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일상의 비일상화’와 ‘비일상의 일상화’ 찾는다
권정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트렌드코리아는 작년 한국이 ‘평균 실종’을 대한민국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했다. 작년 실제로 평균 실종으로 양극화가 심화됐다. 그 현상은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며 “올해는 패러다임 변화인 분초사회와 디토(ditto)소비 트렌드가 두드러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트렌드코리아는 2024년 첫 번째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분초사회를 꼽았다.
“분초사회는 소유경제에서 경험경제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일상 전반에서 ‘분’과 ‘초’ 단위로 소비하고 시간 대비 가치, 즉 ‘시성비’라는 효율을 중시한다. 이러한 변화된 경향성을 ‘분초사회’라는 트렌드로 표현했다. 한마디로 경험경제다. 물질 중 좋은 선택지가 많다. 소비자는 의류 구매할 때도 경험에 돈을 쓰고자 한다. 기업들은 매장을 경험을 주는 곳으로 꾸민다. 예를 들면 매장 내 피팅룸은 단순히 옷을 입어 보는 곳만이 아니고 SNS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간은 한정돼 있다. 사람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하려 한다. 유튜브를 보더라도 재미없으면 바로 다른 영상을 본다. 분초사회에서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시간의 실패를 피하려고 시성비(시간대비가치)를 따진다.
기꺼이 투자하고 무엇인가를 발굴하고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디깅(digging)을 한다.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요즘은 선호하는 매장이나 식당에서 기다리는 것조차 경험이다. 예전에는 매장 안에서 소비자 행태를 경험이라고 봤다면, 요즘은 웨이팅부터 매장을 나선 이후까지가 경험이 될 수 있다. SNS에 인증샷을 올리거나, 댓글 작성까지 할 수 있도록 책임져주는 것이 시성비를 높여준다. ”
-성수동에 독특한 플래그십스토어와 팝업스토어가 많아 사람들이 몰린다.
“경험 경제 내의 한 분야다. 성수동은 공간력과 연결된다. 어떤 공간이 뜨는지 살펴보면 경험을 주는 곳이 많다. 공간 자체가 플랫폼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경험을 느끼고자 한다. ‘일상의 비일상화’와 ‘비일상의 일상화’를 찾는다. 그래서 어떤 곳은 온라인에서, 어떤 것은 오프라인에서 보여줘야 명확한 것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예전 1년에 한 번 가던 여행을 일상적일 만큼 자주 간다. 비일상의 일상화가 된 성수동의 경우 비일상적 팝업 스토어가 넘쳐나고 있다.”
-이 같은 소비 행태는 주로 MZ 세대에 강하다.
“이 영향력은 점차 퍼져간다.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분초사회에 익숙해진다. 젊은 세대는 어릴 때 부터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자랐다. 그 성황이 더 심화된다. CGV 분석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 영화관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젊은 사람일수록 길었다. 그들은 영화 리뷰를 확인하고 볼 만하다는 확신이 들면, 영화관을 가겠다는 것이다. 이 영향은 다른 세대로 점점 퍼질 것이다.”
-올해 주목해야 할 주요 트렌드는 무엇인가.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가격 전략을 잘 짜야 한다. 고물가시대 소비자는 가격에 반응하다.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 등에 가격전략을 어떻게 하느냐에 사활을 걸어야한다. 소비자들 정보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보가 실시간 바뀌고 소비자는 그것을 추적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브랜드는 명확한 스토리와 체계를 확실히 갖춰야한다. 브랜드가 자사몰만 운영한다면 종합몰 등의 다른 플랫폼과 다른 명확한 이유와 전략이 있다고 소비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노세일 브랜드화도 마찬가지다. 고물가로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해지고 소비 양극화에 디깅하고 취향을 좇아 디토소비가 일어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경우는 대기업이 못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한다. 대중적으로 성공을 꾀하기보다 적은 소비자를 먼저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의류에서는 CEO가 인플루언서가 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브랜드 페르소나가 돼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열광이 브랜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트렌드를 꼽는다면.
“이전 트렌드 키워드로 ‘팬슈머(Fansumer)’와 ‘디깅’을 소개했다. 올해는 디토소비를 주목해야한다. 이 키워드는 다 연결돼 있다. 더서울현대가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소비자들은 좋아하는 것에 지갑을 여는 팬심이 젊은층에서 두드러졌다. 이처럼, 가격에 제한받지 않고 지갑을 여는 팬심이 중요하다. 브랜드들은 자기만의 브랜드 스토리와 한 사람에 맞는 뾰족한 페르소나를 잘 잡아야한다. 모든 소비자를 다 잡을 수 없다. 퀸잇, 무신사, 지그재그 등은 각각 다른 소비 연령대가 찾는 패션 플랫폼이다. 특히 퀸잇은 기존에 없던 4050 타깃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와 같이 브랜드와 혹은 회사는 결이 맞는 친구 같은 소비자를 잡는 게 중요하다. 그 외 재미를 좇는 일이 일상이 된 ‘도파밍’ 트렌드도 눈여겨 봐야한다.”
-유통 경쟁이 치열해졌다. 기업들은 어떤 전략으로 승부해야하나.
“온라인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온라인 기업과 플랫폼이 성장했다. 쿠팡과 네이버 쇼핑이 독주하는 가운데 다른 플랫폼과 기업들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소비자는 바지는 A플랫폼에서 사고, 신발은 B 플랫폼, 가방은 C 자사몰 등 세분화해 온라인을 이용한다. 요즘 제품은 품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소비자 선택을 받으려면 ‘우리 브랜드는 스니커즈 맛집이야’처럼 명확한 강점이 있어야한다. 그 다음 틈새 시장을 넓힐 기회가 있다.”
-ESG 측면에서 기업이 염두해야할 것이 있다면.
ESG도 메가트렌드다. ‘E(Environment: 환경)’만 강조됐다. S(Social: 사회)와 G(Governance, 지배구조)도 준비하고 활동을 해야한다. 돌봄 경제 키워드가 중요하게 다가온다. 각자 도생, 나노사회가 되면서 지역사회가 무너졌다. 다시 ‘지역’을 필요로 하는 현상이 많이 보이고 있다. 기업들도 사회공헌을 해야한다. 환경 뿐만 아니라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가까운 지역사회에는 돌봄이 필요한 세상이다.
특히 로컬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멀리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슬세권(슬리퍼로 생활 가능한 세력권)’에서 즐기는 젊은 사람도 많다. 작은 골목 식당과 골목 매장 등을 찾는다. 젊은 창업가는 작은 골목에서 창업하고 동네 생태계를 만들어간다. 동네에서 창업 성공과 실패가 무수히 나오면서 그 동네만의 특색이 생긴다. 넓게는 색깔이 다양해지는 사회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