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뉴밀리터리 ‘스퀘어 숄더’ 두각
불황속 ‘절약·검소’ 무드…그러나 감성은 ‘핫’하게
쇼는 이제 시대에 뒤쳐지는가?
이번 2009년 추동 뉴욕 컬렉션은 2월 13일부터 20일까지 200개가 넘는 브랜드의 쇼를 선보였다.
첫 날은 심장병 예방 캠페인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의 빨간 드레스 쇼, 그리고 미쉘 오바마 미대통령 영부인이 여느 파티에서 입었던 드레스의 디자이너 ‘제이슨 위’의 쇼 등이 있었다.
‘제이슨 위’는 26살의 대만 태생으로 캐나다 벤쿠버와 파리 등에서 활동했던 디자이너. 뉴욕의 파슨스 스쿨을 나오고,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에서 인턴을 경험했다. 지금 가장 주목 받는 디자이너중 한 명이다.
고급 백화점, 대형 의류점의 매출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불경기의 짙은 안개가 드리운 시즌이어서 그런지 화려한 쇼를 중지하고 마네킹에 옷을 입힌 전시회나 홈페이지에서 신작을 피력하는 브랜드들이 눈에 띄는 등 절약, 축소무드에 휩싸였다. 국제 쇼핑센터 협회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명 브랜드나 보석을 다루는 고급 백화점, 전문점의 매출은 크게는 작년 대비 20% 이상이 감소했다고 한다.
현지 신문에서는 ‘쇼는 이제 시대에 뒤쳐졌다’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띄기도 했다.
한편 프랑스 오트쿠튀르 프레타포르테 연합협회의 디디에 그란백 회장이 지난 1월 일본 아사히 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파리 컬렉션의 프레따포르떼(고급기성복)의 쇼는 이제 필요없다’라는 폭탄발언을 했다. 파리 컬렉션 주최자의 이 폭탄발언은 지금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평소 2,000명을 초청하여 대규모의 쇼를 여는 ‘마크 제이콥스’도 약500명 규모로 축소하여 레드 카펫이 깔린 검소한 회장에서 컬렉션을 개최했다. 머리를 거꾸로 세운 모델이 입은 것은 넓은 어깨폭을 강조한 자켓이나 메탈릭한 소재의 코트, 스커트, 사이케델릭한 무늬 등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의상들. ‘아름답고 훌륭한 80년대 뉴욕의 에너지를 표현했다’는 그의 코멘트가 있었다. 세컨드 브랜드의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는 멀티 컬러의 스트라이프나 다양한 체크를 사용한 활기차고 재미있는 컬렉션이었다. 원피스에는 컬러 타이츠와 스노우 부츠를 스타일링하여 경쾌하게 보여주었다.
‘나르시소 로드리게즈’는 오후 9시부터 쇼를 시작했다. 음악 프로듀서 겸 랩퍼인 케인 웨스트 등의 셀러브리티들의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카무플라쥬 무늬의 옷, 몸에 딱 붙는 바디 수트 등을 발표, 장식을 뺀 옷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컬렉션 6일째는 차가운 비가 오는 날이었다. 이 날은 아시아계 디자이너의 컬렉션이 연이어졌다.
‘3.1 필립림’은 연기와 함께 락 밴드의 라이브로 시작한 컬렉션 테마는 ‘락앤롤’이었다. 군복풍의 코트와 원피스 스타일링, 금색의 스팽글을 잔뜩 붙인 자켓 등을 보여주었다. ‘변화, 젊음, 에너지 등 락의 정신을 옷에 표현했다’고 한다.
‘두리’는 드레이프가 아름다운 슬림한 드레스에 크리스탈 글래스가 빛나는 타이츠를 신고 스퀘어 숄더 자켓에서 엘레강스한 드레스까지, 다양한 표현으로 그녀의 의상을 보여주었다.
‘안나 수이’는 본래 19세기말에서 50년대까지 다채로운 색감 사용이 인기인 디자이너지만 이번에는 흑백영화안에서의 의상과 같은 모노톤의 작품으로 시작한 컬렉션이었다. 연이어 꽃무늬나 페이즐리, 체크 등 다채로운 무늬 원피스를 많이 발표했다.
‘프레엔자 스쿨러’는 둥근 형태의 울 코트와 짧은 팬츠의 신선한 스타일링을 보여주었다. 섬세한 자수를 넣은 실크 드레스는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이 아름다웠다.
‘캘빈 클라인’은 칼라의 크기를 비대칭으로 한 블랙 코트로 컬렉션을 시작했다. 형태는 심플하지만, 울이나 실크 등의 소재를 사용하거나, 올록볼록감이 있는 생지를 사용하여 가까이서 보고 싶게끔 만든 소재에 중심을 둔 아름다운 컬렉션을 발표했다.
영하의 날씨에 이어진 뉴욕 컬렉션의 최종일.
‘랄프 로렌’이 신작을 발표했다. 샹젤리나가 빛나는 회장에서 발표된 고품질의 클래식한 옷들이었다. 금이나 은의 실로 자수를 넣은 드레스, 광택이 아름다운 벨벳 상의에 실크 팬츠. 크리스털 글래스가 붙은 벨트나 액세서리 등 빛을 발하는 반짝거림이 아름다운 컬렉션이었다.
80년대 밀리터리 디테일, 지오메트릭한 절개
이번 2009년 추동 뉴욕 컬렉션에서는 80년대의 분위기에 사랑스러운 밀리터리 스타일, 지오메트릭한 절개로 구성한 실루엣이 키 트렌드였다.
스퀘어 숄더를 시작으로 어깨를 강조한 자켓이나 코트, 스웨터에서도 숄더부분을 세운 디테일이 눈에 띄었다. 반면 어깨가 아닌 지오메트릭한 절개로 바디를 강조한 라인도 많았다. 실루엣은 롱&린이 기본이지만, 드롭 숄더나 오프 숄더, 스퀘어 숄더 등 어깨나 소매에 볼륨을 준 디테일이 포인트였다. 색은 블랙, 그레이, 윈터 화이트, 베이지 등을 기본으로 그린, 엘로우, 퍼플이 눈에 띄었다. 소재는 퍼, 니트, 레더, 넵트위드가 많았다.
디테일로는 베어톱이나 베어숄더, 베어백 등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