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한국패션협회 원대연 회장 - “10년 앞 혜안 CEO의 경영철학과 신념이 세계화 앞당기죠”
[Power Interview] ■ 한국패션협회 원대연 회장 - “10년 앞 혜안 CEO의 경영철학과 신념이 세계화 앞당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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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성장 ‘패스트 패션’ 곧 한계상황
고부가가치 ‘슬로우패션’ 시대 도래

패션은 비단 의류뿐만 아니라 의, 식, 주 전반을 아우르며 다양한 문화컨텐츠와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패션산업은 장기저성장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멋내기를 좋아하고 사계절이 있는 나라, 더구나 한류로 말미암아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아시아의 패션메카로 부상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호재를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은 “내수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최고결정권자의 신념, 시대 변화에 발맞춘 프로세스혁신, 인재 발굴 및 육성이 가장 주요한 시점”임을 강조한다. 시시각각 단기적인 변화로 쫓아가는 것보다 “10년 앞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글로벌경쟁력을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고 대전제를 밝혔다.

-최근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 원인은 무엇인가? 글로벌SPA의 확산 때문인가?
“글로벌SPA 등장으로 내수 패션시장의 지각변동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SPA브랜드들이 한국마켓을 쉽게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가격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는 생산프로세스와 비즈니스툴을 확고히 구축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브랜드들의 입지를 흔든 부작용이 컸지만 덕분에 소비자들은 값싼 옷을 접할 수 있었고 ‘옷값의 거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시장은 세분화, 다양화돼야 한다. SPA처럼 저가격대가 있다면 럭셔리하고 감도를 내세운 고부가가치 지향의 브랜드도 공존해야 한다. 현재는 가격경쟁만이 소구력이 있다는 것이고 그마저도 시들해지고 있다는 것 이 문제다.”

-한국적 SPA 브랜드도 세를 확장하면서 해외시장 공략을 표방하고 있다. 반드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고급 럭셔리 브랜드여야만 하는가?
“ZARA, H&M 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당시의 틈새와 자국의 여건에 맞는 비즈니스툴과 프로세스를 개발해 체질화된 상태에서 진격해 왔으며 패스트패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고 본다. 한국의 SPA가 대표브랜드로서 세계적인 토대를 구축하기까지는 오너의 확고한 의지와 자본, 5~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SPA를 육성한다는 명목아래 오랫동안 공들여 온 내셔널브랜드를 등한시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영원한 강자는 없고 시장상황은 또 변화하는 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고결정자의 패션경영철학, 신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불황을 극복하는 글로벌경쟁력을 획득하기 위한 기업인의 바람직한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회사의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최고 결정권자가 직접 흐름을 파악하고 열정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오너가 철학이 없고 깨어있지않으면서 구태의연을 반복하면 기업이 발전도 회생도 할 수 없다. SPA브랜드도 마찬가지고 한국을 대표하는 고부가 가치의 브랜드를 육성하려면 오너의 장기적인 비전과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전문경영인의 책임방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2~3년내에 결과물을 내어 놓으라 압박한다면 결코 과거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패션업체들은 대형점포, 직영매장, 편집샵 등 유통의 변화에만 맞춰 제품력, 기획력, 브랜드력보다는 외형성장률 중시 및 볼륨키우기를 체질화해 온 듯하다. 시대상황에 맞춰 선택과 집중전략도 중요하지만 1만원짜리 티셔츠를 파는 저가 볼륨브랜드를 육성한답시고 자사가 이미 보유한 고급 내셔널브랜드를 등한시 한다면 이 또한 철학이 없는 경영이 아니겠는가. 앞으로는 가치경영이 중요시되는 ‘슬로우패션’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에 중심을 준 원칙있는 경영철학과 실천 아래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비전과 신념, 업-미들-다운 스트림간 협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패션산업의 글로벌경쟁력 획득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전제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육성,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패션과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한류영향으로 호감과 관심대상국이지만 뚜렷하게 내세울 국제적인 브랜드가 거의 전무한 편이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지면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패션산업부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패션기업인들은 장기적인 브랜드 일류화전략을 수립하고 철학을 갖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본인 역시 패션현업에 오랫동안 종사해 온 만큼 경험을 말하자면 본부장과 대표시절 갤럭시, 빈폴 등 브랜드 육성을 위해 세일을 지양하고 고품격 이미지제고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경주해 왔었다. 책임경영아래 충분한 권한을 부여받았고 확고한 신념아래 CEO가 흔들림없이 진두지휘할 수 있을 때 일류화는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패션전문기업의 경우 오너의 신념과 실천이 초석이 돼야 가능한 것이다.

패션산업은 제조업과 문화정보 콘텐츠 서비스 산업사이에서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와 접목하면 높은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렇게 쌓아 올려진 높은 브랜드 가치가 실질적인 국가 이미지제고와 함께 고부가 가치 국부 창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인의 경영철학, 신념이 우선시돼야 함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10년내에 세계적인 브랜드가 2~3개만 생겨준다면 대한민국의 국격 상승은 물론이고 패션산업발전과 글로벌경쟁력이 확고히 보장될 것이라 생각된다. 패션협회장을 해 오면서 끊임없이 강조해 온 염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기업가들의 경영철학과 더불어 선결돼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무엇인가?
“인재이다. 현재 대한민국 패션계의 문제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매년 수많은 전공학과 졸업생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브랜드사들은 ‘마땅한 사람구하기’ 가 어렵다고 하고 졸업생들은 ‘취업자리기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비단 패션계 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인 것으로 비춰진다. 소위 ‘머리가 좋은 인재’로 불리워지는 많은 졸업예정자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기 보다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안정적이라고 인식하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바늘구멍처럼 통과하기 힘든 대기업사, 유명브랜드사, 유명디자이너브랜드에서 일하기를 희망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패턴사로 혹은 봉제현장에서 일하겠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다 보니 생산현장이나 기술직은 사람구하기가 힘들어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나 전문인력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을 입사하려고 재수, 삼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사회전반, 패션계 전반은 물론 젊은이들의 인식이 재정립돼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더불어 대학교육 역시 다양한 직종, 현장중심의 전문지식 투입 등 달라져야 할 것이다.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중소기업, 혹은 독립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 동대문을 중심으로 한 도소매 브랜드 등 이 포진해 있고 비전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가 양산과 이들의 경제활동 부진 등이 또 다른 경기침체를 부추기고 패션산업의 불황에도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또한 세계적인 경쟁력 획득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인재들의 발굴과 육성이 두루 이뤄져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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