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선옥, 박소현, 감선주, 박미선, 이재림
5인의 컨셉과 지식 담아낸 ‘WEAR GREY’
“Keep earth, Wear grey, Less laundry라는 캠페인 문구를 함께 만들면서 패션과 환경의 뗄 수 없는 명제들, 그리고 새로운 개념으로서 회색을 고민하고자 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손꼽히는 중견디자이너 중 한 명인 임선옥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야무지고 실력있는 감선주, 박미선, 박소현, 이재림 5명의 디자이너가 ‘Wear Grey’라는 모임을 구성했다.
서울패션위크 기간중에 통의동 아름지기에서 쇼룸을 열고 오프닝에 맞춰 소박한 런웨이를 진행했다. 서울컬렉션이 열리고 있는 DDP못지않게 저명한 평론가, 프레스, 패션피플들이 좁은 공간에 빼곡하게 들어차 일대 성황을 이뤄냈다. 파츠파츠 임선옥, 포스트디셈버 박소현, 더캄 감선주, 기어3 박미선, 12 ILI 이재림이 함께 했다.
“디자인을 직접 진행하고 생산해 내는 주체가 공동출자와 데이터 공유를 통해 공동체 형태로 쇼룸을 직접 운영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이것이 우리의 전략적 실험의 시작입니다”라고 이들은 쇼룸구성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임선옥 디자이너는 이미 최적의 패턴과 소재 로스율 제로를 지향하며 환경을 살리고 인체를 구속하지 않는 의상을 선보이기로 정평이 나있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이 시대 디자이너로서의 정신과 또 척박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고민하고 공유하려 했다.
포스트 디셈버의 박소현 디자이너는 점프슈트를 비롯 최소한의 스트링 디테일 등으로 미니멀룩을 완성했으며 그레이와 화이트, 베이지를 메인으로 난해 하지 않은 부드러운 오렌지컬러를 디테일로 지루함을 배제했다.
더캄의 감선주 디자이너는 원피스, 셔츠와 블라우스, 통이 넉넉한 팬츠, 점퍼 등을 선보였으며 특유의 우아한 레이스를 너무 드러나지 않게 ‘미니멀 로맨틱룩’을 실현했다.
이와함께 12일에는 지속가능한 소재와 제작공정에 집중한 내추럴 풋웨어의 컨셉을 고스란히 읽혀지도록 한 모던하면서 편안함이 배가된 슈즈를 제안했다. 의상의 보조역할이 아니라 새로운 스토리로 재창조되는 시각에서 장식없이도 발을 쾌적화한 기능적 디테일의 슈즈를 선보였다. 어번 스트리트는 물론 여행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심플함’을 부여했다.
기어3는 간결함과 기능성, 멋이 느껴지는 가방을 선보였다. 의상을 돋보이게, 또 전체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이번 컬렉션에서 기어3는 큰 몫을 해 낸 것으로 보인다. 기계에서 최초의 인스피레이션을 얻어 시작된 디자인은 이러한 특징을 반영해 편리하고도 멋스런 스타일을 창조해 선보였다. 이러한 웨어 그레이의 시도가 향후 지속가능한 발전된 형태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BNB12, 박정상·최정민
수묵화기법으로 풀어낸 ‘다양성의 공존’
비앤비트웰브(BNB12)의 박정상, 최정민 듀오 디자이너는 독창적이고 톡톡 튀는 감각의 의상과 매번 마니아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앤딩 이벤트로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 기간 중 삼청각에서의 야외패션쇼 역시 이색공간과 독특한 의상제작기법, 의미를 더 한 이벤트로 주목받았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수묵화 기법으로 프린트해 의상을 디자인했는데 최신 트렌드인 ‘다양성의 공존’ ‘클래식의 현대적 재해석’ 등에 부합했으며 예술성을 부여했다.
서울의 명소인 삼청각에서 6미터 길이의 수묵 담채화를 배경으로 은은한 조명과 다량의 비눗방울이 뿌려지는 정원에서의 패션쇼는 한옥의 분위기와 이색적인 조화를 이뤘다.
어떻게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수묵화로 표현할 생각을 했을까? ‘다양성의 공존함’을 테마로 “수많은 다양성들을 한국적 색감인 오방색과 수묵화로 담아내고자 했다”는 두 디자이너의 의도가 고스란히 재현됐다고 보여진다.
활기찬 스트릿 웨어와 섹시한 드레스, 퍼 베스트와 독특한 아이템들을 강조하기 위해 모델들의 맨 몸에 입혀 연출하고 벌꿀을 채취할 때 쓸 것 같은 망사를 얼굴에 씌워 호기심을 유발하게도 하는 등 듀오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이 표현됐다.
이번 패션쇼는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어린이 모델의 참여로 엔딩 무대가 떠뜰썩 했으며 문화 나눔 객석을 무료로 개방 100여명의 시민을 초대하기도 했다.
마니아들이 기대했던 엔딩 무대 역시 최정민, 박정상 듀오의 익살스런 댄스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문화재를 무대로 활용함에 따른 여러 가지 제약과 난제로 야외무대에서의 행사가 지연되면서 추위에 불편도 있었지만 젊은 신진들의 패기어린 새로운 시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