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군제가 패션기업의 매출을 높이고 브랜드와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패션업계가 아직 광군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광군제 시즌(11월11~20일) 동안 한국 상품은 티몰에서 85억원(32만8000건)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전체 수출의 98%를 차지하는 상위 25대 품목에서 패션부문은 6%로 미미하다. 아직 올해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전년보다 미미한 수준으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까다로운 참가 조건이 첫 번째 원인으로 지적된다. 알리바바 티몰은 판매실적과 고객 평가가 우수한 브랜드 위주로 참여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 입점시기와 6개월 이상의 영업 실적 및 판매 순위 등 종합적인 점수를 심사해 참여 기업을 선별한다.
높은 할인율로 인한 자금 압박도 패션기업들이 참가를 꺼리는 요인이다. 티몰의 경우 참여 업체들에게 평균 10% 할인 혜택 제공을 의무화하고 1+1 프로모션 등을 병행해 실질적인 할인율이 5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패션의류 시장을 마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한국무역협회는 “중소기업들의 광군제 참여가 쉽지는 않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패션업계는 올해 광군제를 맞아 알리바바의 자회사 ‘티몰 글로벌’ 등을 통해 중국 소비자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중국사업에 발 빠르게 움직인 이랜드가 올해도 저력을 입증했다.
이랜드그룹 중국 법인 이랜드차이나는 전년 대비 89% 증가한 3억2900만 위엔(약 56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랜드차이나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프리치, 스코필드, 로엠 등 20개 패션 브랜드의 개별 브랜드관을 열었고 여성복 브랜드가 인기를 누렸다.
이 회사는 물류 인원을 기존보다 20배 늘려 추가 배치하고 O2O(Online to Offline)시스템 강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 상품을 활용, 재고 부족을 최소화했다. 이랜드차이나 관계자는 “최종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중 매출액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령메디앙스는 광군제 하루 동안 전년대비 57% 성장하며 약 41억원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 유아생활용품 브랜드 비앤비(B&B)는 생활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보령메디앙스 이정기 그룹장은 “수유용품 브랜드 유피스가 올해 초 중국에 진출했고 내년에는 닥터아토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를 맞은 알리바바 그룹은 지난 11일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과 타오바오 등의 거래 규모가 1207억 위안(20조 6723억원)을 기록했다. 거래량은 전년대비 32% 증가했다. 이날 고객 5명중 4명이 모바일결제앱 알리페이(전체 거래액의 82%)를 이용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광군제 때 국경 간 거래는 235개국에서 진행됐고 총 소비자의 전체 37%가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샀다. 한국제품은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량에서 3위에 올랐다. 일본(1위), 미국(2위), 호주(4위), 독일(5위) 순으로 상품 인기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