1년 6개월이므로 현재 조립 중이거나 올 상반기중 들어오는 설비가 더 많지요. 향후 5년간은 이 설비들이 상용 생산에 들어가는 미래 시점을 노린 가수요가 많을 걸로 봅니다.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현재의 가격이 더 유지 되도 크게 손해 볼 이유는 없습니다. 해외 경쟁사들이 못 버틸 테니까요. 우리 방적업체들은 원면을 수개월~1년 전부터 미리 대량으로 확보합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올 상반기까지는 버틸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동남아 경쟁국 업체들은 보통 현물을 많이 사다 쓰기 때문에 지금 가격이 유지되면 견디기 어려울 겁니다.


-비싼 원면 때문에 면제품 시장 규모가 작아지는 우려는 없을까요?
▶10년 전부터 중국과 미국 원면 생산이 줄어들면서 공급이 원활치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화섬업계에서 마이크로 데니어를 개발해 대체가 많이 됐죠. 당연히 화섬이 천연섬유 부족분을 메우게 될 겁니다. 그러나 가격이 안정되면 수요와 공급 밸런스가 맞아 떨어지면서 면 시장은 다시 커질 걸로 예상합니다. 사이클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봐요.


-현재 가격이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하에서도 가능한 일인지.
▶재미 있는 현상입니다. 설비가 늘어나니 생산이 증가하고, 원면 가격도 같이 오를 테지만 떨어져도 예년 수준은 가지 않을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조만간 설비 투자에 소홀한 업체들은 정리될 것이라는 겁니다. 생산성과 효율의 문제죠. 가격은 똑같은데 생산성이 떨어지면 타 업체들에 비해 10~20%의 비용 상승 효과가 있습니다. 원면 값이 올라 마진이 줄면 생산성 떨어지는 업체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전력과 유틸리티 코스트, 인건비, 단위 생산량 등 원가조달 구조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죠.


-설비 투자는 기계를 공급하는 입장에서 강조하는 의례적 얘기로 들리는데.
▶설비 개체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예전에 진저 정방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습니다. Rpm이 낮아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가 이번에 태광산업에 납품하는 정방기는 rpm이 분당 2만5000까지 나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2만3000까지 가동이 가능하더군요. 전에는 이만한 rpm을 내기 위해 특수 링을 사용했어요. 그러나 이 제품에는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반 링을 사용해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반 링을 사용하면 특수 링을 사용할 때 보다 유지·보수 비용이 적게 듭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 보겠습니다. 실을 뽑아 콥(cop)에 감은 실은 다시 콘으로 감아야 실제 생산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장력 차이에 따라 실에 보풀이 일고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와인더를 달리 써야 합니다. 정방기 길이에 맞게 와인더 스펙을 바꿔야 되는 불편함이 있는 거죠. 이런 작업을 전자 제어로 해결할 수 있다면 인력과 시간이 절약됩니다. 기계적 부속(드럼) 교체 없이 컴퓨터 컨트롤로 와인더 스펙을 안 바꾸고 여러 형태의 실을 감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모두 생산비 절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우리 업체들의 경쟁력은 어느 수준입니까?
▶우리 업체들 품질과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방적이 쉽지 않은 산업입니다. 같은 기계에 같은 원료를 넣는다고 같은 제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기술력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파키스탄, 인도, 중국 등에서 생산되는 면사는 리스크가 많아요. 실의 품질이 불안정하고 균일하지 못합니다. 터키를 가 보니 각 공장들이 방적을 조금만 아는 기술자가 있으면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해 책임자로 앉혀 공장을 돌리더군요. 이러면 밑바닥에 기술 축적이 안됩니다. 그러나 우리 방적 산업은 60년대부터 산업화와 경공업화를 거쳐 밑바탕 기술이 축적돼 있습니다.


이태리 정도가 대등하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는 이미 기반이 무너졌습니다. 예전 섬유 산지 공장이 있던 곳에 가 봤더니 그 자리에 마트가 들어서 있더군요. 이제 이태리도 우리를 따라 올 수 없을 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한국섬유신문
  • 창간 : 1981-7-22 (주간)
  • 제호 : 한국섬유신문 /한국섬유신문i
  • 등록번호 : 서울 아03997
  • 등록일 : 2015-11-20
  • 발행일 : 2015-11-20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빌딩 4층)
  • 대표전화 : 02-326-3600
  • 팩스 : 02-326-227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석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선희 02-0326-3600 [email protected]
  • 한국섬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섬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