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62] 모피는 어느쪽으로 입는게 더 따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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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모피는 인간의 옷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 물론 인간의 하등한 기술로 만들어진 옷과는 차원이 다르다. 모피는 단 한 벌로 보온 뿐만 아니라 비나 눈, 바람을 막는 weather-proof도 가능한 복합 다기능으로 변화무쌍한 기후변화로부터 동물의 생존을 돕는다. 인간은 다른 동물의 옷을 벗겨 자신의 옷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 때문에 모피가 없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모피는 털이 그대로 붙어있는 상태의 동물 가죽이다. 그런데 털이 외투의 안쪽과 바깥쪽 어느 쪽으로 향하게 입는 것이 더 보온에 도움될까? 밍크나 여우 모피는 바깥쪽으로 향하게 입는데 비해 면양의 모피로 만드는 무스탕이나 염소 모피인 토스카나는 털이 안쪽을 향하게 되어있다. 

답을 알기 위해서 모피는 어떤 식으로 보온에 기여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외부기온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에 비해 외부환경과 상관없이 언제나 같은 체온을 유지하는 항온동물은 스스로 열을 내는 발열체이다. 따라서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여 만들어낸 열을 외부로 뺏기지 않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될 것이다. 
즉, 열의 이동을 차단하는 단열이 가장 중요하다. 열의 이동경로는 전도, 대류, 복사이며 셋 모두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 최선의 단열이 가능하다. 체온을 외부로 빼앗기는 다른 중요한 요인으로 땀이나 수증기 발산이 있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빽빽하게 밀집된 동물의 털은 피부와 외부환경 사이에 고립된 공기층을 형성하여 열 교환을 막는다. 패딩 재킷의 원리와 같다. 다만 패딩은 원단을 사용하여 외부와 피부를 공기조차 통하지 않을 만큼 밀폐에 가깝도록 격리할 수 있지만 털로 만들어진 공기층은 그만큼 완벽하게 격리하지는 못한다. 대신 긴 털로 형성된 공기층은 쉽게 부풀었다 납작해지는 등 형태가 변화무쌍하여 패딩보다 자유도가 훨씬 더 높고 통기성도 좋으며 건조도 빠르다. 노출되어 있지만 공기를 가두는 밀폐력도 탁월하다. 바람에 휘날리는 멋진 갈기는 덤이다. 

안쪽이냐 바깥쪽이냐?
“Fur를 어느 쪽으로 가게 입는 것이 더 따뜻할까?”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털의 길이에 따라 달라진다. 공기층은 단열재이므로 두꺼울수록 더 효과적이다. 두터운 공기층을 위해 패딩은 솜이 많으면 되고 털은 길면 된다. 따라서 긴 털을 가진 모피는 털이 밖을 향하게 입어야 한다. 

그래야 긴 털로 인한 두꺼운 공기층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이런 모피를 털이 안쪽으로 들어가게 입으면 공기층 유지를 위한 밀폐성은 더 좋겠지만 내부로 눌리는 압력으로 인해 털들이 납작해져 자켓과 몸 사이에 형성되는 극히 최소한의 공기층만 확보할 수 있다.  즉 피부와 모피 사이의 공간이 최대 공기층이 되어버린다. 반면 짧은 모피는 상대적으로 공기층이 얇기 때문에 털이 내부로 향하게 하고 외부에서 가죽이 공기층의 밀폐력을 증강하면 최선의 단열이 된다.  긴 털을 가진 동물의 모피는 아무리 강풍이 불어도 밀집한 털들을 뚫고 피부까지 도달하기 어렵다. 따라서 통기성이 있으면서도 강력하고 두터운 공기층을 형성할 수 있다. 이 털들은 발수력이 우수하여 비나 눈도 일정 시간 막을 수 있다. 놀라운 것은 다중 기능을 가진 털이다. 털들은 두가지 다른 종류로 2 Layer를 형성하고 있어서 2 단계로 작동하는데 바깥쪽 털Topcoat은 굵고 거칠고 발수가 잘되어 비 바람을 막을 수 있고 마찰에도 강하다. 반면 안쪽 털Undercoat은 부드럽고 가는 털이 솜처럼 밀집되어 공기층을 가두는 밀폐력이 더 좋아 보온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인간의 기술력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고도의 다중장치이다. 살아있는 동물은 모피의 방향을 바꿀 수 없지만 인간은 양면으로 사용 가능하다. 짧고 빽빽한 털을 가진 모피는 털이 안쪽으로 오도록 하고 긴 털을 가진 모피는 반드시 털이 바깥으로 향하게 입는 것이 보온에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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