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고객의 감성’ 담아요”
정글같은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꿈을 만드는 신진 디자이너들,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는 기성 디자이너들도 모두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본지는 이번 연재를 통해 ‘나만의 옷을 만드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신예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힘들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본업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기에 한국 섬유패션산업 미래는 밝다.
“5살 때부터 18살까지 피아노만 쳤다면 믿으시겠어요?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그림공모전에 나가면 항상 입상을 하곤 했어요. 사춘기 시절 우연히 친구들 따라 갔던 미술학원에 아예 눌러 앉게 됐죠. 건반을 두드리던 두 손이 붓을 쥐게 된 후부터 패션디자이너는 바로 제 숙명이 됐어요.”‘샌프란시스코 엄브렐라’의 차보경 디자이너(35)는 동덕여대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하자마자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다. 그는 7년간 그곳에 머무르며 예술아카데미대학교 석사학위를 땄다. 학위 수료 후엔 시애틀 유명 백화점 ‘노드스톰’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여성복을 바라보는 시각과 감성을 이해할 수 있었던 중요한 시간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차 디자이너는 2009년, 청담동 작은 골목 모퉁이에 맞춤 여성복 브랜드 ‘샌프란시스코 엄브렐라’를 런칭했다. 정성과 손맛이 특출나야만 할 수 있다는 맞춤 여성복 업계에서 그는 7년이라는 시간을 버텨왔다. 우아하면서도 강한 실루엣과 브랜드만의 개성을 담은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청담동 일대 부티크 샵 골목 여기저기 그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고객 한 분만을 위한 맞춤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개인의 취향과 감성, 라이프스타일까지 이해해야 합니다. 7년동안 청담동 골목을 지키면서 얻은 건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는 행복함이었어요. 새로운 사람들과 맺은 소중한 관계망이 제 브랜드를 더욱 단단히 만들어 줬습니다.”샌프란시스코 엄브렐라의 옷은 클래식하면서도 트렌디한 요소가 믹싱돼 있다. 화려한 색감과 장식을 사용하지만 절대 과하지 않다. ‘유려하면서도 힘이 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그는 “세상에 있는 모든 여자가 아름다워질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며 “세월이 지나도 인정받고 사랑받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차 디자이너는 K-패션 요충지 북경과 대련에서 브랜드를 전개 중에 있다.
“아동복 브랜드 런칭 제의부터 수주회, 북경 백화점 매장 컨설팅까지 중국에서 오는 제의만으로도 1년이 모자라요. 하지만 결국엔 모두 제 옷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찾는 분들이라 생각해요. 평생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패션인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똑부러지게 자리잡은 디자이너가 될거에요.”
미국에서, 한국에서, 이제는 중국에서 자신의 옷을 선보이려 하는 차보경 디자이너가 황무지를 헤쳐나가는 탐험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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