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박물관 유물이 될 처지에 놓인 수제화
[한섬칼럼] 박물관 유물이 될 처지에 놓인 수제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맥만 유지 뿌리채 흔들리는 성수동 장인들
2018년 민노총 소속의 제화공 파업이 도화선
코로나19 영향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리나

제대로 된 협상이 아니었고 잃은 것만 많아
반면교사 삼아 ‘뼈깎는 구조’ 변화 절실
사진=한국섬유신문 DB
수제화 산업집적지였던 성수동은 옛말이 됐고 패션 뷰티 성지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성수 수제화산업은 젠트리피케이션, 코로나 19 영향, 민노총 파업 사태 등 위기가 겹치면서 뿌리채 흔들린다. 뿌리 산업에 속하는 수제화 제화공들은 현재 명맥만 유지할 뿐 설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급기야 박물관 유물이 될 처지에 놓여 있다. 4년 전인 2018년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제화지부(이하 민주노총 제화지부) 소속의 제화공들이 파업에 나섰다. 탠디와 미소페의 1차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은 제화공들은 ‘본사(브랜드)가 책임을 져야한다’며 공임 인상을 요구했다. 이후 미소페 본사가 있는 성수동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공임은 올랐으나, 몇몇 공장이 문을 닫았다. 수제화 브랜드 본사들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운동화류의 스니커즈를 더 늘렸다. 스니커즈류는 국내 생산보다 해외 생산 제품이거나 직수입한 상품이 많다.  원청 납품가는 크게 오르지 못한 채 공임이 오르면서 제조공장 경영은 더 악화됐다. 당시 도급 제화기술자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사례가 나오면서 제화공의 퇴직금청구 소송이 제화업계 전체로 확산됐다. 
수제화 공장 모습. 사진=한국섬유신문 DB
그 해 탠디, 미소페 등 주요협력공장들 8여곳 이상이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여파는 원부자재업체까지 이어졌다. 소규모 공장을 포함하면 50여곳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이로 인해 수제화의 허리 산업군인 공장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2018년 신발 한 켤레(갑피와 저부 합산) 공임이 평균 2000~2600원정도 올랐다. 현재 신발 갑부 및 저부 공임은 2018년보다 1000~2000원 정도 올라 각각 5000~7000원 선이다. 대량 생산이 아닌 소량 수제화 공임은 이보다 4배까지 지불한다. 제화공은 물량이 줄어 월 평균 3000만원을 받는다. 이는 수익이 좋은 편에 속한다.  업계는 올해 수제화 규모가 2018년 당시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구두를 만드는 제화공들중 70대는 나이가 많아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고, 50대 후반 60대는 물량감소로 수익이 줄자 일용직 노동자로 떠났다. 본사, 1차 하청업체, 제화공 누구도 이익을 보지 못하고 산업만 악화된 것이다. 당시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낙성대 인근 탠디와 성수동 미소페 하청 업체인 수제화 공장을 들락거리며 제품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여러 하청공장을 제 집처럼 드나들면서 제화공에 단합을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금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당시 본사에 진입한 지부 노조의 많은 제화공들은 민주노총과 수제화 업계를 떠났다는 후문이다. 성수동 제화공까지 이어진 파업 사태로 수제화 위기가 더 빨리 닥쳤다.  현재 성수동과 수제화산업은 점점 쇠락하고 있다. A하청 공장 대표는 “계약 당사자인 도급자(제화공)와 1차 하청 사장단과 대화가 필요했지만 당시 그렇지 못했다. 민노총은 본사와 결판을 내려는 입장이었다. 제대로 협상이 되지 않았다, 민노총은 중간에서 중재에만 나서야 했다 ”고 당시를 회상했다. 요즘 제기되는 하이트진로와 대우조선 등의 파업으로 노동 개혁이 거론되고 있다. 경직적인 고용 시스템,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불균형은 수제화 산업도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수제화 산업군은 1인소사장과 중소사업장이 대부분이다. 현장에서는 본사와 하청,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와 도급 문제에 집중해 해결해야한다. 국내 수제화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고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까지 나아가기 위한 성장동력과 인력양성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국회나 정부가 뿌리산업인 수제화 산업을 살리는 데 힘을 쏟아야한다. 성수동에서 만난 수제화 장인은 “국민들이 편안한 신발을 신을 수 있도록 장인정신으로 만든다. 중국 시장에 기술력을 뺏기고 후손들이 맞춤 신발도 외국에서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며 씁쓸하게 돌아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한국섬유신문
  • 창간 : 1981-7-22 (주간)
  • 제호 : 한국섬유신문 /한국섬유신문i
  • 등록번호 : 서울 아03997
  • 등록일 : 2016-11-20
  • 발행일 : 2016-11-20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빌딩 4층)
  • 대표전화 : 02-326-3600
  • 팩스 : 02-326-227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석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선희 02-0326-3600 [email protected]
  • 한국섬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섬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