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브랜드 DNA로 세계시장 진입”
어반 라이프스타일 패션 주도
우리 문화와 패션 “즐기자”
일본 선진마켓 경험 시야 확장
브랜드 입지구축·정체성 고수 ‘집중’
젊은 층에 높은 지지를 얻으며 어반 스트리트에서 승승장구 중인 ‘브라운브레스’가 최초로 일본 편집매장 ‘빔스(BEAMS)’와 ‘콜렉터스’에 입점, 패션전시회 룸스링크(roomsLINK)에 참가해 일본 패션마켓에 본격 진출했다. 한국 브랜드의 선진 패션시장 진출을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빗대는 회의적인 분위기 가운데 국산 브랜드가 처음 이룬 쾌거다. 그럼에도 서인재 대표는 들뜨는 기색 없이 “늘 해왔던 것처럼, 우리 식대로 즐기면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 백팩 라인의 히트에 이어 일본 편집매장 입점으로 화제가 됐다. 이번 일본 진출은 ‘브라운브레스’에게 어떤 의미인가.
일본은 대형 패션브랜드들조차 개척할 발상도 하지 못했던 감도 높은 마켓이었고, 더구나 ‘빔스’는 현지 유수의 브랜드들도 입점을 바라는 최고의 셀렉트샵이었다. 진입 장벽이 낮은 다른 해외시장부터 시작하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아시아 최고 패션 강국에서 인정받고픈 욕심이 났다.
일부 라인의 히트 아이템만이 아니라 우리 가치관과 히스토리를 일본 고객이 제대로 인지하고 구입하게 하고 싶었다. 2011 S/S 일본 파트너와 디스트리뷰터 계약을 하고 본격 진출하게 된 건 ‘브라운브레스’ 그리고 현실적인 한국 패션문화가 소위 ‘패션 선진국’에 통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 올해로 ‘브라운브레스’ 런칭 6년차를 맞았다. 브랜드 초창기 모습이 궁금하다.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세 명의 브랜드 창립자들도 어패럴 분야 경험이 없었지만 무엇이든 ‘신나게 하자’며 의욕적이었다. 삼성 핸드폰 디자이너, 방송국 직원 등 전직이 다양했던 우리들 공통분모는 같은 문화와 패션을 즐긴다는 것뿐이었다.
설립 초기에는 그래픽 티셔츠 컬렉션으로 시작했는데 단순한 티셔츠 아이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SPREAD THE MESSAGE’를 모토로 내세워 사업에 착수했고, 2003년 성내동에 사무실을 오픈했다. CI와 BI를 구성한 뒤 의류, 백팩, 모자, 액세서리 네 가지 상품 라인을 정립했다. 2008년 홍대 동교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했고 1호점인 홍대 월스토어를 오픈했다. 2010년 4월에는 사무실 건물 1층에 직영점을 열었고, 예전 월스토어는 작가들에게 저렴하게 갤러리로 제공하고 있다.
- 제도권 브랜드와 달리 태생이 독특하다. ‘스트리트 브랜드’ ‘서브컬처’란 어떤 개념인가.
‘브라운브레스’를 설명할 때 그 단어들은 쓰고 있지 않다. ‘스트리트 패션’이란 미국의 캐주얼 문화에 영향을 받은 일본의 패션계에 스트리트 스냅이나 매거진이 활성화되면서 생겨난 일본외래어다.
직역 그대로 ‘길거리 브랜드’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웃음). ‘서브컬처’라고 말하며 문화를 상위와 하위로 경계 짓는 것도 모순된 것 같다. 스트리트 패션이라고 일컬어지는 많은 브랜드들이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발맞추고 있기 때문에 ‘어반 패션(Urban Fashion)’이란 말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 브랜드 런칭부터 전개 방식까지 제도권 브랜드와는 많이 다르다.
마인드부터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브랜드가 문화를 이용해 브랜드를 알리고자 한다면, 우리는 브랜드가 문화 그 자체다. 둘을 분리할 수가 없다. 여러 브랜드들이 소위 ‘브랜드 문화’라는 것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의아할 뿐이다.
‘브라운브레스’는 스케이트 보드, 디제잉 같은 문화를 토양으로 자라왔고, 여러 문화를 포용하고 있는 만큼 발전 가능성도 무궁하다. 자전거, 보드, 음악, 모든 것들이 ‘브라운브레스’ 모두의 일상 그 자체라서 분리해 말할 수가 없다.
