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블루오션 뛰어든다
온라인 제조 플랫폼은 블루오션 판매 위한 기초토대
현장 언어는 소비자어로 번역해야
소비자들은 유통 과정을 줄여 좋은 품질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길 원한다. 아직 온라인 직판장 플랫폼은 거의 없다. 직거래를 원하는 공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 수 있을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쇼핑을 공장에서(이하 쇼공)’ 박윤범 대표는 하청업체인 제조공장이 직접 물건을 팔 수 있도록 브랜드로 키우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창구를 제공한다.
온라인 시장은 사업경험과 자본이 적은 사업자가 뛰어들기 유리한 공간이다. 오프라인 상점처럼 매니저와 직원, 인테리어에 따로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쇼공은 공장이 사진과 스토리, 재고 관리 및 배송 시스템을 갖추면 온라인 사업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고 분석한다. 박 대표는 쇼공에서 공장을 브랜드로 키우고, 이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할 공간을 만들었다.
■쇼공-공장 윈윈 전략
브랜드 하청업체라고 불리는 ‘제조사’ 또는 ‘공장’은 언제나 을의 위치에 서 있다. 상품을 만드는 데는 전문가지만, 상품을 어떻게 팔지 모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온라인을 시도해보겠다며 젊은 사람 한 두명 뽑아본 사장님들은 쇼공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제조공장은 대개 납품을 포기하기 힘들지만, 직접 옷을 제작 판매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진 곳이 많았다. 특히 주문이 없는 시기에 인력을 활용해 이익을 창출하기를 원했다. 박 대표는 가성비 좋은 옷을 판매하고, 공장은 남는 인력을 이용해 윈윈 전략을 이끌어냈다.
박 대표는 어린 시절 의류 제조업으로 성공했다가 내리막길을 걷는 이모를 보고 제조업 부흥 방법을 고민했다. 박 대표가 사업장에 놀러다니면서 옆에서 지켜본 의류 제조업은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온라인 인큐베이팅 서비스 회사 몬코에서 유통 마케팅이라는 해답을 찾았다. 박 대표가 쇼공을 설립할 당시, 아직 온라인에는 생산공장 인큐베이팅 서비스와 플랫폼을 결합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여러 제조공장을 방문하면서 이 시장은 블루오션이 된다고 판단했다.
■인큐베이팅으로 공장 데뷔
쇼공은 플랫폼(D2C)인 동시에 브랜딩과 컨설팅도 맡는다. 공장주는 직접 옷을 팔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큰 손해를 입는다. 박 대표는 공장주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파악하고, 꾸준히 상담하며 기본적인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쇼공은 각 공장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SNS광고를 클릭하면 해당 공장 페이지로 들어가도록 광고를 설계했다. 같은 후드티셔츠라도 상품끼리 경쟁 붙이기보다 공장별로 홍보했다.
박 대표는 “백화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백화점도 여러 입점 업체끼리 경쟁할 뿐, 같은 상품을 묶어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쇼공은 코치 역할도 맡는다. 박 대표는 “쇼공에서 성장한 생산공장이 다른 플랫폼에서도 브랜드로 활동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데이터로 재고 리스크 관리
박 대표는 사장에게 욕심이 나더라도 우선 옷 한 종류당 10장만 만들라고 요청했다. 제조공장이 브랜드가 되기 위한 기초 토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소비자가 살 만한 옷 형태와 가격대를 테스트해보고 나서 옷 수량을 늘릴지 결정한다.
공장주들은 남는 원단이나 원부자재 공장 인맥을 통해 적은 양의 원단으로 쇼공 수량을 채운다. 쇼공에서는 예측수요에 맞춰 주문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공장주는 쌓이는 재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예측량에 맞게 원단을 구하면 생산 단가도 대량생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선에서 만들 수 있다. 소비자 가격은 공장에서 얻는 이익률을 조절하면 낮춰지기 때문에 쇼공에서는 소비자 반응을 분석해 가격을 책정하는데 집중한다.
쇼공 MD들은 실시간으로 소비자 반응을 보면서 잘 판매되는 상품을 위주로 사이트를 채운다. 판매율이 높지 않은 곳은 데이터 분석결과를 보내 상담한다. 공장주는 상담 내용에 맞게 디자인을 수정하고 물량을 조절한다.
■사진과 배송 갖춰야 시행착오 줄인다
온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진이다. 박 대표는 온라인 사업을 처음 시도하는 공장주에게 사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단계에서 가장 충돌이 잦다고 말한다. 사진 촬영은 사진 컨셉 잡기부터 스튜디오 및 모델 선정, 보정까지 신경써야 한다. 박 대표는 “사진 찍어봤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쓰겠냐”며 수수료 책정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공장주도 꽤 많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최근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컴퓨터’가 없는 공장 유치다. 쇼공 문을 두드리는 공장은 많지만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은 공장은 아직 거래하기 힘들다. 실시간으로 재고를 파악해야 하는데 적은 직원 수로는 매번 손으로 입력하지 못한다.
박 대표는 공장 사장이 컴퓨터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도 업로드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20수와 30수 차이를 알지만, ‘도톰하다’거나 ‘비치지 않는다’라고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한다. 대학생 때 프로그램 개발을 맡았던 박 대표는 공장주가 사진과 현장식 언어를 입력하면, 이를 소비자가 이해할 만한 언어로 바꾸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배송도 물류센터를 설립해 해결할 계획을 짜고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빠른 시간 내에 정상상품이 소비자에게 도착해야 살아남는다. 실력을 갖춘 제조공장들은 많지만 개별적으로 배송을 담당할 사람이 없어 입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박 대표는 쇼공 규모가 커지면 제조공장들이 따로 준비할 작업을 줄여 적은 부담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