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기업, 거품 경제 붕괴로 폐업
버블시대 태어나 성장한 아마존과 구글
기술 환경·인프라에 따라 생성·소멸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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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중심 탈중앙화 사회에 등장한 블록체인
유틸리티로 활용해 실물 경제와 연동해야 결실
한동안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와 메타버스(Metaverse) 열기가 최근 급랭하고 있다. “NFT는 소멸 中… 95% 컬렉션은 無가치(IT조선, ’23.09.23)”, “차세대 먹거리 ‘메타버스’의 몰락… (시사오늘, ’23.09.22). 이런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30년 넘게 IT 융합 관련 연구를 수행한 전문가로서 필자는 2018년경부터 최근까지 대중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cryptocurrency), NFT와 메타버스 등의 개념과 미래에 관해 수십 차례의 강연을 하고 다닌 바 있다. 특히 이들이 피해 갈 수 없는 핵심 도구이자 미래 세상이라는 전망을 해왔던 필자로서는 최근의 이런 비관적인 견해들이 당황스럽지만 다소 성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IT분야에서 수많은 신조어의 흥망성쇠를 지켜봐 온 바에 따르면 마치 약 25년 전 ‘닷컴버블(dot-com bubble)’을 보는 듯하다. 닷컴버블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인터넷에 의해 생긴 거품 경제가 급속히 붕괴된 현상이다.
당시 수많은 닷컴기업이라 불리는 인터넷, 온라인 기업들이 설립되었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오늘날 아마존, 구글 같은 거대한 글로벌 공룡 기업들은 당시 닷컴버블 시대에 태어나서 그런 위기를 딛고 살아남은 기업들이다. 닷컴버블은 결코 닷컴 시대를 마감한 것이 아니다.
요즘 가장 핫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역시 비슷하다. 인공지능은 이미 1950년대 앨런 튜링(Alan Turing) 등에 의해 정의된 바 있으며, 이후 꾸준히 발달했다. 1997년 IBM의 인공지능 체스 프로그램인 ‘딥 블루(Deep Blue)’가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이던 러시아의 카스파로프(Kasparov)를 이겼음에도 당시의 인공지능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고 실제로 별로 써먹을 때도 별로 없었다.
닷컴이나 인공지능 같은 기술이 만드는 세상은 그 기술을 받아들일 환경과 인프라 등의 수준에 의해 활성화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한다. 닷컴버블은 당시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세상에 대한 깊은 고찰과 철학없이 막무가내 식으로 창업을 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돈이나 벌려고 뛰어든 기업들이 망한 것이다.
이전의 인공지능은 기술 이론과 개념은 명확했지만 당시 컴퓨팅 파워가 따라주지 못해 응용사례를 만드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오늘날 센서의 보급, 대용량 스토리지, 무선통신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그야말로 인공지능은 날개를 달았다.
1997년에 인공지능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당시 12개의 인공신경망을 학습하는데, 12대의 PC를 밤낮으로 돌려 꼬박 3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지금은 한 대의 PC로 돌려도 딱 3초가 걸린다.
결국 NFT나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불과 100여 년 전 만들어진 공급자(기업) 중심의 중앙집중식 산업화 사회가 다시 수요자(개인) 중심의 탈중앙화 사회로 급속히 옮겨가는 추세에 등장한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그 기술을 응용해서 탄생한 세상이 NFT고 메타버스다. 당장은 블록체인이나 3차원 기술(장비)들이 아직 일상에서 활용되기에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이는 빛의 속도로 개선될 것이다. 그래서 NFT와 메타버스는 인터넷과 같이 미래에 반드시 올 세상이다. NFT나 메타버스로 그저 돈이나 좀 벌겠다는 가벼운 접근을 한다면 닷컴버블처럼 망하기 십상이다.
이제는 NFT와 메타버스가 가지고 있는 개념과 철학, 그리고 그들이 지향하는 세상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유틸리티로써 활용해 패션이나 콘텐츠 같은 현실(혹은 실물) 경제와 연동시키면서 크리에이터(creator)나 인플루언서(influencer) 같은 개인 중심의 탈중앙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어마무시한 변화 속에서 개념없이 접근한 대부분이 설령 망한다하더라도 소신있는 몇몇은 살아남을 것이고, 이 살아남은 이들은 결국 오늘날의 아마존이나 구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