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S/S 서울패션위크는 명예디자이너 설윤형의 ‘형형색색’ 아카이브전을 시작으로 14일부터 19일까지 총 34회의 서울컬렉션과 20개 브랜드의 제너레이션넥스트 패션쇼, 대학생 우수작품패션쇼, 120여개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여하는 수주박람회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로 구성, 진행됐다.
실질적 오더 수주를 위해 구매력 높은 중동 및 아시아권 12개국 바이어 135명의 초청 바이어가 자리했으며 런던디자이너 애슐리 윌리엄스의 패션쇼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런던패션위크에도 한국디자이너를 진출시키는 교류의 물꼬를 텄다.
이번 시즌에는 특히 ‘지속가능패션 서밋 서울 2019’ 등 시대적 관심에 부응한 토론과 전시, 체험의 장을 마련해 패션인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참여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주목받았다.
2020S/S서울패션위크에는 글로벌 이슈인 지속 가능한 패션의 혁신적 사례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지속가능패션 서밋 서울2019’이 신설돼 지난 16일과 17일 양일간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살림터 2층 크레아에서 진행됐다. 혁신적 주제로 패션과 커뮤니티 발전, 인간과 기술의 조화, 지속 가능패션 뉴웨이브, 패션산업의 미래성장까지 총 4가지 세션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 환경,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실천방향을 논의 했다.
특히 컨퍼런스와 더불어 14일부터 17일까지 크레아 팹랩에서는 디자인라이프, 미래, 그리고 디자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섹션으로 구성된 전시화 함께 제로웨이스트 워크숍이 진행됐다. 이번 제로웨이스트 전시는 임선옥 디자이너가 맡아 그동안 구축한 노하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참가자들이 직접 실습과 체험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관심이 집중됐다.
설윤형 53년 아카이브 ‘형형색색’ 展
한국패션사에 기념비적 ‘코리아니즘’ 아카이브를 남긴 설윤형 디자이너의 53년간 여정이 담긴 ‘형형색색’ 전시가 지난 14일 저녁 서울패션위크의 개막을 알리며 문을 열어 오는 11월7일까지 섬유패션계와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53년간 한국의 전통적인 미학을 서양복식에 접목해 100여개가 넘는 패턴들을 보관중인 설윤형디자이너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꿈꾸다, 수놓다, 덧대다, 엮다,잇다, 그리다,누리다 등 테마로 형형색색의 아트워크를 구현한 의상 및 소품까지를 선보인다.
베갯모를 겹겹이 입체적으로 패치워크한 시리즈와 촘촘하게 수놓은 모란꽃 수가 피어난 드레스, 롱 자켓 등이 요즘 디자이너들에게도 신선한 영감을 선사한다.
색동실로 짜낸 조선시대 상모를 표현한 독창적인 모자와 닥종이와 시폰, 레이스 등을 엮고 꼬으고 붙여 완성한 아트웨어, 색색의 와이어로 엮은 조각보, 양단 테이프로 땋아 엮은 쿠튀르 드레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로맨틱한 조각보를 쓰개치마를 쓰듯 비치웨어로 재해석했으며 민화로 완성한 드레스는 한국의 전통미가 서양복식과 어우러져 미적 감각을 배가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조선시대 어좌 뒷편에 놓였던 일월오봉도를 드레스자락에 펼친 드레스는 꽃봉오리처럼 떨어지는 드레이프로 극강의 화려한 비주얼을 과시하면서 해외 프레스와 바이어들의 발길을 묶었다.
빅팍, 줄라이칼럼과 모험적이고 열정적 항해
빅팍(BIGPARK)의 2020S/S 컬렉션은 줄라이칼럼의 독창적 스타일 미학이 박윤수 디자이너의 개성있는 디자인에 투영된 모험적이고 열정적인 한편의 서사시였다.
이번 시즌 컨셉은 ‘지도에 없는 항해’로 빅팍과 줄라이칼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가보지 않는 길을 개척하고 자신만의 해로를 탐색하는 현대인의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패션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학적 특성을 현대 사회적 분위기에 투영시켜 다양한 인종과 계층이 모인 항해선이라는 포괄적이고 다채로운 문명을 표현하는데 디자인 초점을 뒀다. 빅팍 고유스타일에 20세기 예술양식 큐비즘, 다다이즘에서 보인 콜라주를 연상시키는 줄라이칼럼의 장식적 디자인과 스타일링 기법이 활용됐다.
