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초·분 단위로 변하는 글로벌 마켓 “우리는 무얼 하나”
[한섬칼럼] 초·분 단위로 변하는 글로벌 마켓 “우리는 무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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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환상과 욕망의 충족이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그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때 불황은 없다. 세상은 ‘초, 분’을 다퉈 급변하고 있는데 패션계는 리드는커녕 소비자들의 욕구를 쫓아가지도 못한다“장기 저성장세 탓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색의 원인이다. 그것이 옷이든, 유통이든.

특히 ‘소통의 세계’에 일대 혁신이 강타하면서 최근 매년 한 시즌씩 앞당겨 세계 각국에서 패션트렌드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컬렉션시스템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버버리와 톰포드 등 유명브랜드들이 뉴욕컬렉션의 참가 불참을 선언한데 이어 유명디자이너들과 저명한 패션비평가들이 앞 다퉈 종전시스템에 일침을 가하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컬렉션은 디자이너들의 최고의 자긍심이다. 특히 세계 유명컬렉션은 단순히 홍보의 장이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글로벌마켓과 소비자들에게 앞선 시즌 트렌드를 제시하고 패션을 리드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뉴욕컬렉션은 SNS를 통한 말 그대로 초, 분단위의 홍보를 통해 바이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소비자들이 안방에서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시대에 발맞춘 운영제도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지난 봄 이미 해외 유명브랜드 중 하나가 컬렉션과 동시에 SNS통해 아이템별 직거래 가격을 명시해 올렸으며 장벽없이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가을제품을 앞당겨 구입할 수 있도록 해 화제가 됐다. 이젠 반년 먼저 공개하는 패션쇼의 전통은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현장직구(BUY-NOW, WEAR-NOW)형식의 컬렉션을 운영할 계획이며 런웨이가 끝나는 즉시 바로 그옷을 판매하겠다. 패션쇼는 이제 진화해야 한다. SNS를 통한 패션쇼 생중계에서 즉시 구매까지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난 2월 5일 뉴욕타임스를 통해 발표했다. 뿐만아니라 톰포드도 “4개월이나 앞서 컬렉션을 보여주는 현재의 방식은 구시대적이고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 고객들이 입고 싶을 때 READY TO WEAR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패션계의 진짜 임무다”라고 선언했다.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는 “한 시즌 앞선 컬렉션은 자라, H&M, 포에버21과 같은 패스트패션들에게 복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으며 디자이너 레베카타일러는 “컬렉션 런웨이에 투자할 돈으로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이 이익이다”라고 까지 말했다.

‘소통의 세계’ SNS채널 통해 국경붕괴
유명브랜드들 앞다퉈 패션쇼 불참선언
해외컬렉션 진행 패러다임 급브레이크
서울패션위크 아직도 걸음마 단계
실질 비즈니스 장으로 변화 이끌어야

한 비평가는 “SNS시대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으며 먼저 트렌드를 제시한다는 우월감만으로 고급 패션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면서 명품브랜드들과 디자이너를 위한 패션쇼가 아니라 소비자들을 위한 행사가 돼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세계의 유명컬렉션에서부터 종전의 전통적 컬렉션운영 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때 한달여 남짓 남은 서울패션위크를 떠 올리며 막막한 감이 드는 것은 비단 본 기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파리 오트쿠튀르는 물론 뉴욕컬렉션 무대에 진출했던 이진윤 디자이너는 지난해 이미 본 기자에게 “신진들이 컬렉션을 위해 돈을 쏟아붓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사실상 다양한 SNS채널을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템을 효과적으로 소개하면 오히려 글로벌 스타가 될 확률이 높다. 싸이나 K팝스타들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뉴욕컬렉션 기간 중 이상봉 디자이너는 실시간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행보를 밝혔고 본기자역시 대한민국에서 국경의 경계를 초월해 패션쇼를 안방에 앉아서 감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항상 바이어들의 오더시기가 끝난 후에나 개최되는 서울컬렉션은 바이어들과도 소비자들과도 거리감이 있다. 향후 해외의 컬렉션들이 다양한 SNS채널을 통해 시즌오픈과 동시에 정보와 제품을 쏟아놓을 때 쯤 서울패션위크는 어떤 행보를 택해야 할는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역사를 뒤로 하고 아직도 걸음마단계, 제대로 된 컬렉션의 시작을 알리는 서울패션위크, 이제야 정체성을 정립하겠다는 주최측의 뒤늦은 노력과 기득권세력 운운하며 불평을 쏟아놓는 안쓰러운 디자이너들과 관심없는 국내외 바이어들을 떠 올리면 갑자기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릴 것 같다.

컬렉션의 순기능은 살리고 대한민국의 패션 가치를 대변하는 선배디자이너들과 신진들의 차별화된 패션쇼구성, 무엇보다 내부적인 갈등요인 해소를 위한 소통과 혁신적 채널 운용을 통해 바이어와 소비자들과도 교감하고 실질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장으로서의 ‘서울패션위크’로 시급한 변화의 물살을 타야 한다. 달리는 말 뒤를 발로 뛰어 쫓아가면서 비명만 질러대는 사이 세계마켓은 급변하고 우리의 경쟁력은 날로 추락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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