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 브랜드, “오프라인 편집샵은 이점 거의 없다”
원더플레이스·에이랜드, 해외와 온라인서 성장 돌파구
리오프닝 시대(경제활동 재개), 오프라인 주요 편집샵 원더플레이스와 에이랜드는 입점된 스몰 브랜드 파워를 통해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시장 성패는 입점 스몰 브랜드 파워가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한다.
상권에서 안테나샵 역할을 하면서 입점 브랜드에 어떤 가치를 제언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유통부문 대표는 작년 11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2022 유통산업전망 세미나’에서 “플랫폼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유니크하고 핫한 스몰 브랜드를 누가 데려오느냐”라며 “온라인 시장 급성장 이후 스몰 브랜드(셀러)의 역습이 시작됐고 파워가 이들에게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중화된 브랜드가 아닌 소형 브랜드들을 찾는 MZ세대가 주요 소비자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제품을 찾고 가치 소비를 중시한다. 이들과 함께 스몰 브랜드 입지가 커지고 있다.
본지는 리오프닝 시대 주요 오프라인 편집샵 원더플레이스와 에이랜드의 시장 변화를 살펴봤다. 코로나19 3년차를 겪으면서 오프라인 편집샵은 입점 브랜드에게 더 이상 큰 이점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더플레이스는 작년 온라인에 진출했지만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적이 회복되지 못했고 에이랜드는 현대백화점 입점 매장을 모두 철수하면서 입점 브랜드에 타격을 줬다. 에이랜드에 입점한 A브랜드는 “코로나 여파와 에이랜드 현대백화점 매장 철수로 브랜드 매출이 3분의 1로 떨어졌다. 오프라인 편집샵 비중이 높았던 터라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모 가방 브랜드는 29CM 등 온라인 몰에 입점해 있지만 오프라인 편집샵 입점은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 가방 디자이너는 “코로나 시기 온라인 매출이 급격하게 올랐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온라인 시장 정착이 안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한 오프라인 편집샵에 위탁 형태로 입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에코가죽 사용, 국내 생산, 타임리스 디자인 등 브랜드의 진가를 알리려면 소비자와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편집샵에서 브랜드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양사는 오프라인 편집샵으로서 핵심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코로나 19 타격으로 매출이 줄었다. 무신사, W컨셉 등 온라인 플랫폼 거래액 급신장과 반비례하며 원더플레이스 2020년 매출은 1000억원으로 전년비 29% 급감했다.
에이랜드 2020년 매출은 145억원으로 전년비(294억) 절반으로 떨어졌다.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올해 성장 정체의 돌파구로 온라인 몰 강화와 라이선스 브랜드와 해외 시장 확대를 선택했다.
원더플레이스는 자체 라이선스 브랜드를 확대하며 내부 콘텐츠를 개발하고 에이랜드는 글로벌 확대에 집중한다. 원더플레이스는 캐주얼화된 ‘제 2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점으로 라이선스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현재 아웃도어프로덕츠, 꼬모니노즈, 골라 등 15개 라이선스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9개의 독립 매장을 운영하는 아웃도어프로덕츠 작년 매출은 원더플레이스 매출의 약 10%인 100억원에 달했고 올해 250억 매출이 목표다.
에이랜드는 올해 5개 이상 해외 매장을 오픈하며 해외 매장 수를 2배로 늘린다. 트리플파이브그룹, 아다스트리아와 파트너를 맺어 미국, 유럽,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으며 몰 오브 아메리카, 도쿄 메인 상권 가두점 등 주요 입지에 입점한다. 에이랜드는 관계자는 “최근 K팝 콘텐츠가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으며 에이랜드가 전개하는 K디자이너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랜드는 재작년 4월 코로나 타격으로 에이랜드 첫 매장인 명동 1호점을 폐점한 이후 올해 5월 명동점 재오픈을 추진한다. 한국 거점 매장을 중심으로 K패션 상품력을 탄탄하게 다지며 해외 시장과 함께 가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2015년부터 에이랜드 주요 점포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 ‘리우 옴므’는 에이랜드 명동 매장 오픈과 해외 매장 진출에 기대감을 표했다. 리우 옴므 관계자는 “최근 명동 상권에 외국인들이 다시 유입되기 시작했다. 메인 상권에 다시 자리잡는 에이랜드 명동점 오픈으로 관광객 판매가 늘어날 것 같다”며 “현재 일본, 태국, 미국 에이랜드 매장에 입점해 있다. 해외 물량은 에이랜드 전체 입고 물량의 10% 규모다. 많진 않지만 편집샵 입점으로 해외 시장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말했다.
명동, 가로수길 등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며 오프라인 편집샵들에게는 비어 있는 도심 상권이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대학 스마트경영과 교수는 “코로나 시기 교외활동을 즐겼던 사람들은 다시 도심으로 돌아와 문화와 패션을 소비할 것이다”며 “편집샵들이 국내 브랜드들의 안테나샵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상권 재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