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이시원 ㈜부천 회장 - “새로운 아이템과 길 찾아 100년 가는 기업 만든다”
[Power Interview] ■ 이시원 ㈜부천 회장 - “새로운 아이템과 길 찾아 100년 가는 기업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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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는 新세상 볼 수 있는 안목 있어야
산업용 섬유소재 기업으로 경영비전 선언
장수기업 기반 마련…2세 경영 본격화


이시원 ㈜부천 회장의 소나무 사랑은 유별나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있는 사옥 주변과 옥상 정원에는 고고한 자태의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콘크리트 바닥 곳곳에도 소나무와 묘목 분재가 놓여 있다. 소나무를 보면 경상도에서 난 것인지, 전라도에서 난 것인지 구분할 만큼 이 분야에 조예가 깊다. 지난 5월1일 ㈜부천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심은 나무도 백송(白松)이었다.

㈜부천을 100년 가는 기업으로 일구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 듯 하다.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도 사계절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처럼 의연하게 100년을 가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지난 20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향후 의류용에서 산업용 섬유소재 기업으로의 변신과 2세 경영 방침, 기업 공개에 관련된 내용까지 앞으로 나아갈 ㈜부천 100년의 모습에 대해 가감없이 밝혔다. 지난 40년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한 해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이 회사의 다음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지 않은가.

-창립 40주년을 축하드린다. 앞으로 100년 기업의 비전은.

“기업은 철학이 필요하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창출이지만 영속 발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또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한다. 자기를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고 회사에는 조직 구성원들간 정이 흐르는 낭만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성장보다는 지속성에 중점을 둬 왔다. 지금 매출이 우리 회사 8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시대 흐름에 따라 경기가 좋으면 확장했고 아니면 줄였다. 이걸 잘하는 것이 장수 기업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체격이 크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성장하면서 온갖 풍파를 다 맞는다.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상황 대처, 미래 대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는 자금력, 인적구성, (경영자의) 판단력이 뒷받침되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 우리 회사 매출이 재작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내년되면 2배로 늘 것이다. 올 연말까지 부천은 의류용에서 산업용 소재 기업으로 전환이 구체화된다. 현재 미국 대기업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산에 설비를 들일 유휴 부지가 5000여평 정도 더 있다. 여기에 후가공 시설까지 들일 예정이다.

시설과 기술투자가 쉽지 않은 분야라서 완공되면 향후 10~20년은 롱런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10년 더 회사 경영에 매진할 계획이다. 다음에 2세가 30~40년을 끌어가면 100년 가는 기업이 되지 않겠나.”

-부천은 시대 변천에 따라 업종을 바꾸는 유연함을 보여 왔다. 산업용 소재로 눈을 돌린 계기는.

“70년대는 어망을 만드는 라셀레이스를, 80년대에는 망사로 주로 쓰이는 자수용 소재 생산에 주력해 왔다. 시설의 질은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았다. 경편은 20년 전부터 해 왔는데 시설과 수익성, 기술력에서 손꼽혔다. 7~8년 전 아스킨을 개발해서 잘 해 왔다. 그러나 이후 새로운 후속 모델을 찾지 못했다. 신발용 메쉬도 개발·공급하고 극세사 타월도 했지만 위기 없이 지내다 보니 제품 개발에 신경 못쓰는 사이 경기가 하강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산업용 소재로 눈을 돌렸다.”

-구조 조정, 업종 변경은 말이 쉽지 판단에서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수, 경편이 최고 호황일 때가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관계 회사 매출이 600억원에 육박했다. 거래를 하다 보면 남는 품목이 있고 안 남는 품목이 함께 존재한다. 이익이 나니까 온정주의가 통한 거다. 볼륨이 커지면 무리하게 경쟁하게 되고 비양질의 거래처도 생긴다. 수익과 손실이 나는 여러가지 제품이 혼재되면 구조조정이 어렵다. 이럴때는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 예를 들어 연 2~3억 정도 남는 아이템이 있다고 하자. 이런 품목은 나중에 회사 발목을 잡게 된다. 경기가 나빠지고 이익이 안나면 수익 우선 정책을 써야 한다.”

