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섬산련,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의하면 경기북부 섬유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경영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상승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예민한 문제다.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쳐 기업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정부가 방침을 정하고 시행하니 어떻게든 따라 가야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다. 법 시행 전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통해 문제점을 미리 예상하고 현실에 맞게 적용했으면 기업이 받는 타격이 적었을 것이다. 정부는 OECD 국가 시각에서 이야기 하는데 우리가 그들만큼 경쟁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업 또는 산업 체질은 튼튼한지, 근로자 경쟁력은 있는지, 고려할 사항이 많다. (시행기간에 차이를 뒀지만) 대기업과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 일률적인 임금과 근로시간을 적용하면 어떻게 살아 남나. 삼성전자와 성신섬유 근로자들 능력이 똑같을 수는 없다. 직원들 월급 적게 주고 싶은 기업인은 없다. 나도 많이 주고 싶다. 그러면 사람 구하기도 쉽다. 하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는 것이다. 섬유뿐만 아니라 가구·인쇄 같은 업종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은 전체적 사회분위기가 그렇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인 건 우리도 안다. 예전에는 격주 토요일만 일했다. 그런데 요즘 그렇게 하는 곳이 어디 있나. 대부분 주 5일 근무한다. 여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지만 따져보면 실제로는 빠른 속도로 정착됐다. 지금은 주 5일 근무를 강제하지 않아도 채산성 때문에 자연스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다만 납기를 맞추려면 주말에도 공장을 돌려야 할 때가 있다. 이런 것들을 법으로 묶어 버리면 기업인들은 범법자가 된다.”외국의 경우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해서 책정하는 경우가 꽤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수도인 도쿄와 도요타자동차 생산거점인 아이치현의 최저임금은 약 9%정도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지역, 학생 신분 등에 따라 각 주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하고 있다. 호주, 네덜란드도 비슷하다.정 회장은 우리나라만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동일적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주장한다.“내수시장에서만 사업하면 가격을 올리면 된다.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임금이 올라갔으니 전에 1000원 받던 염색료를 1500원으로 올려도 경쟁이 된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순간 오더 다 빼앗기고 공장 문 닫아야 한다. 아예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기던가. 풍선효과다. 한쪽이 눌리니까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만 큰 타격을 입는다. 영세한 곳은 그들대로 제도권 밖에서 치외법권 지대로 남게 된다. 그러나 그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성신섬유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
“실제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갔다.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근로시간이 단축되니까 토, 일요일 근무가 없어 실질적으로 월 급여가 20~40만원까지 줄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최저임금 올라가니 주말에 일하면 돈을 더 받을 걸 기대했다. 그러나 휴일근무 수당이 줄어드니까 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보다 더 작은 영세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도 외국인 근로자가 현 상황에서는 실질적 대안 아닌가?
“외국인 고용한도 폐지해 달라고 하는 건 그나마 그런 인력조차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숙련이 될만하면 떠난다. 기숙사나 밥값도 다 댄다. 세금공제 혜택이 있지만 턱없는 수준이다. 한국 근로자랑 똑같은 비용이 든다.”
-지금 우리 사회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아마도 살아 남을 공장 없을 거다. 경기북부 섬유기업은 대부분 임가공 업체다. 자동차 전기전자 같이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닌 이상 그 임금을 당해낼 곳은 하나도 없다. 작은 회사들은 벌써부터 생산량 안 올라가고 직원들 월급은 줘야 하니까 보너스 주던걸 없애고 있다.”
-경기북부는 남북경협이 본격화할 경우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도 높다.
“앞으로 그렇게 돼야 한다. 그러나 경계할 부분이 있다. 과연 개성공단이 예전 100불 주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신중히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다음날인 11일은 올해 5회를 맞이한 경기섬유의 날이었다. 정 회장은 “양포동(양주 포천 동두천) 3개 시를 연합해 섬유·가죽·패션 클러스터 특구를 조성하고 이 모델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시켜 국내 섬유산업 재도약을 견인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