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영향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
생산자 및 판매자 또한 가격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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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기업 모두 가격이 중요한 화두
가격은 마케팅 전략 구성하는 4P 중 하나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서울 강남 일대의 음식점에서는 소주 가격이 병당 7000원까지 올랐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고물가로 인해 가계의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소비자들은 그만큼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생산자 및 판매자 또한 가격을 올려야 하는 압력에 시달린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 가격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이다.
이제까지 가격을 바라보는 시각은 하나의 상품에는 하나의 가격이 존재한다는 ‘일물일가설’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정가’라는 것에 익숙했던 것이다.
그런데 유통환경이 복잡해지고 상품 또한 다양화되면서 가격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고 있다. 하나의 상품에도 가격이 여러 가지로 존재한다는 ‘일물N가설’이 자리잡는 것이다. 소비자는 이제 판매 채널에 따라 동일 제품도 가격이 각기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는다. 이에 따라 판매자에게는 수요에 맞춰 탄력적이고 전략적으로 가격정책을 운영하는 ‘버라이어티 가격전략’이 필요해졌다.
버라이어티 가격전략을 만드는 첫 번째 축은 ‘시간’이다. 대표적으로 ‘스키밍(skimming)’ 전략이 있다. 기름층을 걷어내듯 차츰 가격을 걷어낸다는 의미로, 전자제품은 처음 출시할 때 가장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점차 가격을 내린다. 의류도 이와 유사하게 생각할 수 있다. 시즌성이 강한 만큼 시즌이 지나가면서 가격에 점차 큰 폭의 할인이 적용된다.
두 번째 버라이어티 가격의 축은 ‘채널’이다. 온라인 유통채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최저(低)가’를 찾지 않는다. 옷이나 신발처럼 실물을 착용해보는 것이 중요한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는 ‘무조건 최저가로 사는 것보다 1000원 더 주더라도 차라리 반품 잘 되는 게 더 편하다’고 이야기한다. 교환·반품에 소요되는 시간적·심리적 비용까지 고려하여 각자만의 ‘최적(適)가’를 찾는다는 것이다.
가격이 다양화되는 세 번째 축은 ‘옵션’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합리적으로 소비하려 하는 ‘체리슈머’ 현상이 강해지면서 가격책정에서 옵션이 갖는 역할도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가성비 좋은 항공권을 원하는 소비자는 기본 상품을 선택하지만 일정 변경이 필요하거나 좌석의 여유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는 옵션을 더하여 조금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한다. 기존 상품을 쪼개어 옵션화 할 수도 있다.
호텔업계에서는 숙박을 하지 않고 ‘반캉스’ ‘숏캉스’ 등 객실 이용시간을 짧게 하는 상품을 출시하였는데 특히 특급호텔에서는 고급 부대시설만을 이용하고 싶었던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버라이어티 가격전략의 정수는 앞서 설명한 네 가지 축을 결합하여 가격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다. 미국의 쇼핑몰 아마존은 하루에도 250만 번 가격을 바꾼다고 한다. 최근에는 온라인뿐만 오프라인 가격도 실시간 상황을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AI 기반의 무인 편의점 ‘프라이스랩’은 1시간에 한 번씩 가격이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간대별 유동인구, 날씨 등 실시간 수요변화와 함께, 상품의 유통기한이나 신선도를 고려하여 가격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연한 가격전략은 판매자의 이윤을 극대화하고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에도 도움을 준다.
가격은 마케팅 전략을 구성하는 4P(Price, Product, Promotion, Place)의 하나로 구매의사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상당수의 판매자들이 가격을 설정할 때 보수적이고 수동적 입장을 취했다. 향후 ‘버라이어티 가격전략’ 시대에는 선제적이며 적극적으로 가격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다만 가격을 단순히 이윤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람들을 많이 모으기 위해 가격을 매우 낮게 설정하였는데 상품의 품질까지 하락해버린다면 소비자들은 실망하고 다시는 해당 브랜드를 찾지 않을 것이다.
최선의 가격전략은 절대금액이 얼마든, 소비자가 지각하는 가치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가격을 제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