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효만의 풍경을 수채화 그리는 마음으로 45벌 의상 지어
“자연은 단순합니다. 우리의 머릿속이 복잡할 뿐.”
장광효 디자이너의 2016 S/S 컬렉션은 ‘모우(暮雨)’가 테마이다. 여름날 오후 해가 떨어지기전 내리는 비 ‘모우’는 마치 낮잠에서 깨어 아침인지 저녁인지 감각을 잃은 듯 했던 어린날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장광효의 컬렉션이 늘 그렇듯, 어느날은 꿈결같은 모래사막을 횡단하는 실크로드를, 때로는 설레이는 성탄절 전야의 눈내리는 저녁과도 같이 몽환적 시공을 선사한다.
언젠가부터 ‘카루소답다’라는 것은 미소년의 순수한 내면과 매력적인 남성미가 혼재함을 의미하게 됐다. 디자이너 장광효의 내면적 세계가 남성복 ‘카루소’ 로 완성되는 시간이 바로 런웨이 무대인 것이다.
장광효 디자이너는 “우리 조상들은 꽤나 낭만적이었는지 마치 붓 터치에 따라 번짐이 달라지는 수채화처럼 내리는 비도 계절과 시간에 따라 섬세하게 구분해 ‘모우’라고 지었나 보다”라고 해석했다. 장광효는 이와같이 자신만의 풍경을 수채화를 그리는 마음으로 45벌의 의상을 담백하게 지었다고 작품배경을 설명했다.
펄럭이는 통넓은 바지나 슬림 핏 팬츠, 숏츠는 비오는 여름날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멋스러움을 살릴 수 있도록 한 디자이너의 세심한 배려로 생각됐다. 짙은 색상의 자켓에 와이드한 하얀 카라로 산뜻한 남성패션을 연출하고 색다른 길이의 셔츠,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통넓은 퀼로트 등의 시도는 시종일관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포티하게 시선을 고정시키는 스트라이프가 모티브로 소매와 바짓단, 턱시도 라인등을 장식하는 가 하면 레이스로 만든 소매, 핑크 린넨 트렌치코트, 한복천으로 만든 트레인 장식등이 어우러지곤 했다.
몇몇 의상들에서는 조선시대 사대부를 떠 올리게 하는 전통미가 엿보이기도 했다. 장광효 디자이너는 “마지막 몇 벌은 매미의 형상을 생각하며 옷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매미는 조선왕의 상징으로 바른 정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이번시즌 장광효의 컬렉션은 전통과 모던, 앞서가는 트렌드가 뒤섞여 혼재한 듯하면서도 스타일이 각인되는 ‘카루소 다운’ 맛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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