우아한 에스콧 드레스, 영화 타이타닉에서 시대적 핏이 돋보이는 스트라이프 코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여주인공 모습을 연상시키는 스트라이프 아이템들을 모던한 해체주의적 감성으로 표현, 현대화했다.
선원들의 투박한 카고 팬츠를 스타일링 하는 등 미적 기준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려는 시도도 엿보였다. “빅팍의 드라마틱한 디자인과 줄라이칼럼의 세심하고 여성스런 터치들로 매력 넘치는 컬렉션”이란 호평을 받은 패션쇼였다.
쿠만 유혜진, “독창적이고 신비로운 컬렉션” 호평
쿠만 유혜진(KUMANN YOO HYE JIN)의 패션쇼는 특유의 유니섹스한 구조적 실루엣이 맞물려 다층적이면서도 정교하게 마무리된 컬렉션을 과시했다. 언제나 진지하고 탐구적인 쿠만 유혜진의 컬렉션은 이번 2020S/S 서울패션위크에서도 패션피플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지난 15일 오후 5시30분에 성료된 쿠만 유혜진 컬렉션은 ‘신기루의 시간(A moment of mirage)’를 테마로 낙조 때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의 신기루처럼 모드 또한 누군가 인상적 찰나의 한 순간으로 기억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컨셉에서 비롯됐다.
유혜진의 구조주의는 다양한 변형의 오버사이즈 셔츠, 블라우스, 원피스 드레스, 자켓 투피스 등에 투영됐다. 빈티지하거나 클래식한 실루엣을 쿠만 유혜진의 스타일로 새롭게 구조화한 디자인의 드레스도 주목받았다.
독특한 구조의 파스텔그린, 하이웨이스트 원피스 드레스를 비롯, 파스텔 카키 그린의 워크 웨어 스타일의 자켓과 큐롯 팬츠 투피스 등 트렌디한 실루엣이 쿠만 유혜진의 레트로 퓨쳐리즘과 만나 새로운 구조의 하이브리드 스타일로 등장했다.
매 시즌 제시해 온 오버사이즈 셔츠 드레스는 스목 스타일(Smock style)이라는 시즌 트렌드와 겹치면서 새로운 구조의 셔츠 블라우스와 자켓 드레스, 숏 팬츠의 점프수트 등으로 제시됐다. 나비처럼 어깨의 러플이 잡힌 롱 블라우스, 다양한 컬러의 배기팬츠, 와이드 레그 팬츠, 플레어 팬츠 등도 매력적인 아이템들로 주목받았다.
쿠만 유혜진의 시그니처 실루엣인 접은 어깨선, 틀어진 슬리브, 잘 못 입은 듯 한 앞여밈과 카라의 불규칙적 형태들이 기능과 경계가 흐려진 통합된 하이브리드 디자인을 구성했다. 포멀과 컴포트 룩의 경계를 넘는 오버사이즈 디자인 및 시즌 트렌드인 자연주의적 색감, 특유의 유니섹스한 구조적 실루엣이 맞물려 쿠만 유혜진만의 개성 뚜렷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데무’ 공기(Air)테마로 내추럴&원초적 실루엣 구현
한국을 대표하는 모던 아방가르드 룩의 대표주자 ‘데무(DEMOO)’가 올해 31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공기(Air)를 테마로한 2020S/S 패션쇼에서 자유롭고 원초적 실루엣, 내추럴한 스타일링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데무의 이번 컬렉션은 공기를 테마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에서 없어선 안될 공기를 패션으로 시각화했다. 특히 2011S/S 박춘무(PARKCHOONMOO) 뉴욕컬렉션을 오마주 한 것으로 독창적 아이덴티티와 깊이감 있는 아카이브를 과시했다.
이번 시즌 컬렉션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간자 소재가 바람에 날리는 무대연출을 통해 패션쇼 참관자들이 데무의 이미지속에서 힐링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데무의 시그니쳐 ‘시스루’를 중심으로 극적인 볼륨감과 가벼움을 강조했으며 바람에 의해 자유로운 형태를 빚어내는 공기의 아름다움처럼 런웨이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실루엣이 인상적이었다.
시스루 원피스와 블라우스, 주름 장식의 롱 드레스, 오버사이즈 점퍼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내추럴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원초적 실루엣과 순수, 성숙미,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즘 등 공존하기 어려운 미적 개념을 하나로 아우르는 ‘데무’만의 디자인세계를 어김없이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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