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섬유패션기업들과 좌충우돌하며 현장에서 발로 뛰는 회장이 되겠습니다.”(최병오 섬산련 회장)
지난 6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최병오 회장과 함께 ‘찾아가는 섬유패션 카라반’(이하 카라반) 팀은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를 찾았다. 최 회장과 섬산련 실장을 주축으로 한 카라반팀은 이날 기업 및 협단체장 등과 ‘경기북구 섬유패션 간담회’를 두 시간 가량 진행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파란 작업복 차림의 최병오 회장은 달리는 카라반을 타고 1시간 30여분을 달려 경기북부에 도착했다.
간담회장에는 작업복 자켓을 입은 섬산련 카라반실장들과 경기북부 기업 대표와 단체장들이 참석해 있었다. 섬산련은 현장에서 열심히 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북부 협단체장들은 회장 취임 후 한달 반 만에 현장부터 찾는 최 회장을 반겼다.
최병오 섬산련 회장은 인사말에서 “섬산련에는 뛰어난 역대 회장들이 있었다. 저는 앞선 회장보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반드시 현장을 다니면서 보고 느끼며 해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이후 41년째 패션그룹형지 경영을 하고 있다. 현재 올리비아하슬러, 크로커다일 레이디, 까스텔바작 등 전국 4000여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이 한 창 때 현장을 자주 다녔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섬산련 직원들에게 카라반으로 현장을 가자고 제안했다. 섬산련 실장들을 주축으로 현장에 다니면서 섬유패션기업들을 돕고자한다”며 “회장 임기 3년 동안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며 정부 등이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이 체인지될 수 있도록 하고 섬유패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회장은 추석 연휴 강남에서 의정부까지 주요 매장을 둘러보고, 간담회 장소인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를 먼저 둘러보기도 했다.
■경기섬산련 조창섭 회장, 정부와 기업 가교역할 당부
경기섬유산업연합회 조창섭 회장은 “섬산련이 변화하고 있다”며 현장을 쫓아다니며 업계 애로사항 청취에 나선 최회장의 경기북부 방문을 반가워했다. 그는 “섬산련이 큰 역할을 해 최근 염색가공 업종이 뿌리산업 지정됐고 이후 외국인 근로자 채용 한도가 확대됐다”며 “다만, 아직 풀어야할 정부 규제가 많다. 정부와 산업부 등이 정책을 결정하기 전, 업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섬산련이 가교역할을 잘 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 엔데믹을 맞이했지만, 기업들은 경제불황 여파 등으로 오더가 감소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시장 영향으로 에너지와 물 감축, 자동화 공정 개선 등 기업 환경 변화를 추진하고 있어 기업들은 경영 악화와 산업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설, 장비 개선을 위한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는 국내 염색단지 12개 중 8개가 위치하고 있는 섬유제조집결지다. 폐기물, 폐수 등과 같은 산업부산물을 활용하는 자원순환생태산업단지 전환을 통해 기업들이 ESG 실현에 도움받을 수 있도록 생태산업 개발을 위한 지원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탄소중립 조성 시설 지원·외국인 숙련 인력 교육 언급
이날 여러 협단체장들은 허심탄회하게 현안 문제를 거론하고, 업계 애로 사항과 정책질의에 도움될 주요 제안들을 쏟아냈다. 대표적으로 ▲통합환경관리법 적용 대상 완화 ▲외국인 숙련 전문 인력 양성 교육 지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산업생태계 조성 ▲원부자재 등 다양한 K마크 필요 등이 언급됐다.
이날 조창섭 경기섬유산업연합회 회장, 최춘기 경기북부환편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향래 포천양문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진흥 양주검준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류승숙 두드림패션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신일호 일송텍스 대표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포천양문패션칼라협동조합 이향래 이사장은 “염색 공장 등에서 나오는 폐수처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단순 약품처리로 어렵다. 폐수처리장에서 체류시간이 길어야한다”며 “사업주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개선을 위한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 섬산련이 경기도와 지자체 및 환경부 등과 협의해 규제에 의한 일시적 환경개선이 아닌 장기적인 환경 개선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현실에 맞는 통합환경관리법 필요 지적
장용준 신평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통합환경관리법에 대한 적용 대상 완화를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기업들은 통합환경관리법에 맞게 기존 허가를 서류로 묶고 정리하는 작업 비용에 업체당 40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까지 든다.
현재 환경부 지원은 2000만원까지 늘린 상태다. 기한은 2024년까지다. 통합환경관리제도는 오염 매체별로 허가·관리하던 기존 배출시설관리를 사업장 단위로 통합하여 관리하는 선진 환경관리방식이다.
장용준 이사장은 “기업 한 곳당 환경부 지원을 제외하며 많게는 4000만원이 소요된다. 우선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며 “우리 회사는 통합환경관리법 절차를 밟고 있다. 지원금을 늘리는 것보다 업체를 수질 2종에서 1종으로 바꾸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며 현실에 맞는 지원과 정책 변화 등을 제언했다.
이에 대해 최병오 회장은 “섬유패션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한다는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 산업의 업계 인식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카라반팀은 이날 간담회에 이어 종합 염색가공 중견기업인 영신물산(대표 조창섭)과 신발, 마스크팩, 의료기기 등에 사용되는 고품질 메쉬 니트원단을 생산하는 일송텍스(대표 신일호)를 차례로 방문해 최근 사업 활동과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섬유패션 카라반은 경기남부, 대구경북, 경기북부에 이어 10월 중순 부산, 익산 등 전국 섬유패션 산지를 방문해 업계의 애로 해결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