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5년간 99조원을 투자할 22가지 신성장동력 산업을 정하고, 이들 분야가 10년 뒤에는 한국 수출의 77%를 차지할 거라는 예상을 했죠. 한국 정부에는 실력이 뛰어난 경제학자들이 넘치거나 아니면 무당을 고용해야 할 것 같군요.”
기 소르망(64·사진) 파리정치대학교수는 9월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특별강연회에서 9월 22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신성장동력 중장기진흥계획을 공허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저명한 경제·사회학자인 그는 “오늘날 같은 시대에 10년 뒤의 수치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와 세계경제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이날 ‘한국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췄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자유경제주의와 세계화의 대표적인 옹호론자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지한파 학자에 속한다. 다음은 강연 요약.
한국에선 승자를 직접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민간 부문에서 유망한 산업을 정해 돈을 투자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이다. 문제는 현 시대엔 최후의 성공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특정 산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건 1970년대엔 가능했지만 오늘날은 유효하지 않다.
한국 정부가 꼽은 신성장동력 산업이 제대로 크려면 정부 지원보다 더 시급한 전제조건들이 있다. 국가브랜드와 여성인력, 그리고 창의력이다.
프랑스 사람들 중에는 삼성제품을 사면서 삼성이 일본 회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잖다.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잘 안팔리는 면도 있다. 취약한 국가브랜드를 끌어올리려면 즉각 전문적이고 세계적인 PR회사를 써서 한국을 홍보해야 한다.
여성과 외국인을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경제성장률을 높이려면 여성의 사회참여율을 적어도 연 1~2%씩 올려야 한다.
미국의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전 세계 인재가 모여야 온전한 문제문제 해결 능력이 생긴다. 한국은 대학교육을 받은 인력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교육제도 개선은 간단하다. 공교육과 사교육간에 경쟁을 시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