이 회장은 슬하에 3형제를 뒀다. 장남 이혁진 이사는 수능 만점자들만 간다는 국내 최고 대학 최고 학부를 나와 미국에서 MBA를 거쳤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 이 회장의 부름을 받고 작년 8월 부천에 입사했다. 이런 스펙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내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2세에게 회사를 물려 준다는 게 요즘 시류에 긍정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경영자는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자식들을 회사에 근무시키지 않고 10년 이상을 외부에서 직장 생활 하도록 했다. 이사로 재직중인 장남은 오너 아들이 아닌 역량을 갖춘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했다. 산업용 섬유 사업도 이혁진 이사가 끌어갈 것이다. 우리와 달리 새로운 세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초 학문도 충실하고 세상 경험도 많이 했을 것이다. 앞으로 양보다 질적 성장 위주로 회사를 끌어 나갈 것으로 믿는다.”

-한국 섬유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나.

“기업은 끊임없이 고민하며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 (우리 업계는) 다소 자기 성찰이 부족하다고 본다. 시류에 편승하려는 기업이 많다. 경기 흐름에만 기대지 말고 독자적인 길을 찾아야 한다. 과거 성공 기법이 현재에는 안통한다. 외형이 늘면서 수익을 창출하더라도 모방하는 회사는 비전이 없다. 우리 회사는 ISO 인증을 많이 받았다. 우리 같은 규모의 회사가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다. 계속해서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다. 다른데 잘되는 것 보고 따라가기 보다는 새로운 아이템과 길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새로운 아이템과 길을 찾는 이시원 회장의 DNA는 수십년 전부터 깊이 각인된 어떤 일에서 비롯된 듯 하다. 1970년대 그는 동업 관계로 회사를 다니다, 독립을 결심하고 관계를 청산했다. 이 회장은 같은 업종에 뛰어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그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실제 실행에도 옮겼다. 그러나 동업 회사 사장은 이 회장이 같은 업종에 뛰어들 것을 우려해 당시 집 한 채 값에 이르는 거금을 제안할 정도였다고 한다. 한국 섬유산업 모방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다.

-논현동 사옥에 섬유박물관을 마련한다는데….

“논현동 사옥(송현빌딩)은 박물관 용도에 맞게 특수하게 지었다. 지하에 들어갈 박물관 자리는 층고가 6m에 달한다. 여기에 과거부터 최근까지 산업화된 자수와 경편 생산설비까지 전시한다. 개인이 하는 박물관은 대부분 적자다. 재산을 넣어 재단화 해서 수익이 계속 날 수 있는 구조로 갈 생각이다. 중국 북경의 798 예술 거리를 가봤다. 한국으로 치면 예전 구로공단쯤 되는 곳인데 이곳에는 100% 갤러리만 들어와 있더라. 중국 사람들 줄서서 들어갈 정도로 문화에 관심이 많다. 우리도 이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섬유박물관은 바로 우리 산업의 발자취 아닌가.”

이 회장은 직원들 복리 후생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공장에는 직원들을 위한 체력단련실, 노래방 같은 설비를 놓았다. 신(身)뿐만 아니라 심(心)도 함양하기 위해 정원도 공을 들여 꾸몄다. 그가 말하는 소위 ‘낭만’이 흐르는 기업 문화 조성 차원이다. 복리후생도 중요하지만 또 한가지 놓칠 수 없는 제1 요소는 직원들이 스스로 자기 회사에 자부심을 갖게 하는 일이다. 기업 공개도 그런 차원으로 보인다. “이전에 상장 기회가 있었으나 놓치고 말았다”는 그는 “산업용 섬유 소재 기업 변신이 완료되면 기업 공개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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