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히말라야 농장이 지속가능한 미래다
[오피니언 기고] 히말라야 농장이 지속가능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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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케어센터 여러 개 설립, 후원 시작
순이익 50~70% 지역사회에 환원
직원 65%는 인근 농촌 마을 주민

순환경제 시스템 교과서라 자부
마을·가족없이 지속가능 미래 없다
네팔의 작은 도시 포카라에는 <더 파빌리온-히말라야 농장>이라는 특이한 호텔이 있다. 호텔이라기보다 농장에 가깝다고 해야 할 이곳에 들어서면 숙박을 위한 편의시설보다 사계절 자연을 경험하게 하는 숲과 논밭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손님들이 묵을 방이라곤 고작 단층으로 된 작은 독채 14동이 전부다. 호텔 식당에서는 바로 옆에 사는 농가에서 생산한 싱싱한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고, 가축을 키워 분뇨로 퇴비를 만들고 발효된 가스는 연료로 사용한다. 냉방기가 없어도 공기가 순환하도록 건물을 지었고, 태양열과 빗물을 모아 에너지를 절감한다. 아침에 눈을 뜬 여행자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지저귀는 새소리에 체크아웃이 아쉬울 것이다.
네팔 포카라시 외곽에 있는 친환경 농장형 리조트 '더 파빌리온 히말라야 더 팜' 입구 모습. 사진=윤대영
네팔 포카라시 외곽에 있는 친환경 농장형 리조트 '더 파빌리온 히말라야 더 팜' 입구 모습. 사진=윤대영 수석전문위원
이 호텔을 경영하는 영국인 더글라스 매클라간(Douglas Maclagan)을 지난 2월 말 호텔 식당 야외 테라스에서 만났다. 그는 30년 전 트레킹을 즐기러 왔다가 돌아가지 않고 아예 네팔에서 살고 있다. 한 아픈 아이와 어머니를 길에서 만났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해 아이를 살리지 못했던 경험이 그의 삶을 바꾸었다. 네팔 어린이 3분의 1이 설사와 폐렴으로 학교에 가보지도 못하고 죽는 현실을 그 일을 겪은 후 알게 됐다. 그는 환아 가족을 치료하고 양육하는 데이케어센터를 여러 개 설립하고 후원하는 일을 시작했다. 아픈 아이들 때문에 어머니가 일하러 가지 못해 가정 경제가 무너지는 악순환을 막고 유아 사망률을 낮추는데 기여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구호 활동에 외국 기업과 지인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지진 등 자연재해와 금융위기 정치사회 불안에도 흔들리지 않을 지속가능 경영 모델이 필요했다. 지역 주민이 의식주 필수품을 직접 생산하고 관광객들에게 저렴한 숙소를 제공했던 경험을 토대로 친환경적 농장형 리조트를 기획했다.
히말라야 농장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농민들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단층 독채 숙소는 지붕이 넓고 낮아 빗물을 모으기 수월하다. 사진=윤대영
히말라야 농장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농민들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단층 독채 숙소는 지붕이 넓고 낮아 빗물을 모으기 수월하다. 사진=윤대영
세계 주요 관광도시에 고급 호텔 체인을 가진 파빌리온 그룹을 찾아가 네팔 포카라에는 지역 농민과 환경을 동시에 살리는 생태 보전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음을 설득했고, 소박한 이 제안이 채택됐다.

히말라야 농장호텔의 철학은 모두 W자로 시작한다. 
첫째는 ‘부의 순환(Wealth)’이다. 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제외하고 순이익의 50~70%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경영 이익이 주민들을 위한 보건시설 후원과 학교 장학금으로 사용되니, 시내에 있는 다른 호텔보다 숙박비가 두 배 이상 비싼데도 인기다.

둘째로 ‘좋은 일자리(Work)’를 지켜낸다.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65%는 인근 농촌 마을 주민들이고, 나머지는 포카라와 기타 지역에서 채용한다. 자기 동네를 살리는 곳에서 일하니 자부심이 커서 이직하는 직원들이 거의 없다. 
외국으로 나가려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붐비는 네팔 도시는 공기오염과 교통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윤대영
외국으로 나가려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붐비는 네팔 도시는 공기오염과 교통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윤대영
세 번째 원칙은 ‘자연을 사랑하는 지혜(Wisdom)’다. 건물 운영에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를 지역에서 자급자족한다. 발생한 폐기물은 재활용하고 에너지를 순환한다. 우기에 빗물을 많이 모으기 위해 모든 건물의 지붕 경사를 20도 이하로 낮게 설계했다. 수영장도 빗물로 채우고 소독할 때는 히말라야 소금을 사용한다. 전 세계 호텔이 배울 수 있는 순환경제 시스템 교과서임을 자부한다.  신흥 경제 대국 인도와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네팔에도 경제 성장 바람은 거세다. 젊은이들은 지방을 떠나 대도시로 몰리고, 임금 격차가 큰 외국에 나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상하수도·전기·통신·도로 등 인프라에 투자할 여력이 없고, 교통난과 대기오염 및 쓰레기 급증은 고질적 문제다.  2015년 대지진 피해지역 가구 중 70%가 남성 가장들이 외국으로 일하러 나간 상태였고, 무너진 집과 흙더미에 갇힌 노인과 아이들을 구하려다 숨진 여성들이 55%가 넘는다고 한다. 외국에서 모은 돈으로 귀국해 새집을 지으려던 가족들의 꿈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농업경제의 비중을 넘어선 외화벌이 송금경제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마을과 가족 없이 지속가능 미래는 없다. 자립하는 마을에서 건강한 노동으로 자연과 어울려 사는 히말라야 농장의 실험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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