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반죽을 양손으로 잡고 나무 판 위에 두들기면 반죽은 점점 길어진다. 손으로 두드리기 이른바 ‘수타(手打)’다. 요리사가 수타를 수십 번 반복하면 반죽은 점점 가늘어지며 결국 국수 모양이 된다. 즉, 섬유가 된다.
밀가루 반죽이 글루텐 성분 때문에 끈기(점도)가 있기 때문이다(아무 가루나 물을 섞는다고 반죽이 되지는 않는다). 반죽은 양쪽으로 잡아당기는 인장력과 관성 때문에 길게 늘어나면서 가늘어지고 섬유가 되는 것이다.
끈적한 물풀을 책상 위에 부은 다음 30센티 자로 두들기는 장난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물풀은 솜사탕처럼 섬유가 된다. 이 물리 현상은 수타 짜장면 제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설탕을 열로 녹여 액체로 만든 다음, 작은 구멍들이 뚫린 회전하는 원통 중심에 흘리면 액체 설탕은 원심력 때문에 구멍들 사이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때 설탕은 원통을 빠져 나오면서 급속도로 식어 원래의 고체로 되돌아 가는데 설탕의 끈적한 점도 때문에 원래 모습인 입자가 아니라 섬유가 된다. 이것이 솜사탕이다. 점도가 높은 반죽을 빠른 속도로 공기중에 통과시키면 쉽게 섬유가 된다. 공기저항으로 인해 반죽이 길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점도 높은 액체를 빠른 속도로 공기 중에 통과시키는 방법은 고속의 바람을 불어 넣거나 원심력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스프레이 하는 것이다. 기체에 압력을 가해 액체로 만든 다음 밀폐된 통에 넣는 것이 스프레이다. 이 상태로 가느다란 구멍을 개방하면 고압으로 갇혀 있던 통 안의 액체가 고속으로 외부로 뿜어져 나오면서 기체로 돌아가는 원리다.
이때 액체가 충분한 점도를 갖고 있으면 밖으로 빠져나온 액체가 입자가 아닌 섬유가 된다. 이를 이용한 것이 고속의 열풍으로 고분자를 불어 형성된 섬유를 적층하여 부직포를 만드는 멜트블로운 머신이다. 섬유를 적층하여 원단을 만드는 것은 입자에 비해 더 손쉽게 더 얇게 방수나 단열층을 형성할 수 있고 두께도 고르게 할 수 있다.
고분자를 분무하여 2차원 평면을 형성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두가지이다. 가장 흔한 방법은 거품 즉, foam 형성이다. 거품으로 만들어진 고분자는 푹신한 탄성이 생기고 두껍고 가벼워지며 부드럽고 함기율이 높아져 보온 기능이 확보된다. 단점은 통기성이 말살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섬유를 사용하여 층을 형성하는 두번째 방법은 방수가 될 만큼 치밀하면서도 통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땀복이 아닌 한, 통기성이 없는 의류는 높은 습도 때문에 불쾌하므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즉, 의류에 사용 가능한 고분자 스프레이는 섬유를 형성하는 방법이 최적이다.
놀라운 마법이나 첨단과학처럼 보이는 스프레이로 만든 드레스는 바로 이런 간단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날씬한 모델의 인체 곡선을 따라 고분자 스프레이로 부직포 원단을 성형하는 것이다.
이 끈적한 고분자 섬유는 휘발성 용제가 증발하면서 고체로 남아 그대로 드레스로 굳어진다. 섬유가 굳어지기 전에 손으로 만져 원하는 모양으로 마무리 성형하면 끝이다. 스프레이 드레스는 수타 짜장면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