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S/S 파리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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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래를 창조성과 아름다움으로 채운 파리

            월드 컬렉션의 최종무대인 2012년 춘하 파리패션위크가 9월27일부터 10월5일까지 9일간, 100개 이상 브랜드들이 신작을 발표했다. 첫 날은 국제적으로 다양한 모드의 도시답게 한국이나 일본, 세르비아, 스페인의 디자이너 브랜드들로 넘쳤다.

            전 시즌 파리 컬렉션의 화제는 ‘디올(Dior)의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의 인종차별적인 발언.’ 갈리아노는 그 이후 디올에서 해임됐다. 한편 그가 없어진 후의 디올은 어떻게 되었을까. 후임 디자이너로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과연 그 누가 새 디자이너로 발표될 것 인가. 프랑스의 국제적인 브랜드인만큼 그 주목도가 대단하다.

            최근 파리 컬렉션에 오는 중국인의 수가 1년 전보다도 급증하고 있다. 좌석의 수뿐만이 아니라 프론트로우에는 중국인 셀러브리티, 모델, 배우들이 디올의 쇼를 메웠다. 매번 쇼를 거듭할수록 그들은 많은 디올 제품들을 걸치고 등장한다. 한편 호텔 로비에서는 프랑스 일간지인 ‘피가로(Figaro)’의 별호지가 출시됐다. 그것은 다름 아닌 중국어판이다. 책을 펼치자 그 안은 브랜드들의 퍼레이드.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컬렉션에서 ‘아이패드로 쇼 촬영하기’다. 밀라노, 파리에서도 그랬지만 쇼가 시작되기 전에 열심히 아이패드로 원고를 쓰는 저널리스트들이 눈에 띄었는데, 아이패드로 원고를 쓸 뿐 아니라 이제 촬영까지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기존에는 등록한 포토그래퍼 외에는 촬영해서는 안됐기 때문에 맨 앞줄에서도 숨어서 찍던 실정이었다.

            이러했던 상황이 지금은 회장에 들어가면 스마트폰으로도 그 누구나가 촬영하기에 여념이 없어, 관객석에서 런웨이를 향해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는 것이 쉽게 눈에 띈다. 쇼의 피날레에서 모델들이 차례로 등장할 때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런웨이의 코너에서 찍는 ‘전문 포토그래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엎친데 덮쳐 이제는 아이패드로 촬영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한 실정. 이렇게 그 자리에서 촬영하고, 비디오로도 간단하게 전 세계로 전송이 가능한 지금, 파리 컬렉션의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이 바뀔 것이다.

            현실지향적 파리. 도전적 화이트, 네이비 그리고 베이지
            사진 프린트나 영국풍의 자수, 레이스를 메인 디테일로, 페프럼 플리츠의 네이비 블루 팬츠나, 밑단의 프릴을 장식한 판화 프린트풍의 드레스를 발표한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쇼 개막 전 좌석 벤치가 몇 개가 부러져, 안전성의 이유로 전원이 선 채 쇼를 관람해야 했던 최고급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 1997년 이래, 발렌시아가를 담당해왔던 니콜라스 게스키에르(Nicolas Ghesquiere)는 이번 시즌에는 회화적인 프린트의 셔츠나 어깨를 크게 넓힌 스웨이드의 드레스, 베스트, 앞이 데님, 뒤가 트윌 등 다른 소재를 사용한 하이 웨이스트의 팬츠 등을 제안했다. 팬츠는 슬림한 라인으로 벨트를 감싸는 듯한 디자인이 신선했다. 미니 쇼츠는 매우 짧고, 큰 오버 사이즈의 각진 자켓과의 콘트라스트가 훌륭했다.

            갈리아노가 해임된 후의 첫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을 발표한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기온 33도의 회장 안, 갈리아노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였던 빌 게이튼(Bill Gaytten)이 담당한 디올 팀의 이번 쇼는 7월이 오트쿠튀르 쇼 다음이어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상상을 뛰어 넘는 아주 좋은 컬렉션을 보여주었다. 훌 스커트나 보트넥의 깃이 없는 트위드 자켓은 레더 체인의 얇은 벨트로 묶어 스타일링 하는 등 고급스럽고 어른스러운 여성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밀라노에서부터 시작돼 9월말 파리까지 이어진 무더운 날씨 속에서 열린 ‘랑방(Lanvin)’ 쇼는 평소보다 무디하고 조금은 화려한 느낌이었지만 군데군데 다크한 매력도 있었다. 진주를 뿌린 큰 십자가. 조금은 무서운 독수리의 액세서리나 버클을 넥라인에 두르고 드레스 측면에 넣었다. 검은 판탈롱에 에메랄드 색으로 만들어진 뱀, 블랙 팬츠에 깊은 슬릿과 어깨를 강조한 턱시도, 하이 웨이스트의 펜슬 스커트는 옅은 벽돌색의 실크 탑과 맞춰 입고, 어깨나 허벅지에 절개를 넣어 섹시함을 표현했다.

            메종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샤프한 숄더 자켓, 스키니 미니 드레스, 타이트한 레더를 사용한 컬렉션을 보여준 ‘발맹(Balmain).’ 40도를 넘는 습하고 더운 상태에서 ‘빅터앤롤프(Victor&Rolf)’는 항상 놀라게 하거나 재밌게 해주는 연출로 유명하다. 그들의 이번 쇼는 스테이지 안쪽으로 거대한 무대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연출. 핑크의 티어드가 많이 사용된 인형 의상과 같은 스위트한 드레스가 등장했다.

            ` ‘니나리치(Nina Ricci)’는 네이비, 화이트, 코럴, 핑크의 페미닌한 드레스를 피로했다. 10월 3일에 프랑스예술문화훈장을 수상한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는 로열 블루의 고저스한 드레스를 발표. 뒤로 끄는 긴 밑단이 캣워크를 방해할 정도. 그리고 머리에는 우산과 같은 크고 가벼운 모자, 휘날레로는 같은 모티브가 순백의 드레스를 감싸고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90년대의 파리 컬렉션의 좋았던 시대를 연상케 하는 엔딩이 감동적이었다.





            PHOTO/TEXT
            YOO DUK JAE<논설위원>
            [email protected]

            Dries van Noten Dries van Noten Dries van Noten 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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