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다양성을 강조한 멀티샵이 대세였지만 지금 편집샵의 기세는 기존 브랜드의 아성을 넘볼 정도로 급속히 팽창되었다. 편집샵이란 editor’s shop으로 정의 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처에 구애 받지 않고 각 매장의 편집자가 필름을 오려 붙이듯이, 또는 기사를 데스크에서 걸러내듯이 여러 디자인된 의류, 소품들을 그 매장의 개성을 살려서 그 지역에 맞는 소비자에게 어필되도록 꾸며놓은 것이 아닐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메바형의 그 지역 사이트의 소비자 공감이다. 한 브랜드의 획일화된 옷이 전국 또는 전 세계를 커버하는 것이 아닌, 그 곳 만의 독특한 특별함과 에디터의 숨결로 완성된다.
자사도 유럽, 미주, 동남아권에 많은 바이어가 있다. 하지만 서울 컬렉션 및 각국의 페어에 나간 경력과 실적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 바이어와의 미팅 시 외국의 디자인을 들여오든, 또는 카피하든 자체 단일 브랜드만 생산, 취급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SPA브랜드인 ‘포에버 21’은 10년 전에도 자기 회사의 디자이너는 수 백 명이라고 말했다. 즉 그곳에서 바잉하는 옷은 각 홀세일 매장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이고 수 백 곳의 거래처 디자이너를 합하면 그 이상의 디자이너 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의 모든 옷은 한 에디터가 컬러, 디자인, 피팅까지 컨폼해 현재의 멋진 코디네이션을 완성한다.
‘자라’ 브랜드 인디텍스 회장은 아직도 직접 컨폼을 한다는 얘기가 여러  패션인들에게 회자 될 만큼 유명하지 않은가? 물론 최고가의 옷을 편집하는 곳도 아주 저가의 옷을 편집하는 매장도 모두 그 사이트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백화점 유명 브랜드들의 고전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다 똑같다” 라는 것이다. 2층 영 캐주얼 조닝을 보면 라벨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어디 옷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획일화 돼있다. 많은 브랜드들이 이구동성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얘기하지만 원인부터 살펴야 할 것이다. 3층 캐릭터 캐주얼은 조금 다르다. 소비자들은 그 정도 감각의 상품을 3분의 1정도의 가격으로 구매하기를 원하지 않을까. 물론 감도와 가격을 모두 잡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스마트한 소비자의 눈높이는 벌써 합리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한국 편집샵의 방향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전 세계를 다니며 바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일본 몇 개 백화점의 성공은 지금 우리나라 백화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 이 시점부터 백화점과 브랜드들이 자신의 디자이너와 협력업체에게 모든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에디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작은 스튜디오로 시작한 디자이너들도 성장이 가능하며 작은 홀 세일로 시작한 감각있는 디자이너들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에디터의 양성은 결국 그 브랜드의 성망을 좌우 할 것이다. 감각 있는 디자이너가 매장을 가지기전에 작은 쇼룸으로, 여러 브랜드의 에디터가 자신의 브랜드로 소비자가 원하는 옷을 바잉 해 준다면. 그리고 충분한 디자인의 댓가를 지불 받는다면 한국의 패션 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크게 성장 할 것이다.
지금의 편집샵이 몇 년 후에 또다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겠지만 아직도 파리나 밀라노, 동경에 있는 독특한 감각으로 무장해 수 십년 간 명맥을 유지해 온 편집샵을 보면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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