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시행착오 반복하면서 남들이 만들지 않는 소재 개발에 몰두
중소기업은 확실한 자기 제품 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가전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일본 프리미엄 가전브랜드 ‘발뮤다(BALMUDA)’ 창업자 테라오 겐은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창조에는 결과가 요구된다. (중략) 내 손으로 만들어낸 무언가가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그것을 기점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이 책은 올해 초 국내에도 출간됐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을 제공하는 발뮤다의 정신이 담겼다.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stealth) 원단, 납을 쓰지 않는 친환경 방사선 차폐원단, 발수와 동시에 미세먼지를 완전히 털어내는 기능성 원단. 이루삼은 우리가 생각만 하던 일상생활 소재를 실제 우리 눈앞에 내 놓고 있다. 이 대표는 스스로 터득한 소재 노하우와 기술 메커니즘을 응용하고 접목시키면서 반전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구글에서 ‘스텔스 원단(stealth fabric)’을 검색하면 약 1000만건이 검색된다. 검색 상위에는 스텔스 보다는 ‘투명 망토(Invisibility Cloak)’ 관련 동영상과 제품이 더 많이 눈에 띈다. 기자도 그렇게 이해했다. 빛의 굴절을 이용해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필름 정도. 이 대표는 아니라고 했다.
-스텔스 원단이란 무엇인가. 왜 개발하게 됐나.
“개발은 2015년경 이미 완료했다. 처음부터 유럽 등 해외시장을 겨냥했다. 당시 싱가포르에서 항공기를 띄워 레이더 테스트를 했는데 우리 물건이 해외 제품보다 가격과 성능에서 나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스텔스 원단을 규정하는 기준이 없어 팔 수가 없었다.
KOTITI 같은 국내 시험검사 기관들에 문의했는데 모두 안된다고 하더라. 국제 표준도 없다 보니 항공기를 띄워 직접 레이더 탐지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한국전자파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와 협의해 성능 기준을 계측화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원리는 군사용 무기와 유사하다. 여러 기술이 필요한데 쉽게 말해 전자파와 레이더파를 흡수하고 이 에너지를 다른 성질로 변화시키는 코팅층을 만드는 것이다. 이스라엘 미국 유럽 등에서도 스텔스 원단이 나오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최초로 알고 있다.
싱가포르 테스트 당시 우리 제품은 가격에서 상당히 유리했다. 스텔스 원단은 1㎡당 20만원이 넘는다. 가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고부가가치 소재면서 진입 장벽이 높지만 한번 들어가면 안정적인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주로 위장망 용도로 쓰인다. 디자인 요소 때문에 아직 군복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매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차기 제품으로 속건(빠른 건조)과 발수 기능에 더해 미세먼지를 쉽게 털어내는 기능성 원단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이루텍스(가칭)는 미세먼지 대안으로 개발한 소재다. 이전까지 발수가공을 하면 미세먼지 가공이 불가능했다. 발수가 되면서 탈탈 털면 미세먼지가 쉽게 털리는 원단이다.
일반 섬유소재는 아무리 털어도 미세먼지가 잔류한다. 집안에 쌓이는 미세먼지는 대부분 밖에서 입고 온 옷에 묻어 들어온다. 이걸 원천적으로 막는 소재다. 속건(빠른 건조) 기능도 갖고 있다. 빠른 건조는 발수와 상반된 개념이다. 이 3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아웃도어 의류 중 미세먼지 택(Tag)이 붙어 나온 제품들이 있다. 대전방지처리로 표면에 붙은 미세먼지를 털어내는 옷인데 극단적 문제가 있다. 세탁을 한번만 하면 이 기능이 완전히 사라진다. 물세탁은 물론 드라이크리닝을 해도 안된다. 유연제를 넣으면 발수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루텍스는 5회까지 세탁해도 처음 성능이 그대로 유지된다. 일본에도 없는 제품이다. 시험검사 테스트를 모두 마쳤다. 나일론에서 폴리, 면, 실크까지 소재 제한 없이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최근 이루텍스로 이불을 만들었는데 빨리 건조되니 땀이 안 차고 미세먼지를 쉽게 털어내니 항상 쾌적하고 보송보송한 느낌을 주더라. 조만간 제품이 출시된다.”
이동수 대표는 1995년 삼성그룹 공채 출신이다. 제일합섬에 입사해 ㈜새한을 거치고 2012년 이루삼을 창업했다. 이루삼은 리사이클 칩을 메인으로 최근 연달아 출시한 기능성 소재개발에 힘입어 불황에도 불구하고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130% 늘었다.
-매번 소비자 친화적 제품이 나온다. 작은 기업이 이렇게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기는 쉽지 않다.
“예전에 유리창 열차단 코팅지를 개발한 적이 있다. 열 효율이 아주 좋다. ‘이걸 섬유에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섬유에 적용한 뒤 텐트용으로 만들어 시장에서 반응이 좋았다. 나노 기술에 대해 눈을 떴던 계기다. 이렇게 시작해 최종 안착한 제품이 스텔스 원단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 메커니즘을 조합해 시장에서 남들이 만들지 않는 소재개발에 몰두한다. 예를 들면 국내외 수많은 바인더 업체들이 있는데 어디가 어떤 물건을 가장 잘하는지 파악하고 있다.
이들 제품을 기술적으로 조합해 시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소재를 개발한다. 아이디어가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동안 없었던 제품을 만들면 시장이 언젠가는 선택해 줄 것으로 믿는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이런 상품도 나오나?”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이루삼은 섬유특소소재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앞으로 방향은.
“우리 제품은 확실한 차별화가 이뤄져 어디가 경쟁업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과 맞붙어서는 이기기 어렵다. 차별화에 매달리는 이유다.
우리가 개발하는 제품은 모두 무기물질을 원료로 한 친환경 소재다. 인체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아이템은 단 하나도 없다. 중소기업은 확실한 자기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