브랜드 런칭 5주년을 기념한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한 프라이머리, 소울다이브, 팔로알토 등 아티스트 명단만 봐도 알 수 있을 거다. 굳이 PPL 마케팅을 전개할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 감성과 일치하는 뮤지션과 아티스트들과 함께 입고, 놀고, 공존하고 있다. 사적으로도 서로 형님 동생으로 부르며 스스럼없이 지낸다.
- 지금과 같은 풀 라인 규모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인가.
디자인과 컨셉의 독창성을 지키며 브랜드 자생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독특한 그래픽 티셔츠와 백팩 라인이 고유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로 입소문을 탔다. 마켓의 폭발적인 호응으로 업계의 주목받으면서 메이저 유통과의 협업이 진행됐고 대중적 인지도도 높아졌다.
또한 비주류로 여겨지던 어반 캐주얼 패션이 부각 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대중적 패션 매거진이 창간됐고 일상적 스타일링 감각도 높아졌다. 소비자들이 사대주의에 휩쓸림 없이 우리 브랜드의 디자인과 품질력을 알아주기 시작했다. 자기 개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10~20대는 물론 30대까지 수준 높은 스트리트 캐주얼을 향유하게 됐고, ‘라이풀’, ‘커버낫’, ‘비바스튜디오’ 등 유수 브랜드들이 하나의 조닝을 형성했다. 디자인과 퀄리티에서 저평가 받았던 브랜드들의 가치가 재인식 되고, 셀렉트샵 등 패션유통이 다각화 되면서 브랜드들의 매장 전개도 가능하게 됐다.
- 사업 전개에 어려움은 없었나.
항상 신나게 일했기 때문에 힘든 줄을 몰랐다. 다만 업계에 팽배해 있는 카피 현상이 문제였다. 브랜드 포트폴리오부터 제품까지 그대로 베껴 오픈한 온라인몰도 있었고,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기성 브랜드들이 우리 제품을 도용한 것도 봤다. 상표는 물론 의장등록 등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참고 있지는 못할 것 같다. 불법 복제는 브랜드의 차별성 부재를 낳고 업계 발전을 저해하니 지양해 달라(웃음).
- 일본 진출로 시야가 한층 넓어졌을 것 같다.
이번 ‘빔스’ 시부야, 하라주쿠, 이케부쿠로, 나고야 입점을 계기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관철하고자 하는 뜻은 더욱 확고해졌다. 사실 국내 백화점 팝업스토어는 진행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매장의 판매원들이 ‘브라운브레스’를 표현하고 문화를 전달해야 하는데, 삭발한 헤어스타일이나 수염, 모자 착용을 금지하는 규제가 있었다.
우리는 마찰을 무릅쓰고 스타일을 고수했다. 단순한 판매장이 아니라 브랜드를 알리고 고객들과 접촉하는 공간인데 아직 국내 유통은 브랜드 문화의 이해도가 높지 않다. 일본에서 오히려 수월했다. 그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제안했고, ‘브라운브레스’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단독 섹션으로 구성된 시부야 매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을 갖은 다음날 오후, 이케부쿠로 매장을 방문했을 때 이미 직원들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놀랐다. 우리 브랜드의 기능, 소재, 강점을 판매원들은 물론 모든 스탭이 숙지하고 있었다.
-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DJ 펌킨 등 DJ와 함께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유틸리티와 기능을 반영한 DJ백을 개발해 출시한다. 그 밖에도 의류와 잡화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협업할 생각이다. 믹 존스 피자 패키지 디자인이나 음반 자켓 같은 것 말이다. 우리 고유의 문화와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즐겁게 참여할 의향이 있다.
오는 8월 편집매장 ‘매그앤매그’ ‘일모스트릿’에 입점하고 내년 신사에 직영점을 오픈할 계획도 있다. 9월에는 5주년 프로젝트로 브랜드 히스토리 북 발간과 프로덕트로 전시를 개최한다. 향후에는 직영매장 위주로 유통을 확장하고 연매출 200~300억 원 규모로 브랜드 입지를 탄탄하게 할 생각이다.
초심을 잃는 일 없이, 우리 목소리를 내며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