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화산업 패러다임을 뒤바꾼 에스콰이아 고(故) 이인표 회장의 시작은 60년 전 10평 남짓한 자그마한 제화매장이었다. 당시 모든 구두는 주문제작이었고, 구두기술자는 하루에 고작 3켤레만 만들 수 있었다. 이 회장이 파는 구두를 사고 싶어하는 사람은 몰려드는데, 기술자를 아무리 고용해도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회장은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과감히 대량생산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구두 기계를 들여오고 기술자들을 설득해, 1970년 마침내 성수동에 1200평 제화공장을 세운다.
패션그룹형지가 6년 전 인수한 에스콰이아는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지난 1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는 창립 6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형지 임직원과 전국 매장 점주가 한데 모여 에스콰이아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고 열정을 되살리는 자리를 가졌다. 최 회장은 강연에서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는 첫날인 오늘은 희망을 갖는 날”이라며 “여러분과 함께 전략을 구상하며 미래 100년을 열어가자”고 말했다.
형지 최병오 회장의 도전정신은 고난을 이겨내고 산업 패러다임을 바꾼 이 회장의 경영철학을 자연스럽게 잇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동명대학교 전호환 총장은 기념축사에서 “작은 구둣방에서 탄생한 에스콰이아는 고 이인표 회장의 노력으로 대한민국 제화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이 회장의 노력은) 무일푼으로 의류산업을 시작한 최병오 회장의 불굴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인표 회장과 최병오 회장은 각각 제화산업과 의류산업에서 시장흐름을 읽어 상징적인 브랜드를 세웠다는 데서 인정받는다. 이 회장이 10평 가게에서 브랜드를 시작했다면, 최 회장은 서울 광장시장 1평 매장에서 의류도매업을 시작했다. 10년간 여성의류 ‘크라운’을 운영하다 부도났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성크로커다일 상표권을 얻었다.
여성크로커다일은 지금의 형지를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는 브랜드다. 3040기혼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어디서든 편하게 입을 옷을 찾는다는 니즈를 파악해 성장하기 시작했다. 여성 크로커다일 개발팀은 마르고 가느다란 몸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실제 기혼여성을 모델로 옷을 피팅했다. 최 회장은 유통방식 또한 기혼여성의 동선을 중심으로 설계했다. 살림과 육아를 위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서울 외곽 수도권에서 생활한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기도 시흥 재래시장에 1호점을 열었다.
이들은 기업 이윤을 사회에 다시 되돌리고,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도록 돕는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섰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 회장은 어린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 미래 세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국내외 22개 어린이 도서관을 세웠다. 이인표 회장의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굳센 경영철학에 따른 활동이다.
최 회장 또한 교육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대와 부산대, 단국대 등 국내 주요대학에 강의실 설립을 후원했다. 패션그룹형지 차원에서는 저소득 여성가장 자녀교육비를 지원하는 ‘Wings of Women’ 캠페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