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월든, 오두막의 자급자족한 경험
‘숲이 그린 집’은 버려진 자원이 주택 자재
오프 그리드 삶 보여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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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처럼 아쉬람‘ 학교, 자연 순리 강조
회복을 위한 삶의 전환 가르쳐
미국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그의 후견인 에머슨 소유의 숲속 호숫가에 두 해 남짓 머물며 자급자족한 경험을 <월든>이라는 책으로 남겼다. 그가 직접 지은 5평짜리 오두막 안에는 3개의 작은 의자가 있었는데, 각각 ‘고독’과 ‘우정’과 ‘세계’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서양의 노자(老子)라 부를 정도로 자연과 인생에 생태적 가치관을 주장하여 마하트마 간디나 넬슨 만델라와 같은 이들의 사상과 실천에도 맞닿아 있다.
번잡한 도시에서 지친 사람들은 숲속에 작은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꿈을 한두 번쯤 꿔봤을 것이다. 특히 올해 여름 날씨가 사상 최고 온도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웠던 터라 시원한 숲에서의 일상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호사가 아닐 수 없다. 마침 이런 때 EBS에서 방영한 특집 ‘숲이 그린 집’은 자기만의 집을 짓고 사는 세계의 자연인들을 다뤄서 호평받았다.
2023년 4월부터 8월까지 총 20편에는 영국, 캐나다, 포르투갈, 에스토니아,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숲속 오두막들이 나온다.
도시를 떠나 숲에 보금자리를 틀고 아이들을 키우는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이 대부분이다. 인근 학교를 다녀온 아이들은 가축과 뛰어놀고, 풀벌레를 잡고, 냇가와 호수에서 물놀이로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숲에서의 체험과 자연 관찰로 과학을 가까이하게 되고, 자연은 그 자체가 생생한 학교다. 숲에 들어가기 전 맞벌이로 먼 직장을 출퇴근하고 밤늦도록 야근하던 부부들은 오두막에서 자녀들과의 대화시간을 되찾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들이 지은 주택 자재는 건축업자에게 구매한 것이 아니라 버려진 자원이나 자연에서 구한 것들이다. 어떤 이는 환경보호를 위해 전기를 차단하고, 퇴비로 자가 생산한 가스를 취사와 난방에 이용하는 등 원시적 방법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오프 그리드(Off Grid) 삶을 전해준다.
2023년 현재 국토의 63%가 임야인 우리나라에도 숲에서 삶을 도모하는 자연인들이 많다. 강원도 원주 백운산 비탈에 ‘흙처럼 아쉬람’이라는 흙집 짓는 학교를 운영하는 고제순 박사도 그런 분이다. 그는 흙을 사랑하여 호를 여토(如土)라 지었고, 의식주 생활에서 자연의 순리를 발견하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의식주의 의는 옷(衣)이 아니라 약(醫)이다. 자연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몸을 스스로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식생활이 건강과 직결되니, 텃밭 등 자연에서 난 것으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라고 가르친다.
그는 건강한 주생활을 위해서는 콘크리트 집이 아닌 흙집에서 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젊은 시절 아파트에 살면서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다가 우연히 세계적인 생태운동가 후나세 슌스케(船瀨俊介)의 <콘크리트의 역습>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흙집으로 돌아서게 되었다고 한다. 쓰레기 콘크리트 파동이 일자, ‘콘크리트에 살면 9년 일찍 죽는다’라는 이 책의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게 되었다.
흙집학교 수업에서는 열흘 동안 20여 명 남짓 학생들이 한 팀이 되어 나무를 자르고, 흙을 이기고, 전동장비 다루는 법을 배워 흙집 한 채를 짓는다. 팀마다 실력이 달라 완성도는 제각각이지만, 실패에서 배우는 재미도 있기에 완성된 집은 사례로 남겨둔다. 이곳에서 집짓기를 배운 사람들은 고향 땅이나 숲에서 스스로 흙집을 짓고 자연에서의 소박한 삶에 도전한다.
코로나19가 4년이 넘어도 끝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도시 밀집 주거와 의식주 생활방식을 계속한다면 앞으로 코로나보다 더 심한 위기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근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윤만을 추구하고 환경을 무시하는 삶의 방식은 재고되어야 한다. 숲속 오두막이나 흙집이 현재의 문제를 당장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는 삶, 회복을 위한 삶의 전환을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