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경기점 4층엔 특별한 곳이 있다. 8개의 개성 강한 브랜드가 영양가 가득한 비빔밥처럼 모여있는 스트리트편집숍이다. 60평 남짓한 면적에 8개의 브랜드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 곳은 각각 섹션을 나눠 브랜드 감성에 맞게 공간을 꾸몄다.
와일드하면서도 유니크한 스트리트 캐주얼 ‘리타’에는 손희락 대표의 손때 묻은 오토바이 한대가 놓여있다. 지나가던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는 존재다. 백화점과 ‘리타’는 뭔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편안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티셔츠와 아이템으로 2~30대 고객은 물론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손을 잡고 온다. 마니아에서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브랜드로 한 단계 성장한 것이다. 월 매출 4000만원을 달성하며 인기 만점 브랜드로 통하는 잡화브랜드 ‘로우로우’는 여기가 첫 단독매장이다. 간편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에 부담없는 가격으로 10~20대 학생들이 애용하고 있다. 데님소재로 만들어진 토트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지난 시즌 항공점퍼로 대박을 터뜨리며 캐주얼 업계 신흥강자로 부상한 드림서퍼(대표 이동찬)의‘스위브’는 여름에 맞춰 다양한 래쉬가드와 북유럽감성 티셔츠를 내놨다. 브랜드인덱스(대표 김민식)의 ‘크리틱’과 더휴컴퍼니(대표 권성재)의 ‘어드바이저리’가 같이 포진돼 심심하지 않고 재밌다. 같으면서도 다른 컨셉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밖에 원조 스트리트 캐주얼 ‘디키즈’, ‘올굿’,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에서 새롭게 전개하는 유니섹스 브랜드 ‘슈퍼콤마비’가 제각각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이 8개의 브랜드가 백화점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까지는 숨겨진 배려가 있었다. 신규 스트리트 브랜드의 약점이기도 한 인테리어 비용 문제를 백화점 측이 해결해 준 것이다. 계약도 3개월 단위로 하고 있어 그 때마다 매출 및 제품 보완책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입점한 브랜드 모두 꾸준히 변하지 않는 브랜드 감성을 유지하고 있어 전체적인 굴곡도 심하지 않다. 서로 상부상조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신세계백화점 여성캐주얼팀 유환염 과장은 “현재 캐주얼 장르가 SPA와 경기침체로 인해 많은 침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며 “무너져가는 캐주얼 시장의 대체재가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로 주목받으면서 자생력이 약한 그들을 인큐베이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계절을 아우르는 아이템 수도 현저히 적고 기초 자본력이 부족한 스트리트 장르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유 과장은 “단기 팝업 행사는 매출이 좋았는데 장기간 진행했을 땐 한계에 부딪히더라”며 “기존 백화점 방식을 떨쳐버리고 스트리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씬’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접근 방법으로 신규 브랜드 안착을 성공시킨 신세계 백화점은 올 9월 강남점에 대대적인 스트리트편집샵을 만든다. 경기점과 동일한 형태로 진행한다. 대표적인 스트리트 캐주얼로 손꼽히는 ‘라이풀’과 ‘브라운브래스’가 입점을 앞두고 있다. 연령에 구속받지 않은 고객 유입과 낮아진 문턱으로 다양한 스트리트 캐주얼을 만나볼 수 있는 날이 곧 막을 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